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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Jan 10. 2023

혈관주사는 어려워

간호사면 주사 잘 놓는 거 아닌가?-_-

역시 달콤한 휴식 뒤에 오는 월요일의 후폭풍은 거셌다. 주말 동안 확인하지 못했던 환자들의 메시지, 푹 쉬어 최상의 컨디션으로 출근한 담당 의사들의 거침없는 오더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니 어느새 퇴근이 1시간도 채 남지 않았더라.


'우쒸, 주말 내내 내가 얼마나 되뇌고 왔는데, I love my job이라고.  내 직장 만한 데가 없다고. 오늘은 이쁜 말만 할 거라고'


하지만.... 두통이 있는 환자에게 혈관주사를 주라는 의사의 처방에 출근 2시간 만에 욕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이런~$%#@$$%%'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혈관주사 놓는 것이다.

'아니 간호사면 주사는 다 기본으로 놓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지만, 개인차가 있기 마련이다.


나는 무슨 일이든 이론에는 흥미가 많지만 실습은 못하고 싫어한다. 학교 다닐 때도 공부하는 건 좋아했지만 병원실습에는 별 흥미가 없었다. 반면 공부에 흥미는 없지만 실습 나가서 주사 놓고 환자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부분에 능한 친구들도 있다.


혈관주사는 나의 가장 큰 취약점이다. 병동 경력이 짧아 연습 기회도 적었고 지금 일하는 곳은 혈관주사를 놓을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나는 혈관주사에 자신이 없다. 인정!

이러나저러나 환자는 아프고, 의사가 처방을 했으니 줘야지 어쩌랴


'I love my job, 해보자! 해봐야 늘지'했건만...

환자 상태를 보자마자 가장 친한 동료에게 도움을 청했다.

'샘! 도와줘요'


아이, 어른에 상관없이 혈관주사에 능한 동료 선생님이 있다. 경력도 경력이려니와 타고난 감각도 좋아 보이지 않는 혈관도 느낌으로 감지해 낸다.


'선생님, 저 좀 도와주세요'

'그래, 내가 옆에 봐줄 테니 네가 해봐.'


하지만 뽀얀 살에 실핏줄 하나도 보이지 않는 환자의 팔을 보고 나는 실패할 것 같아 겁이 났다.

'선생님이 이번만 해주세요'


선생님께서는 환자의 팔 두어 곳을 쓱 보시더니 '여기다 하면 되겠네' 하며 거침없이 바늘을 꽂았고 수액이 혈관으로 뚝뚝 들어가기 시작했다.



'휴...'

선생님의 성공에 안도했지만 동시에 현타가 왔다.

'다음에 또 이러면 어쩌려고... 한번 해볼걸'

실패할 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흔치 않은 기회를 놓쳐버렸다.


손재주나 타고난 감각이 좋아 주사를 잘 놓는 사람도 있지만 나처럼 재주도 감각도 없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나 같은 사람도 하면 할수록 실력은 늘어난다는 것이다. 나는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고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했다


'해보고 실패하면 후회, 안 해보면 안 해본 것에 대해 후회할 거라면 해보고 후회하자!'


다음에 혈관주사 처방이 내려진다면, 그때는 무조건 무조건 해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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