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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Nov 10. 2023

와... 이걸 해냈네?

포기만 하지 않으면 진짜 된다

불금, 노조 창립일이라 병원이 쉬는 날이다. 워낙 병원 휴무에 관심이 없어 '쉬는구나' 했는데 마침 고등학교 진로강의 제안이 들어왔다. 휴일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 바로 스케줄을 잡았다.


그런데 문제는...


새로 이사 간 집이 평택역이랑 거리가 있어 버스나 자차를 이용해야 했다. 물론 운전해 서울 강의장까지는 못 가지만  평택역까진 가능하니 직접 차를 운전하기로 했다. 기차시간은 10시 49분, 아무리 멀어도 20분 안에 못 가겠냐며 여유를 부리며 미적거렸다.

역시나, 길치인 운전실력운 감안해 30분 전에는 나왔어야 했다. 이사 오고 일주일 넘게 같은 길을 다녔는데  헤맸다. 겨우 주차를 하고 나니, 기차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딱 6분. 우사인 볼트가 달려면 5분 컷으로 기차를 잡을 수 있겠지만...


'만일, 내가 젖 먹던 힘을 다해 뛰면?'


결과야 세 가지밖에 더 있겠나 싶었다. 기적이 일어나 기차가 지연되거나 우사인 볼트에 빙의돼 기차를 잡거나 아니면 놓치는 것. 3가지 예측 중 그래도 2가지가 바라는 것이므로 무조건 달려보기로 했다. 강의에 필요한 짐 보따리를 들쳐 매고 미친년 널뛰듯 뛰었다.

매서운 바람에 튀어나올 것 같은 심장, 청진계, 혈압계, 체온계, 주사기가 가득 든 가방을 양손으로 붙들어 매고 뛰는 모습은 누가 봐도 가관이었을 것이다. 평택역 도착은 정확히 10:49분, 마주한 전광판은


 영등포행 10:49분 열차, 지연 0분


'아직 표도 안 끊었고 계단도 내려가야 하는데, 멈춰야 하나?'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눈앞에서 열차가 떠나는 광경을 목격한 건 아니므로 계속 달렸다. 계단을 내려가는데 열차에서 내린 승객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설마설마하며 멈추지 않고 내려가는데 이미 기차문은 닫혀있었고 역무원님과 눈이 마주쳤다.

잠깐만요옷!


'타실 거예요?'

'네네네!!!'

'(무전기) 승객 한 분 타신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닫힌 열차문을 열고 마지막 손님으로 기차를 탔다. 표도 못 끊은 상태라 열차 내에서 표를 끊었는데, 곧 죽을 것처럼 헐떡거리는 내가 안쓰러워 보였나 보다. 기내에서 구매하면 기존값에 50%를 더 내야 하는데 어르신들 표값으로 계산해 오히려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짧았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만일 10시 49분 기차를 포기해 버렸다면? 겨우 시간에 딱 맞게 도착해 학생들을 헐떡거리며 만났거나 늦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있겠지?


그러면 진로체험을 주관한 담당자님과 진로상담 선생님, 누구보다 학생들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집에서부터 빨리 나왔어야 했지만. 그것을 제외한 모든 선택은 최선이었다. 할 수 있다! 일말의 가능성을 붙잡았더니 됐다.


스스로 포기해 버리지만 않으면 우리는 뭐 이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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