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싶은 마음과 먹은 이후.. 선택의 무게는...'
오랜만에 점심을 돈가스로 먹었다.
그나마 건강을 생각해서 에프에 돌려
조금이라도 기름기를 뺀다는,
소금 한 꼬집 같은 건강 의지를 넣고.
좋아하지만 피부 트러블 때문에
금기시하던 만두도 추가했다.
건강 양심 삼아 찐만두로…
“역시 맛있다...
먹고 싶은 거 먹는 게 인생의 낙이지.”
얼마 만에 먹어보는 금기식품.
마음이 괜히 호기롭다.
그렇게 먹고 30분쯤 지났을까.
쓰나미 같은 졸음이 밀려왔다.
내 쥐뿔같은 의지로는 감당할 수 없었다.
경험상 애쓰기보다 그냥 자는 게 현명하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도 아니건만
잠자는 여자 사람이 되어 깨어보니
나의 찬란한 오후 시간이 사라져 있었다.
잠을 깨고도 맑지 못하고 멍하다.
더 자고 싶을 정도다.
짜증을 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우울감과 무력감이 뒤섞여 밀려온다.
잠시 기운 차렸나 싶었는데...
또다시 수렁에 빠지는 기분이다.
연료 부족 상태일 땐
무거운 식사가 에너지 공급이 아니라
전원 OFF 버튼이 되어버린다는 걸
몸이 정확히 알려준 하루였다.
... 나도 먹고 싶은 거 좀 먹고살면 안 되겠니...
... 댁들이 내 맘을 알아요?...
그냥, 마음의 소리일 뿐이다.
‘살 좀 더 쪘으면 좋겠어.’
오늘은 별 이유도 없이
그 말에 기분이 상한다.
가시가 뾰족뾰족
온몸에 돋아난 기분.
이 가시가 더 길어지면
남을 찌를지도 몰라서
스스로 경계 모드를 발령한다.
정신줄을 다시 붙잡아 본다.
예전에 ‘밥물식’을 할 때
정말 좋았던 그 경지까지 간 적이 있다.
그래서 여전히 동경하는 식사법.
힘들 땐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마음의 안식처 같은 방법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다시 시작하려니
좋았던 만큼
힘들었던 기억도 함께 떠오른다.
붓기도 없고, 감기도 안 걸리고,
정신 맑고, 몸 가볍고,
무슨 일이든 원더우먼처럼 해낼 자신감과 행동력…
내 생에 첫사랑처럼 강력하게,
선명하게 각인된 시절이었다.
내 인생에 그런 날은 처음이었으니까.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이 방법은 일반적인 건강 상식과 반대된다.
사회생활과 부딪히고,
먹고 싶은 걸 참아야 하는
‘고통 아닌 고통’이 따라붙는다.
물만 마시고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최대한 물을 자제하며 살아야 하는
나 같은 사람도 세상에는 존재한다.
밥물은 이미 경험해 봤기에
어디까지 괜찮고
어디서부터 무너지는지를 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나는 예민한 만큼
지켜야 할 것도 많은 몸이다.
그걸 알게 되니
선택의 무거움과
‘혼자’라는 감정이 더 커진다.
세상의 상식과 반대로 가지만
몸은 가장 정직하게
좋아하는 식사법이기에
외로움과 효과가 공존하는 방식이다.
슬픔…
그보다 더 정확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
이 뭉친 감정.
한 번쯤은 분출되어야 할
농축된 감정.
지금, 손가락을 까딱까딱 움직이며
언어를 쏟아내는 이 시간만이
그 감정을 터뜨릴 수 있는 시간이다.
지금은...
우울모드.
괜찮아.
나는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글을 쓰고 싶어 할지도 몰라.
딸이 말한다.
“저주받은 어설픈 재능이지.”
하하하...
모르지.
축복받은 재능일지
누가 알겠어.
롤러코스터 같은 이 감정도
언젠가는
쓸모 있을지
누가 알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