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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Sep 20. 2023

나이를 먹으면 좋은 점도 많이 있다

청춘일 때 알지 못했던 것들

저는 아줌마가 되면 멋도 안 부리고 몸매도 망가지고 뻔뻔해지고 목소리는 커지고 호피 무늬 옷 같은 거나 입게 되고. 그래서 인생이 끝장나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어른이 된다는 건

지금의 나는 어릴 적 생각했던 '아줌마'(25살 이상은 아줌마인 줄 알았다) 보다 10살도 더 넘게 나이를 먹어버렸다. 아줌마가 되면 호피 무늬 옷을 입게 되는 줄 알았다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말처럼 나는 아줌마가 되면 '달려라 하늬'에 나오는 고은애처럼 몸집이 커지고 머리가 뽀글거리며 목소리가 굵어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상상하 싶지도 않았다.

달려라 하늬 고은애씨

그런데 세월은 흘러 흘러 아줌마가 되는 마지노선이라고 정했던 25살을 훌쩍 넘, 불혹 넘었다. 상상만 해도 끔찍했던 중년이 되었지만 나이가 드니 그런대로 좋은 점도 꽤 많았다. 오랜 시간 나와 지내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사람, 분위기. 음식, 장소, 나에게 맞는 운동, 어울리는 패션 스타일, 이상형, 하고 싶은 일 같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걸 알게 되면서 나에게 주어지는 선택지에서 유리한  어느 쪽인지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면, 20대에는 내가 어떤 인간인지 알지 못해 불안했다. 어떤 재능이 있는지, 좋아하는 게 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몰랐다. 친구들은 원하는 곳에 취직하고 잘 지내는데 나는 뭘 원하는지도 모르니 답답하고 한심해 어깨는 움츠러들고 자존감은 늘 바닥이었다.

나만의 기준이 없으니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스스로를 자책하고 남들이 뭐라고 하는 한마디에 갈대보다 더 흔들리고 상처받았다. 그렇게 2~30대를 보내며 나에 대해 알게 됐고 이런 자신을 인정할 수 있었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쓸만한 장점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제는 나 스스로를 신뢰다.


가장 좋은 점은 '거절할 줄 아는 용기, 무례한 사람을 대하는 강단 있는 태도'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젊을 때는 온갖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부당한 요구를 받아도 거절하지 못하고 상처받아도 아프다 말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누군가는 나를 험담하며 나도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들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대신 나를 믿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당당하게 나아갈 수 있는 자신감 갖게 되었다. 

무엇보다 '어른이 되고 나이를 먹는다고 완벽할 수 '는 사실 큰 위로가 되었다. 왜냐하면 어린 시절 예상했던 어른의 모습은, 중요한 결정 단숨에 해버리는 정확한 판단력이 있고, 사회적으로 확고한 위치에 자리 잡아 불안하거나 흔들림이 없는 사람이었. 하지만 마흔이 되어도 여전히 불안하고 흔들며 스스로 내린 결정을 무르고 싶을 때가 숱하게 있다는 , 나뿐만 아니라 나이를 먹어도 모두 비슷한 고민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실패했다고 주눅 들 필요가 없고 성공했다고 자만하면 안 된다. 나의 기준을 가지고 성실히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쌓다 보면 노련하고 내공 있는 미래의 내가 될 것이다.


나이를 먹는 게 두려운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20대에 깨달았다면, 나의 청춘  풍성했을까? 뭐, 이것도 이제야 깨달았으니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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