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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Jan 08. 2018

제주도 올레길 추자도 18-1 둘째 날, 돈대산의 비경

신양항, 황경헌의 묘, 엄바위 장승, 돈대산, 추자교, 추자항, 일몰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섬에서의 밤 시간은 엄청 느리게 간다. 

바람소리에 잠에서 깼다 일어났다 반복하기를 여러 번 그렇게 오기 싫었나 보다.  

2017년 마지막 날의 아침, 그녀가 무섭게 다가온다. 

들척이는 밤의 투정을 매몰차게 무시하고 추자도 하나 있는 편의점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게스트하우스 주인의 말대로 5분 전에 나가서 7시 버스를 기다린다. 

7시 버스는 안 오고 안내문을 자세히 보니 주말은 8시부터 운행이란다. 

'등대공원'을 돌아 일출을 볼 수 있을까 앉아있다가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온다. 

뜨거운 커피 한잔하고, 다시 8시 5분 전 나가 전화를 하니 출발해서 이미 다리 위란다.. 하하하 

전화로 안내하는 분과 이야기를 하는 중 버스가 온다. 버스 아저씨가 미안하다는 말을 연신하시며 사장님께 혼나겠다며 어제 제삿날이었다고 하신다. 

안 혼나셨길 빌며 나의 스케줄을 챙기기 위해 배 회사에 전화하니 오늘 오후 배는 결항이란다. 

'에고, 계획했던 1월 1일 한라산 일출은 물 건너갔다.'








그대로 버스를 타고 '신양항'으로 간다. '신양항'에서 조금 걸으니 '모진 해수욕장'이다. 

몽돌해수욕장으로  작은 규모에  떠오른 해가 따사롭다. 

그 해를 따라 언덕길을 굽이굽이 올라간다.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황경헌의 묘'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시원하다. 

조금 더 길을 내려가며 정난주 마리아가 제주도로 가며 노비로 살게 될 아기를 갯바위에 놓고 죽었다고 이야기한 그 자리 '황경헌의 눈물의 십자가'를 보고,  섬 둘레길을 따라 길이 아름다워 스케치하는데 하늘이 점점 검게 변하며 비가 내린다. 

역시 섬은 적당한 시련과 단사탕을 준다. 

원래 섬 날씨는 하루에 여러 번 바뀌니까....  













'예초리 포구'에서 무언가 말리는 분이 있어 물어보니 '몸국'에 쓰는 '몸'이란다. 

간단히 식사를 하고 보니 예초리에서의 날씨가 다시 맑아졌다. 몸도 조금 따뜻해졌다. 바닷바람은 불지만 따뜻한 동네 정서가 녹아 있어서 그런가 보다. 

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는데 단체로 와서 단체로 다 사라졌다. 

마을 분들은 서로 쓸쓸하기에 서로 의지가 많이 될 듯싶다. 

마을에서 나서서 바로 보이는 '엄바위 장승'은 진짜 장승을 상상했는데 엄청 커다란 바위가 마을 입구를 버티고 있다. 버티고 선 모습이 엄청 듬직하다. 미니 산방산 같기도 한 것이 무언가 기묘하게 생겼다.  

'엄바위 장승'을 지나 '학교 가는 길'을 거쳐 '돈대산 정상'으로 오른다. 

임도길을 따라 30여분 오르니 정상에 다 왔다.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은 섬산들이 그렇듯 울퉁불퉁 아름답게 생겼다. 한쪽으로 빛이 조화를 부리며 태양이 기울어지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정리보다 새로움의 시작에 더 환호한다. 

그래서인지 내일 있을 '일출'을 위해 준비하지 오늘 정리할 마지막 해에 대해 무관심하다. 

하지만, 유종의 미라고 하지 않았는가? 오늘을 잘 정리해야 내일을 맞이할 수 있다. 정리하는 맘으로 섬의 반쪽을 해가 지는 모습을 그리기 시작한다. 

요즘 그림을 그릴 때 맛있는 색깔로 요리하는 기분이다. 

그렇게 2017년 마지막 그림을 떨어지는 해와 함께 그려내고, 마지막 길을 마무리하기 위해 걸어 내려온다. 









하추자도 '정수장'을 돌아 내려와 도로 옆 숲길로 한참을 걸어가니 '추자교' 다리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 어둑한 마을을 지나쳐 '상추자항'에 도달한다. 

숙소로 들어와 그린 그림을 올레지기님께 보여드렸더니 위치가 어딘지 한 번에 알아내신다. 

3년 반 동안 시간과 피와 땀을 투자한 곳이라 한눈에 알아보는 법이리라. 

'올레길'을 완주하고 어제부터 으슬으슬하던 감기가 조금씩 더 심해지기 시작해 일찍 잠을 청한다 





2017,12,31

https://brunch.co.kr/@2691999/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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