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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뒤뜰에 찾아온 작은 봄 식물 아이들

히아신스, 돈나물, 개똥쑥, 산부추, 국화, 어성초, 청갓, 제주 선인장

by 김태연

http://cafe.naver.com/hongikgae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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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느닷없이 겨울의 긴 주름을 펴며, 하나둘 일어난다.

얼었던 땅은 조금씩 부드러워지며 땅의 본연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흙을 밀어내고 연둣빛 노란빛 머리를 들이미는 어린 초록 생명들이 있는지 인사를 하러 뒤뜰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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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대 없이 뒤뜰을 뒤적거리다 발견한 어린 풀들을 보고, 카메라를 가져와 기록하며 비밀스러운 봄을 만끽하는 시간들이다.

외국에서 온 꽃인 '히아신스'가 누렇고도 연둣빛 머리를 들이밀고, '돈나물'은 벌써 거미줄 같은 줄기들로 땅에 바짝 엎드려 공간을 확보하는 중이다. 한쪽 끝을 떼어먹으니 단맛이 봄맛이다.

'개똥쑥'은 어린잎이 특유의 허브 향으로 손끝을 물들이고, '산부추'는 잎을 하나 둘 흙 끝에서 뽑아 올린다.

'딸기'는 올봄 노지 딸기의 맛을 내게 선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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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한쪽에서 무언가 걸어온다.. 비둘기 한 마리가 화단에서 자주 무언가를 먹었는지 능숙하게 걸어와서 부리를 땅에 박고 헤집는다. 봄 공기를 느끼는지 여유롭게 걸어 다닌다. 여느 비둘기와 어울리지 않고 색도 혼자 특이한 녀석이다.

산비둘기는 항상 꿩처럼 짝을 지어 다니던데 도시의 비둘기는 인간들처럼 혼밥족이 유행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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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의 국화꽃이 씨를 옮겼는지 담벼락에서 '국화잎'을 틔운다.

잘 자라 가을이면 꽃을 피울 것이다. 작년에 조금 수확해 먹었던 '청갓'이 씨를 뿌리지 않아도 천연덕스럽게 자라 있고, 뿌리만 땅에 묻어뒀던 '파'가 녹색 잎을 쑥쑥 올리고 있으며, 수년 전 제주에서 주워왔던 '선인장'은 올해도 한층 올리려는지 기초공사 중인 듯하다.

작년에 약초로 썼던 '어성초'는 줄기를 땅에서 뽑아내고 있고, 이곳이 고향이 아닌 '삼채'는 따뜻한 실내에서 나와 그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다육식물'인 선인장도 올봄에는 아이를 순산해 튼튼하게 자라는 중이다.


봄은 꽃이 피기 전 땅으로부터 작은 식물로부터 이미 시작되었음을 이렇게 조용히 보여주고 있다.

봄, 연둣빛 아가들의 삶의 아우성은 보드라워진 흙으로부터 조용히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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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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