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은 근무표가 황금이었다. 추석당일과 앞 뒷날 전부 오프다. 태어나서 이런 근무표는 처음이다. 명절 내내 쉬다니.
며칠 전부터 심상치 않던 1호의 기침소리는 귀에 많이 거슬렸었다. 일단 해열제와 감기약으로 달래 보지만 밤새기침을 한다. 혹시나 하여 시댁 가기 직전 소아과 외래진료를 보는데 엑스레이 상 폐렴이다. 의사의 권유 전에 이미 입원을 직감한다. 나 병원에만 있어야 하는구나.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요즘 마이코 아닌 환자가 드물다. 그렇게 1호와 나의 병원생활은 시작되었다. 요즘은 약이 잘 들으니 금방 쾌유하는 것은 당연하다.
병원생활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한 약간의 정보를 제공하려 한다. 매끼 환자식과 보호자식이 나오지만 하루 세끼만 먹을 수는 없다. 그러기에는 입원을 하면 시간이 너무 길다. 우리 병원은 아침 7시 반, 점심 12시, 저녁 5시면 밥이 나온다. 시간이 너무 이르다. 조리여사님들 퇴근시간도 있으니. 애가 입원하면 세끼 밥 다 먹고도 야식을 챙겨 먹게 된다. 취사가 안 되는 곳이어도 정수기와 전자레인지는 어디나 항시비치 되어 있다.
간단하게는 햇반, 반찬 데우기용이지만 컵라면 익히기와 핫바, 꼬지 소시지 등 편의점 요리를 사 오면 간편식으로 먹을 수 있다. 병원식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팝콘을 돌려 먹을 때면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주변사람들을 강제 냄새 맡게 하니. 가끔씩 외출복을 꺼내는 이들이 있다. 편의점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분주하다.
나이트근무를 할 때면 가뜩이나 힘든데 라면냄새가 나면 성질이 나곤 했다.
아~ 나도 배고픈데.
보호자가 되고 보니 이거 너무 꿀맛이로구나.
내가 안 먹어서 그러지, 전자레인지만 있다고 못 먹을쏘냐. 그렇게 일주일 입원이면 2킬로는 거뜬히 찐다. 휴가 아닌, 휴가 같은, 휴가인 듯한 돌봄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운동뿐이다. 원상복구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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