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학과는 3, 4학년이 되면 학기를 빨리 끝내고 병원 실습을 나간다. 나는 자대병원이 없는 공주대학을 공주대학을 다녔는데 실습 나갈 병원이 없다 보니 대전 충남대학교 병원까지 실습을 다녔다. 보통 실습은 새벽 6시 출근이었기 때문에 공주에서 출퇴근은 무리였고 병원 근처에 방을 구했다.
벌어놓은 돈으로 3년의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창문까지 있는 방은 사치다. 가장 싼 창문 없는 고시원방에서 무더운 여름을 보내며 눈칫밥 먹는 실습을 다니는 것은 참, 고역스러웠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과연 지나긴 할까?' 앞이 깜깜했다.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고 친구방에 들렀는데 책상 위에 놓인 빨간 X표가 가득한 탁상달력이 눈에 띄었다.
'이게 뭐야?'
'언니. 나는 빨간색으로 크게 X표시를 하면서디데이를 거꾸로 지워나가면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버텨내는 게쉬워지더라'
이후 나는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을 하거나 '자격증 시험'을 공부할 때, 아니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지만 해두면 좋은 일'을 할 때 마감기한 만들기 방법을 사용한다.
어떠한 일에마감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다면 그것을 해내기 위한강력한 열망이나 동기가 생기지 않는다. 내가 좋아서 하는 취미생활이 아니라목적이 그저 '자기 계발'이라면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영어공부를 생각해 보자. 승진을 위해, 혹은 이직을 위해 영어를 공부해 두면 좋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당장 승진시험이 있거나 이직자리가 생기지 않은 이상, 평소에 시간을 내어 집중하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충분한 시간을 두지 말고 나의 수준에서 상당한 노력을 해야 점수를 올릴 수 있는 시점에시험을 접수한다. 그러면 공부를 해야 하는 시간이 한정되고,기왕 시험을 본다면점수를 잘 맞고 싶은 게 사람 심리이기 때문에 집중력이 높아진다.
나는 모든 루틴을 지키는데도 마감기한을 이용한다.예를 들어 점심시간 전까지는 '책을 몇 페이지까지 읽거나 글 한편을 완성하고, 점심시간에는 유튜브영상에서 3분까지 자막을 단다' 같은 식으로루틴의 끝점을 정한다.그러면 잠깐 환자를 기다리는 틈새시간에도 집중력 있게 몰입할 수 있다.
우리의 뇌는 마감기한을 정해놓으면 더 잘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끝이 보이지 않거나 충분한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는 '지겨워'같은 감정이 끼어들고, 그 일과 무관한 일이에 신경이 쓰여 집중력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