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연 Dec 26. 2017

겨울비가 눈꽃으로 바뀌는 마법, 덕항산과  '환선굴'

덕항산, 지각산, 환선봉, 환선굴, 삼척, 태백, 눈꽃


http://cafe.naver.com/hongikgaepo


비가 온다... 

겨울비가 추적추적 오는데 여느 때처럼 오전에 오고 그칠 비가 아닌 것 같다. 

보통 밑에 비가 오더라도 산꼭대기에는 눈이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날이 따뜻해 그럴 기미도 없어 보인다. 

날씨와 산은 서로 민감하다. 

이번 산행은 우중산행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안 그래도 크리스마스이브 산행이라 슬쩍 블루 크리스마스 기분이 나는데 비가 분위기를 더해 준다.



산행 시작 지는'삼수령'에 잠깐 멈췄다가 '하사미교'라는 다리에서 시작한다. 

어디로 올라가는지 선두를 따라가지 않으면 가는 길을 정말 모르겠다.

'예수원'이라는 종교 공간을 지나며 이곳이 상당히 깊은 산속으로 느껴지는 게 계곡물이 얼고, 이끼가 장난 아니다. 자연이 숨 쉬는 이 공간에서 시작하는 산행은 비로 추적추적 묵직하다. 

계곡길을 따라 가벼운 임도길을 오르는데 빗물로 땅이 질퍽하다. 

그렇게 오르길 한 시간....

비가 점점 덩어리로 바뀌는 걸 느낀다. 

마치 백설기 떡 하얀 고물을 아니 카스텔라 가루를 조금씩 뿌리듯 비가 눈으로 바뀌는 마법을 본다. 

눈이 쌓이기 시작한다. 

태백은 그리고 삼척은 고도에 따라 달라지는 날씨로 산의 높이마다 온도가 다르다. 

당연히 비는 눈으로 바뀐다. 

그 하예지는 마법을 보며'구부시령'에서 꺾어 '새메기 고개'를 넘는다. 고개를 넘으며 점점 안개와 눈에 어우러진 동화같이 아름다운 풍경에 우울했던 가슴이 따뜻해진다. 

그렇게 30여분 '덕항산'(1071)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서 다시 능선을 타고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며 걷는다. 

눈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그림들은 비슷한 듯 하지만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한라산 같은 큰 산은 눈에 푹 파묻혀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반면 이제 오면서 만들어진 태백산 줄기의 순수한 풍광은 마치 첫눈이 나리는 순수한 따뜻함이 있는 것 같다. 

그 아름다움을 느끼며 사진 찍기 놀이를 하다 사거리 쉼터에서 간식을 먹는다. 

눈을 피해 옆에 같이 오신 분의 임시 텐트에 잠깐 피해 들어가 간식을 먹고 서둘러 산을 다시 탄다. 

사진을 찍으며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가다 '지각산' 환선봉 (1079)에 도착한다. 

사이 계곡의 모습이 아름다워 잠깐 눈을 맞으며 그릴까 고민하다 '환선굴'까지 3킬로가 더 걸린다는 이야기에 급히 식사를 하고 달려 내려간다. 

눈꽃을 감상하며 '자암재'를 지나 '제2전망대'까지 한 시간여를 묵묵히 달리다 보니 어느새 눈이 비로 바뀌고 있다. 

땅도 질퍽하여 봄산 같아 아이젠을 빼고 스틱에만 의지해 달린다.

하산길이라 내리막만 있을 듯한데 오르락 내리락이 심하다. 

'제2전망대'에서는 아름다운 기암괴석은 안 보이고 안개로 그득해 바로 앞과 산의 실루엣 정도만 보인다. 

철계단길을 지나 산속 굴 앞에서 시간을 보낸다. 

길이 없는데 친구가 알아본 대로 굴을 통과해 내려간다. 

급한 내리막길을  지나 나타나는 안개 자욱한 숲속길을 걷자니 다시 쓸쓸함이 밀려온다. 

마치 북유럽의 사람 없는 숲 속 길을 걷는 기분이다. 

굽이굽이 미끄러운 길을 내려가다 보니 '제1전망대'가 나오는데 역시 안개에 가려 볼 수가 없다. 

다시 또 오라는 산의 배려라 생각하고 욕심 없이 가는데 환선굴 입구 표지판을 발견한다. 





'환선굴 입구'에서 티켓을 사기 위해 옆에 오피스에 들러 시간을 체크한다. 

오늘 산행 대장님께서 30분이면 '환선굴'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왔는데 직원분이 단호하게 한 시간 걸린다고 이야기하신다. 

이런.. 

버스 출발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아름다운 굴의 모습을 놓치기에도 아까워 30여 분만 입구의 모습만이라도 관람하기로 하고 서둘러 움직인다. 

굴의 크기는 상당히 큰 편이었다 그 큰 굴 옆쪽으로 아기자기한 교과서에서나 봄직한 모습들이 펼쳐져 있었다. 굴 내부에 '폭포'도 있었고 굴이 만들어 놓은 '양'의 모습이나 '뱀머리' '만리장성'같은 정교한 자연의 조각품들도 인상적이었다. 

앞쪽 부분만 잠깐 둘러보고 다음을 기약하며 동굴을 돌아 나와 20여분 걸어서 내려간다. 

날이 조금씩 갠다. 

산이 안개구름에서 조금씩 벗어나며 놀리는 것 같기도 밀당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많이 개발되지 않은 소박하기도 한 모습으로 계곡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서울로 돌아가려는 차를 찾았다.  







2017,12,24


매거진의 이전글 뇌를 얼려버리는 칼바람의 비로봉 소백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