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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Mar 06. 2017

봄, 뒤뜰에 찾아온 작은 봄 식물 아이들

히아신스, 돈나물, 개똥쑥, 산부추, 국화, 어성초, 청갓, 제주 선인장

http://cafe.naver.com/hongikgaepo



봄은  느닷없이 겨울의 긴 주름을 펴며, 하나둘 일어난다. 

얼었던 땅은 조금씩 부드러워지며 땅의 본연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흙을 밀어내고 연둣빛 노란빛 머리를 들이미는 어린 초록 생명들이 있는지 인사를 하러 뒤뜰로 나간다. 



사실 기대 없이 뒤뜰을 뒤적거리다 발견한 어린 풀들을 보고, 카메라를 가져와 기록하며 비밀스러운 봄을 만끽하는 시간들이다. 

외국에서 온 꽃인 '히아신스'가 누렇고도 연둣빛 머리를 들이밀고, '돈나물'은 벌써 거미줄 같은 줄기들로 땅에 바짝 엎드려 공간을 확보하는 중이다. 한쪽 끝을 떼어먹으니 단맛이 봄맛이다. 

'개똥쑥'은 어린잎이 특유의 허브 향으로 손끝을 물들이고, '산부추'는 잎을 하나 둘 흙 끝에서 뽑아 올린다. 

'딸기'는 올봄 노지 딸기의 맛을 내게 선사할 수 있을까?



 갑자기 한쪽에서 무언가 걸어온다.. 비둘기 한 마리가 화단에서 자주 무언가를 먹었는지 능숙하게 걸어와서 부리를 땅에 박고 헤집는다. 봄 공기를 느끼는지 여유롭게 걸어 다닌다. 여느 비둘기와 어울리지 않고 색도 혼자 특이한 녀석이다. 

산비둘기는 항상 꿩처럼 짝을 지어 다니던데 도시의 비둘기는 인간들처럼 혼밥족이 유행인가 보다. 


 

화단의 국화꽃이 씨를 옮겼는지 담벼락에서 '국화잎'을 틔운다. 

잘 자라 가을이면 꽃을 피울 것이다. 작년에 조금 수확해 먹었던 '청갓'이 씨를 뿌리지 않아도 천연덕스럽게 자라 있고, 뿌리만 땅에 묻어뒀던 '파'가 녹색 잎을 쑥쑥 올리고 있으며, 수년 전 제주에서 주워왔던 '선인장'은 올해도 한층 올리려는지 기초공사 중인 듯하다. 

작년에 약초로 썼던 '어성초'는 줄기를 땅에서 뽑아내고 있고, 이곳이 고향이 아닌 '삼채'는 따뜻한 실내에서 나와 그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다육식물'인 선인장도 올봄에는 아이를 순산해 튼튼하게 자라는 중이다. 


봄은 꽃이 피기 전 땅으로부터 작은 식물로부터 이미 시작되었음을 이렇게 조용히 보여주고 있다. 

봄, 연둣빛 아가들의 삶의 아우성은 보드라워진 흙으로부터 조용히 다가온다.  




2017.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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