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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Mar 31. 2017

길은 다음에도 이어진다ㅡ올레19코스, 둘째 날

4.3 제주항쟁 유적지, 북촌 동굴, 김녕 서포구, 다금바리, 자리돔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 안개에 가려진 바다가 나를 반겨준다.

아침밥을 챙겨 먹고 커피를 마신 뒤 버스시간을 보니 7시 28분이 시내로 가는 첫 버스다. 

길을 이어가기 위해 서둘러 챙겨 달려 나가니 모퉁이를 도는 순간 버스가 가버렸다. 

'한 시간에 한번 있는 버스인걸...'

망연자실 앉아 있으니 서 계시던 할머님께서 어디 가냐고 물으신다. 

함덕 근처로 간다고 하니 다음에 있는 7번 버스를 타고 중앙로에 가면 함덕 가는 버스가 많이 있다고 하셔서 믿고 기다린다. 사실 다른 방법이 없다. 하지만 항상 차선책은 있는 것 같다. 

3시에 동생과 '바다낚시'를 약속해서 시간을 조금 아껴 써야 하기에 서둘러 간다. 

검색해보니 말씀하신 곳보다 조금 더 가면 어제 길을 끝내지 못했던 '북촌 다려 마을 정류장'에 갈 수가 있다. 

할머님 덕분에 최선책에 가까운 차선책을 선택할 수 있었다.

701번을 타니 앞뒤로 대만 말을 하는 젊은 여행객들의 소리가 들린다. 

그래도 외국인이 보이니 한편으론 고맙다. 아니 그들이 우리에게 고마워해야 하겠구나. 



정류장에 내려 어제 걸었던 길을 다시 걷는다. 

같은 길이지만 내 마음이 어제보단 여유로우니 길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선사 유적지인 '북촌 동굴'을 살펴보고 이제 눈뜨기 시작한 벚꽃을 근접해서 바라본다.  

계절과 어울리는지 모르겠지만 담 넘어 '금귤' 이 앙증맞다. 

4.3 항쟁 이후 몇 년 끊기었다는 마을의 안녕을 비는 '포제단'이 마을 한쪽에 한적하게 있다. 

큰 도로가를 지나 어제 끊겼던 길을 따라간다. 길은 역시나 산길을 계속 가로질러 '동복 교회'를 지나 '솔숲'을 가로질러 '동복리 마을운동장'에 도착한다. 거기서부터 두 마을로 갈라지는 의미의 '벌러진동산입구'에서 숲길로 다시 간다. 이 길을 어둠 속에 갔다면 10중 10 길을 잃어버리고 되돌아왔을 터이다.

동백과 우거진 나무숲과 이끼 낀 바위를 지나기를 30여분 김녕의 농로가 확 터진다. 

농로를 따라 청보리와 벌들로 가득한 유채꽃밭을 따라간다. 오늘은 해도 따뜻하고 하늘도 파래서 그냥 지나갈만한 흔한 풍경도 따뜻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 남흘동 따뜻한 풍경의 마을을 '백련사'를 통해 지나쳐 '김령 서포구'에 도달해 19코스의 끝을 찍는다.




서둘러 제주시로 돌아가 남동생과의 약속을 위해 '남흘동 정류장'으로 서둘러 간다. 

마침 일반 렌트차가 서 있는데 운전자분이 제주시까지 태워주신단다. 감사한 마음에 짐을 실어 뒷좌석을 차지한다. 어머님과 따님이 제천분이시라는데 말씀도 따뜻하게 하시고, 가보지 못했던 중문에 '소천지' 이야기를 해주신다. 두 모녀께 너무 감사하고 다음에 꼭 들려봐야겠다 생각한다. 덕분에 일찍 제주시에 도착해 제주의 아름다운 바다에서의 낚시를 위해 약속한 장소로 간다. 




동생을 만나 낚시를 위해 특별히 구입한 새우를 바늘에 걸어 물에 넣는데 2주 전에 2시간에 열 마리를 잡았다는 포인트에서 물고기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30여분 그 자리에서 넣었다 뺐다를 하더니 반대편으로 자리를 옮긴다. 자리를 옮기고 드디어 한 마리를 잡는다. 처음 잡는 물고기라 이름도 모르지만 전에 동생이 잡은 '자리돔'은 아니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 중요한가? 

물고기가 잡혔다는 게 중요하다. 

그 후 다시 한 시간여 다시 아무런 소식이 없다. 먹으려고 아껴뒀던 참치캔을 발견해 떡밥으로 쓰지만 효과가 없고, 앞쪽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 자리에서 갑자기 물고기가 잡히더니 연속 세 마리를 낚는다. 

역시 낚시운은 자리운인 듯하다. 

해가 보이지 않자 짐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와 요리에 소질이 있는 동생이 손질한 후 중탕으로 찜을 한다. 

양이 많지 않을 듯 해 식사는 따로 시키고 익는 데로 맛을 본다. 

맛을 보니 자리돔은 광어와 맛이 비슷하고, 새로운 물고기는 우럭과 맛이 비슷한 것 같다. 

맛이 나쁘지 않아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다금바리(자바리)와 똑같이 생겼다. 

무슨 고기인지 알지도 못하고 먹은고기가 그 비싼 다금바리였다니..

새삼 놀라웠다. 


'내 생에 처음 먹은 다금바리야 미안하구나. 이름도 모르고 먹다니....' 


제주에선 어메이징 한 일들이 일상생활이 된다. 




2017.03.30

https://brunch.co.kr/@2691999/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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