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희망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려 볕뉘를 망치는 것만으로도 상처가 났던 한 아이가,
그 모든 안간힘이 지나간 늦봄에야 빨갛게 멍든이 들어 오그린 발바닥을 본다.
순진하게 상처를 여읠 수 있을 거라는 마음에, 신발을 꿰어 신고 인간들의 열대야에 몸을 담군다.
그러다 유여하게 지나가는 삶들에 찔려 다시 눈시울이 붉어진다.
나른하고 뻔뻔하게 흘러가는 시간만큼이나 이 아이의 가슴 애리게 만드는 일이 있을까?
해가 진 후
다시 신발을 꿰어 신고 깊은 밤을 엮어 옷을 만든다.
까만 밤하늘을 보면서 생각한다.
모든 낮과 밤에게 이별을 고할 수 있는 날이 올 까?
모든 해와 달을 사랑할 수 있는 날이 올까?
만든 옷을 엮어 입고선 잠든 이의 밤이 부서지지 않도록 걷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원한다면 계속해야지, 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