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개의 고등학교에 직업인 특강을 나갔다. 나의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입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외에 추억으로 꺼내볼 만한 순간들은 안타깝게도 없다. 돌이킬 수 없지만. 그 시절로 돌아가 딱 한 가지 습관만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문제집 풀던 시간을 10분만 줄이고 '매일 일기 쓰기'를 습관으로 가져오고 싶다.
거창하게 공책을 꽉 채우지 않더라도 그날의 솔직한 감정, 느낌을 쓰다 보면 감사하거나 후회되는 일, 앞으로의 다짐같이 내가 생각하고 원하는 인생의 기준이 생길 테고 자연스럽게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살고 싶은지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학창 시절 일기야말로 사회의 때가 묻기 전 가장 순수하게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도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습관을 가졌더라면 나의 가장 순수한 장래희망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아무리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그때의 감정을 되새기려 해도 이미 닳아 없어진 순수함은 다시 피어나지 않았다.
'나에게 일기 쓰기는 그저 방학 숙제였어. 왜 써야 하는지, 꾸준히 쓰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 그 이유와 이점에 대해서는 전혀알지 못했거든. 그런데 어른이 되어보니 학창 시절 나에 대한 기록은 추억 그 이상의 값어치가 있더라.
내가 겪고 있는 어른의 세계는정답이 없는 질문에 대해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야. 그런데 해답지가 없으니 길을 잃고 미궁에 빠질 때가 종종, 아니 자주 있거든? 그럴 때 가장 순수했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중요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거 같아. 그 마음을 반영한 선택이 자신에게 가장 큰 행복과 만족감을 줄지도 모르거든.
나도 대학입시에 매달릴 때는 수능 1점을 올리는 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가장 하기 쉽고 단순한 일이더라.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자신에 대한 생각과 마음이야. 자기 자신에 대해 아는 건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고 복잡하고 귀찮기도 해.
그런데 잘 알고 있으면 정답이 없는 질문에 대해 답을 찾아갈 때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어.일기를 쓰는 게 별거 아니지만 나중에 너희들에게 그 무엇보다 값진 자산이 될 거야. 나는 어른이 되어 시작했지만 너희들은 지금부터 꼭 해보길 바란다'
간호사라는 직업을 소개하기 전 당부한다. 간단하게 감사한 일, 후회되는 일, 내일의 다짐을 기록하는 세줄 일기를 써보라고. 하루 10분, 3줄의 기록은 '자신의 잠재력'을 알아볼 수 있는 좋은 단서가 될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좋은 소식이 있어. 그것은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지, 얼마나 사랑할 수 있는지,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지, 자신의 잠재력을 아직은 모른다는 거야. -안네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