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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Mar 31. 2017

봄 제주는 노랑이 천지다ㅡ올레19코스, 첫날

함덕해수욕장, 서모 오름(서우봉), 북촌항, 너븐숭이 4.3 기념관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익숙해진 공항 가는 길은 이제 설레는 것보단 그리움이 더한 곳 제주로 가는 길이다. 

구름이 그리고 일출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쇼를 감상하면서 흐린 제주 하늘을 날다 공항에 도착한다. 바로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 있는 동생집에 들러 짐을 전달하고 동생이 찾아놓은 식당에서 식사를 맛있게 한 후 내일 시간을 약속한 다음 701번 버스를 타고 '조천 만세동산'으로 이동한다. 제주에 중국인이 줄어 분위기가 별로라더니 확실히 조용해진 것 같다. 어디를 가도 들리던 하이톤의 중국어가 이젠 한국어로 대체된 것 같다.



 '조천 만세동산'에서 노란 유채꽃과 청보리 길을 걷다가 바다를 따라 걷는다. 

양식장에서 물고기를 구경하며 사진을 찍다 '정주항'을 거쳐 '함덕해수욕장'에 도달한다. 

함덕 바다는 모래가 있고, 물이 맑아 에메랄드빛 바다색을 재현해준다. 

해수욕장은 상당히 길어서 해변가 숙소를 지나 '서모 오름'(서우봉)이 보이고 거기서부터 또다시 시작이다. 

'서모 오름'은 '서우봉'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일제 잔재로 주민분들이 싫어하신다고 해서 여기선 '서모 오름'으로 부르기로 한다. 또한 의미는 소가 육지 쪽 산으로 간다는 길한 의미로 마을분들이 사랑하는 오름이다. 




풍경이 아름답게 보이고 해가 나기 시작해 자리를 깔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제주바다는 검은 돌 뿐이라서 먹물을 이용해 그리는 재미가 있다. 돌을 구성하고 '서모 오름'을 그린 다음 바닷물을 표현하자니 그 아름다움을 표현하기가 많이 벅차다. 하지만, 나름 성의껏 그려 완성한 다음 해변을 걷는다.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다 같이 머릿속을 비우고, 바다가 주는 소리와 색과 바람을 채우며,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거닐고 있다. 

아름다운 그 길을 걷다가 막다른 곳에서 바라보기만 했던 그 오름을 오른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함덕해수욕장'의 모습이 아름답다. 오를수록 오를수록 아련한 그 모습이 함덕을 다시금 쳐다보게 만든다. 오름을 넘어가는데 아주머니 아저씨께서 무언가를 캐고 있어 살펴보니 '달래'다. 

약간 파처럼 원통형의 풀을 찾아 뿌리째 뽑으면 동그란 뿌리가 같이 나오는데 그게 '달래'다.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보여주려 딱 세 개만 캐온다. 



내리막길을 내려와 벽화가 그려있는 마을을 지나쳐서 '북촌'에 다가가니 '너븐숭이 4.3 기념관'이 나타난다. 둘러보고 묵념하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기를 꼭 빌어본다. 

북촌에는 그런 4.3 항쟁의 유적들을 도는 코스들이 있다. '환해장성'을 지나 마을의 안녕을 비는 사당 같은 '가짓당'(구짓머루)를 바라본다. '다려도'를 보며 그곳으로 죽음을 피해갔을 어르신들의 고통을 생각한다. 해녀분들이 소라, 고둥과 톳을 채취하시는 모습이 오버랩되어 죽음의 공간이 삶의 공간으로 다시 보인다. 



올레길 표시와 4.3 유적길 표식이 헷갈려 4.3 유적길로 따라가다  '북촌리 다려마을'이란 버스정류장에서 멈췄다. 힘들어서 쉴 겸 커피와 빵을 먹는데 대형견 한 마리가 다가오길래 빵 한 조각을 주었더니 내가 가는 길을 계속 쫒아온다. 

처음엔 그냥 따라오다 말겠지 했는데 올레길 표식이 있는 곳까지 되돌아갔다가 산길 쪽으로 한적한 곳을 가는데도 계속 쫒아온다. 또 먹을 것을 바라는지 친해지고 싶어서인지는 몰라도 한편으론 든든하고 부담스럽다. 

하늘은 어두워오고 녀석이 앞장서주어 두려움은 없지만 중간산 지역은 가로등이 없어 정말 칠흑 같은 어둠이기에 다시 돌아서 녀석을 만났던 자리에 되돌려 보내고, 701번 버스를 타고 제주시 도동항 '안 브런치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온다.   



2017,03,29

https://brunch.co.kr/@2691999/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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