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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섯 Oct 30. 2020

요가는 끝이 없다

생각을 비우려면 운동을 하자


2019년 12월 태국 치앙마이를 여행할 때 방문했던 요가원

인터넷을 보면 사람들은 금세 운동의 효과를 본다. 거북목에 좋은 동영상을 보고 지금 따라 해 봤더니 정말 시원해! 골반 틀어짐 때문에 항상 골반이 아파서 이걸 따라 해 봤는데 정말 다음날 골반이 안 아파! 그런 간증 댓글을 보고, 나도 따라 해 봤지만 한 번도 단기간에 효과를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요가원에 다니면서 단기간에 체력이든, 유연성이든, 효과를 보길 내심 기대했던 것 같다. 집에서 따라 하는 건 내가 잘 못한 거고 요가원에선 선생님이 자세를 봐줄 거니까. 요가원에 가기 전, 다들 요가 시작하고 얼마 만에 효과 봤어? 같은 글들을 찾아다녔다. 그 효과라는 것의 기준이 애매했지만, 왜 그런 느낌이 있지 않나.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반은 성공한 거 같아서 할머니의 굽은 등도 펴질 것 같은. 내 주변에도 요가나 필라테스를 하고 한 달이면 대부분 몸이 좋아짐을 느끼는 것 같았다. 어깨나 골반이 시원해지고 몸이 개운하다고들 했다. 금세 체력과 근육도 붙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나는 아니었다. 2주, 3주 차는 없는 체력을 끌어올려 운동을 하는 기분이라, 너무 힘들었고, 한 달이 지나도 유연해진다거나, 근육이 붙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다만 아주 조금, 굽고 말린 등과 어깨가 펴지는 기분 정도였다. 한 달 가지고는 택도 없는 거구나. 그렇게 처음 등록한 한 달이 끝나고, 나는 3개월을 연장했다.

요가로 몸이 좋아지는 기분을 언제쯤 느끼게 되었을까 가만 생각해보니, 대충 3개월 정도 지났을 때인 것 같다. 사실 지금도 어깨의 회전이 유연하지 못하고, 등 힘, 근육이 부족해서 후굴이 잘 안 되는 편이긴 한데, 요가를 시작한 지 3개월 정도 지났을 때, 두 팔을 내 귀 뒤로 넘길 수 있었다. 전사자세도 3개월쯤부터 덜 힘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전굴을 해서 손바닥이 바닥에 닿은 것도 그 무렵이었다. 하나 둘 되는 아사나(자세)들이 생기자 요가에 재미가 붙었다. 고통과 괴로움을 수반하며 반강제적으로(돈을 냈기 때문에) 요가원에 드나들던 마음이 오늘은 어떤 아사나에 도전할까?로 바뀌면서 성취감까지 느껴졌다. 아사나에 완성은 없겠지만, 제법 아사나 다운 아사나를 만들어내면 나도 이제 요기니라고 칭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도 요기니라고 칭하기에는 속세에 찌들어 자제 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ㅋㅋㅋ)...


요가를 시작한 지 6개월 무렵부터는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머리 서기는커녕 머리를 바닥에 대고 엉덩이를 치켜드는 것도 못하던 내가, 서서히 발끝을 들어 올릴 수 있게 되었던 것도 그쯤이었고,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면서 요가를 더 '잘'하고 싶었다.

요가를 잘한다는 건 뭘까.


큰 맘 먹고 장만한 요가계의 샤넬(?) 만두카 매트. 살 때 진짜 고민 많이 했는데 평생 매트라고 생각하고 샀다 ^^;


그저 단순히 아사나를 잘하는 것만이 요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요가에 완성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가를 잘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잘하는 것의 기준이 단순히 몸의 유연성이나 힘이 아니기에 항상 말하면서 아이러니함을 느낀다. 요가의 삶을 산다는 건 번뇌의 연속이 아닐까.

아무튼 통상적인 의미의 요가를 '잘'하고 싶어서 일주일에 3일 나가던 요가 수련 시간을 늘려볼까 고민하던 찰나에 요가원에 지도자 과정 수강생을 모집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수강 자격은 요가 수련 6개월 이상. 그때 나는 대략 8개월 차 정도 됐었던 것 같다. 요가를 더 심층적으로 배우고 싶기는 했지만, 지도자 과정을 들을 만큼 지도자에 대한 열망이 있었던 것은 아니기에 고민을 했다. 은근슬쩍 선생님께 지도자 과정은 어떤 사람들이 하는지 물어보고, 몇 명 정도 관심을 보이느냐고도 물어봤다.


내가 다니는 요가원은 규모가 작고 수업이 매 시간 빼곡하게 있는 것은 아니라서, 일대일 요가가 아니고서는 보다 고난도의 자세까지 도달하는 시퀀스를 접하기가 쉽지는 않은 편이었다. 어드밴스 수준의 과정이 있다면 좋았겠지만, 사실상 베이직이나 인터미디어 수준의 수업들이었기 때문에 만약 더 심층적인 요가를 원한다면 지도자 과정을 듣는 것이 가장 탁월한 방법임이 틀림없었다.


나의 구루(스승)는 섣불리 내게 지도자 과정을 해보라고 하지 않았다. 그저 저도 할 수 있을까요? 하는 질문에 충분히 가능하다고만 했을 뿐이었다. 수련시간이 길고, 보다 전문적인 만큼 수강비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었다. 꽤 오랜 시간을 고민하다가, 결국 엄마의 금전적 도움을 약간 받고 지도자 과정을 등록했다. 통상 지도자 과정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요가에 '지도자'라는 자격증이 따로 주어지진 않는다. 그저 한 구루 밑에서 오래 수련을 하다가 너는 이 정도 수련했으면 됐다, 이제 하산하여(?) 네가 배운 것을 널리 알리도록 하여라, 하면 누군가의 구루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편하게 지도자 과정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사실 이 과정은 RYT200이라는 과정으로 200시간의 수련을 마친 사람들에게 200시간 수련 실행 증명서 같은 것을 발급하는 것이다.

RYT200을 수료하면 누군가에게 요가를 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이 과정을 지도자 과정이라 하고 이 증서를 강사 자격증이라고 하긴 하지만, 요가의 참된 의미를 생각하면 이 과정은 단순히 강사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과정보다는 참된 요기니가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말이 더 맞는 것 같다.


막연하게 강사 자격증이라고 생각했을 때는 선뜻 도전하기 두려웠는데, 200시간 수련을 목표로 요가를 좀 더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래, 과정 끝에 반드시 강사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부담을 내려놓자 마음먹으며, 2019년 2월, 나는 200시간을 향한 도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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