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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Nov 27. 2017

겨울비로 눈과 안개가 그득한 영봉의 '월악산'

충주호, 덕주사, 마애불, 송계 삼거리, 영봉, 제천, 동창교

http://cafe.naver.com/hongikgaepo



겨울, 비가 내린 후면 습한 공기가 폐부를 깊게 찌른다. 

이 무거운 공기, 공기를 짜도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빗물 섞인 공기를 헤치며 새벽을 가른다. 

어느덧 '겨울비'란 말이 어색해지지 않는 계절이 왔다. 

이맘때 산을 가기 위해 새벽을 나서면 어둠이 여전히 남아있다. 

오늘은 그간 다녔던 주변의 산들인 '도락산' '중봉' '제비봉'의 본류인 '월악산'을 가기 위해 열심히 출발지로 나선다. 





차에서 보이는 '충주호'는 백조의 호수처럼 겨울 호수의 아름다움을 냉정하게 보여주고 있다. 

비 온 뒤 산은 한 장의 수묵화와 같다. 

검은 먹색이 온 풍경에 스며들어있다. 

비에 일부 녹지 않은 잔설은 여백이다. 

이제 빨간 노란 원색의 칼라보단 무채색이 중후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흰색과 검은색이 스타카토를 찍는다.  


바위 절벽의 아름다운  '학소대'와 '덕주 문'을 거쳐 '덕주사'를 지난다. 

신라 '덕주공주'가 오빠 '마의태자'와 망국의 한을 달래며 '덕주사'를 짓고, 아버지 '경순왕'을 그리워했다는 전설이 있는데 오빠 '마의태자'의 꿈에 관세음보살이 서쪽 서천에 이르는 큰 터에 불사를 하고, 석불을 세우고 북두칠성이 마주 보이는 영봉을 골라  '마애불'을 조성하여 만백성에게 자비를 베푸는 걸 잊지 말라 하여 

'마애불'을 조각하여 8년 세월을 보내니 그곳이 '덕주사 마애불'이라고 한다. 

오르는 길이 완만해서 힘은 덜 들지만 시간과 거리가 많이 소요된다. 

'마애봉'에서 간단한 요기와 커피를 마시며, 능선을 따라 한참을 걸으니 '영봉'이 함께하는 봉우리가 헬기장에서 한눈에 그득 찬다. 

그 모습을 놓칠 수 없어 그 자리에서 식사를 하고 물감을 조리해서 그림이란 음식을 만든다.













바로 밑으로 내려가니 '송계 삼거리'다. 

여기서 '영봉'까지 갔다 원점회기해야 해서 서둘러 '신륵사 삼거리'를 지나 오른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눈이 점점 더 많이 보이고, 얼음이 바닥에 깔려 미끄러워질까 조심스럽다. 

정상에 대한 이름이 궁금해져  안내판을 보니'영봉'이란 명칭은 '백두산'과 '월악산'이 유일하게 '영봉'이라 쓰며 '월악산'의 과거 지명은 '월형산' '와락 산'이라고도 했단다. 

'와락 산'은 왕건이 고려를 건국할 때 개성의 '송악산'과 중원의'월형산'을 경쟁하다 개성으로 도읍이 정해지는 바람에 도읍의 꿈이 와락 무너졌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가파른 철계단을 올라 영봉에 도착한다. 

'영봉'에는 바람이 많아 추울 거라 생각했는데 비도 그치고 해가 나와 맑아졌지만 멀리 '충주호'까진 보이지 않는다. 

사진을 찍곤 하산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아 서둘러 스틱을 편다. 

오르는데 덜 필요하더라도 내려가는 데는 스틱이 아이젠 역할까지 해줘서 꼭 필요하다. 








아까 왔던 길을 원점 회귀해서 '송계 삼거리'까지 삼십여 분 만에 되돌아온다.

눈을 헤치고 얼음바닥을 지나왔더니 길이 편안해진다. 

송계 삼거리로부터는 돌계단과 철계단의 연속이다. 내려오면서 '영봉'쪽을 보니 다시금 잘생긴 모습에 자꾸 뒤돌아 보게 된다. 

2시간 비슷한 길을 내려가니 마치 '지리산 중산리'로 내려가는 기분이다. 

계곡에는 물이 말라 간신히 졸졸 물이 흐르고, 간혹 푸른 잎들이 보인다. 밑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다. 

하산길 끝에 있는 '지광사'와 '동창교'를 지나 서울로 출발하는 버스에 제시간에 탑승한다. 

오면서 보이는 버스 창가에서의 충주호 관람은 저녁 석양과 어우러져 빨간 석류알이 물속으로 숲 속으로 숨는 것을 느끼며 단잠 속에 빠진다.  





2017,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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