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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Aug 28. 2017

평화의 공원 , 하늘공원 , 노을공원, 난지 한강공원

여름의 마지막에서, 가을 냄새를 맡다

http://cafe.naver.com/hongikgaepo


두 달이 지나도록 일요일은 비였는데 오늘 비 소식이 없어 편안한 맘으로 느지막이 몇 년 전 가보았던 월드컵 경기장 옆 '하늘공원'에 가기로 한다.

'월드컵 경기장역'에 내려 '불광천'을 따라가다 길 건너 '평화의 공원'을 따라 올라간다.

가운데 커다란 호수가 있는데 그 호수 주변으로 볼거리들이 은근 많다.  

왼쪽 끝으로부터 돌아가면 데크로부터 바라보는 아름다운 수풀들이 자연스럽게 있고, 데크를 조금 더 위쪽으로 올라가면 꽃들이 하나 둘 자기만의 공간을 차지한다.

조금 더 올라가니 2015, 2016년 정원박람회 작품들이 자리를 잡고 위치해 있다.

1번으로 제일 먼저 보이는 정원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주제로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 이란 정원이었고, 그 뒤로 2번은 아이가 되었을 때 갖고 싶은 정원으로 만들어 졌다. 라운드형 의자가 아이들만 들어가서 편히 바라볼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었다.

어른 아이인 나도 억지로 그 공간에 앉아본다.

자신만의 공간이 있다는 것은 무척 행복한 것이라 생각한다.

가꾸고 투자하고 만들어서 나에게 속하게 하는 것 그것이 땅이든 사람이든 자신에게 속한 대상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이미 갖고 있는 자신의 공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커다란 우주로 만들어 쓸 수도 있다.

미로정원을 비롯해 다양한 정원을 살펴보다 아이들이 놀고 있는 개울을 지나 '하늘공원'으로 가는 '구름다리'를 건넌다.




'구름다리'는 꽃으로 가득해 꽃다리처럼도 여겨진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왼쪽으로 나무가 쭉 늘어선 '메타세콰이어 길'인데 전에 와본 기억이 있어 사진만 찍고,

지그제그 모양의 나무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처음엔 상당히 길어 보였는데 몇 번 오르내리니 이제 내려다보이는 풍경만 바라봐도 금방 정상에 다다른다.

오른쪽 길로 올라가는데 북한산 자락이 아름답게 멀리 펼쳐있다. 그리고 싶은데 조금 늦은지라 서둘러 길 따라간다. 하늘공원 입구에서 아직 푸릇한 '억새'를 바라보니 마음이 조금 포근해진다.

그 '억새밭'을 거닐며 사진을 찍는다.

한강변 풍경을 내려다보기 위해서 너머에 있는 데크가 있는 길로 가로질러간다. 데크에서 바라보는 한강에선 '양화대교'와 '선유도' 그리고, 이제 튼튼한 다리를 만들기 시작한 '월드컵대교'도 '한강'은 항상 아름답다.

내가 가지고 있지만 너무 익숙해 존재감이 희미한 하지만, 누구도 부러울 것 없는 나의 텃밭 같은 우리의 강이다.

풍경을 내려보다 하늘공원 전망대인 '하늘을 담는 그릇'으로 간다.

사람이 많았는데 잠깐 사람이 없어 즐겁게 둘러보다가 역시나 억새들 위로 '북한산'이 아름다운 조각처럼 멀찌감치 새워져 있어 물감을 꺼내 아름다운 그 모습을 가볍게 담는다.

그 모습을 담는 나를 담으려는 외국인도 있어 흔쾌히 허락한다. 그림을 그리니 사람이 많아져 조용히 조심히 그 자리를 떠난다.

한강쪽을 따라 공원을 걷다가 '하늘공원'에서 '노을공원'으로 넘어가는 데크를 찾는다



예전 '서울시립 미술관 레지던시'에 상주하던 작가의 초대로 왔던 레지던시가 두 공원 사이에 있다.

그 공간을 지나쳐 '노을 공원'으로 올라가는 입구를 찾는다. 올라가는 길에 맹꽁이 전기차가 올라가는데 나는 길을 조금 더 알아볼 요량으로 걸어가 본다. 걸어서 가는 길에는 나무가 울창히 사열해 있고 10여분 올라가니 노을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도달한다. 조형물이 반기는 그곳에서 숲으로 들어가니 '반딧불이 서식지'가 습지로 조성되어 있다. 아직 날이 밝은 데다 계절이 늦어 반딧불이를 보기 힘들 것 같아 사진만 찍고 지나친다.

참고로 반딧불이는 6,7월에 활동이 왕성하단다. 길을 따라 광장에 도착하니 화장실도 모양이 독특하다.

잠깐 숨을 돌린 후 길을 걷는데 어두워져도 조명이 켜지지 않아 조금 으스스하다. 전망대에 아이가 있는 한가족이 있는데 어둠 속에 서로 경계하는 것 같아 조용히 지나친다.

조금 걷다 보니 매점과 캠핑 인포메이션이 보인다.

오늘은 일요일 밤이라 모두들 짐을 싼 듯 맹꽁이 차를 기다린다.

다음에 캠핑을 한번 와보면 좋겠다 생각한다.




나무계단을 내려와 '난지 한강공원 생태습지원'을 거닌다. 뱀이 발견된다고 해서 바닥도 유심히 보며 걷는다. 밤에 낯선 방문자가 놀라웠는지 새들이 푸드덕 날아오른다.  '링워크'를 걸으니 이곳 동물들이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예전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필립아일랜드에서 봤던 펭귄 서식지가 떠오른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공존한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조용히 나와서 한강변을 걷는다.

낚시를 하는 분도 계시고, 캠핑장에서 즐겁게 담소를 나누시는 분들과 한강을 걷거나 뛰는 분도 계신다.

평화로운 이 공간에서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나를 돌아본다.  






2017.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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