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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Jul 26. 2023

직장과 거주지의 적정한 거리는?

신입사원이 참고해 볼 직장인의 거주지 선택 방법

아무리 비싸고 좋은 휴가지를 다녀와도 집에 오면 꼭 하는 말이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우리 집이 최고다.' 혼자 산지 17년 차인 나는 고향집에 다녀와도 같은 말을 한다. '콩알만 해도 내 방이 제일 편하다'라고 말이다. 나는 그 어떤 고급 호텔보다 안락함을 주는 '거처'를 선택하는 나만의 기준이 있다.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아니지만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들을 수 있는 '나와바리'이라는 일본말이 있다.


나와바리
일어로 세력권을 뜻함. 의미는 자신의 구역을 설정하다는 뜻의 숙어. 넓게 보면 개들이 소변 뿌리고 다니는 행위도 일어로 '나와바리'라고 표현한다. 한 마디로 영역표시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무위키


보통 우리는, 다른 지역에 사는 친구가 놀러 왔을 때 '여기는 내 나와바리니까 나만 따라와' 같이 사용하곤 한다. 나는 1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하는 서울을 가도 내 나와바리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불안함을 느끼는 좀 특이한 편이다. 그래서 직장을 옮기면 무조건 직장에서 30분 내에 있는 동네로 이사를 한다.



물론 싱글이라 거처를 정하는 게 자유롭지만, 가장 큰 이유는 어떻게 될지 모를 변수들 때문이다. 갑자기 회식을 한다거나 야근을 해야 하거나 하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해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집에 도착하는 시간을 계산하느라 회식을 즐길 수도 없고 업무에 집중할 수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게다가 요즘처럼 기후이상으로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기차도 지하철도 끊기는 일이 발생해 출퇴근에 진땀을 빼야 하는 일 생기기도 한다.


사실 대학생 때 인천에서 성북동에 있는 학교까지 4년간 왕복 4시간을 통학했다. 지하철 탈 때부터 긴 거리를 서서 갈 수 없으니 앉을자리를 사수해야 한다는 압박부터 자도 자도 아직 종각역이었던 지루함, 동기들과 뒤풀이도 못하고 늘 9시면 일어나야 하는 아쉬움까지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 후, 나는 직장이 위치한 곳으로 이사를 다녔다. 직장 근처의 집을 선택할 때도 나만의 기준이 있다. 직장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 10분 이내는 절대 피하고 버스나 자차로 30분 이내에 닿을 거리에 거처를 구한다.


너무 가까이 있는 집을 피하는 이유는? 병원에 처음 입사했을 때 여기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병원 5분 컷에 위치한 곳에 집을 구했다. 집이 가까우니(물론 멀어도 신규들은 필히 참석해야 하지만) 나이트 근무 전에도 회식 참석 후 근무를 가야 하고 나이트를 마치고 퇴근을 해도 오후 컨퍼런스에 참석해야 했다. 주말, 오프 상관없이 어딜 가도 꼴도 보기 싫었던 병원을 피할 수 없었다.


20년 차 직장인 내공으로 현재 거주하는 집을 구했다. 자차로 빠르면 18분 밀리면 30분에 위치한 기차와 지하철 역 근처, 게다가 전통시장과 노브랜드 5분 컷이라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한 위치이다. 출퇴근에 쓸 에너지는 자기 계발이나 취미에 사용하고 주말엔 내 의지에 의해 병원을 지나칠 수 있어 직장과 적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가장 오래 살고 있는 보금자리이다.


거주지 선택에 각자의 기준이 있겠지만 혹시라도 너무 가깝거나 먼 곳을 염두한다면 참고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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