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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Feb 04. 2018

캐나디안이 절대 부럽지 않은 제주 폭설 한라산 눈 풍경

둘째 날, 제주도, 제주, 한라산, 폭설, 사라오름, 상고대, 눈꽃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어제 통제되었던 '한라산'이 인터넷 상으로 통제가 풀렸다.

눈폭탄이 내리긴 했지만 어제 하루 제설작업이 있었을 테니 오늘 내심 기대를 하고는 있었다.

인터넷 상으론 통행 가능으로 떠 있어 반갑지만 어제 그랬듯이 급변하는 일정에 혹시 몰라 새벽에 확인 전화를 꼭 해보기로 한다.

어제 게스트하우스 방에서 만난 분이 '백록담'을 본 적이 없다고 보고 싶다고 하셔서 같이 일정에 나선다.

그를 g라고 이야기한다


682 성판악으로 가는 버스는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고, 편의점에서 급한 식사를 하고 버스를 탄다.

버스에서 보이는 한라산 가는 도로는 어둠에서 양쪽으로 하얀 눈 덮인 모습만 보여줘 마치 하얀 사슴뿔 같은 나무들이 차를 위협을 하는 것 같다.

'성판악 휴게소'에서 눈으로 뒤덮인 길을 헤치고, 휴게실 가서 '아이젠'과 '스패츠'를 찬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하얀 눈 세상은 흰 종이를 물에 담근듯한 색깔이다.

무채색엔 색이 없지만 감탄이 있다.

초입부터 아름다운 눈의 형상에 카메라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카메라의 발목 잡음에 마음이 급한 g가 저녁에 비행기 예약해 놓은걸 생각하며 이 길은 하나니 앞서 가시면 따라가겠다고 이야기하고 먼저 보내드린다.

눈은 올라 갈수록 많아진다. 하지만, 길은 우리보다 더 부지런한 제주분들이 먼저 내놓아준 길로 힘들지 않게 원웨이로 간다.

'전나무숲'이 나오고 전나무에 그냥 밀가루를 원 없이 부어놓은 듯한 모습에 캐나다 나무들이 생각나서 아무런 욕심이 없어진다. 전나무의 아름다움이 끝나갈 때쯤 조금씩 나리는 눈발과 함께 '속밭 휴게소'가 나온다.

그곳에서 아침에 내려온 커피와 함께 어제 파지로 농장에서 받은 한라봉 하나를 꺼내 문다.

'한라산'에서 '한라봉'을 입에 무니 별 아쉬운 게 없다.

머릿속은 하얘지고 그냥 눈이 즐겁고 눈을 보는 게 즐겁다.




한참 더 올라가니 눈의 양은 많아지고, 그 하얀색의 향연에 눈이 시리단 말이 적합해 보여 잘 쓰지 않던 표현들이 분수를 이룬다.

조금씩 '상고대'가 보여 '사라오름'에 다가왔음을 느낀다.

한라산 상고대는 마치 장인이 염장하듯 소금으로 얇게 뿌린 눈이 달라붙어 눈으로 먹기 좋은 느낌이다.

'사라오름'에 도착해 시간을 체크해보니 올라가기 가능한 시간이다.

좁은 눈길을 오르며 10여분 만에 오른 사라오름은 백지처럼 하얀 투명한 호수 위에 공연 준비를 막 마친 최대 크기의 '백조의 호수 공연장'이다.

이 아름다움을 그냥 지나쳐가는 분들은 다음에 꼭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다시 내려와 '진달래대피소'로 올라간다. 동절기엔 12시 이후부터 통과시키지 않는다고 하니 가능하면 서둘러 가는 게 좋겠다.

'진달래 대피소'까지 한달음에 달려 올라가 사발면과 김밥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올라가려니 멈췄던 눈발이 다시 짙어지고 안개까지 밀려온다.

'이러다 '백록담'은 보이지 않을 것 같은데....'

대피소를 통과해 경사가 점점 심해지는 길을 올라가다 보니 나무에 눈꽃이 마치 뼈대를 이룬 집처럼 그 하얀 속 뼈대들은 보여주어 마치 은은하고 찬란한 후광처럼 빛을 발한다.

한라산에서 다급하게 내려오는 어떤 이가 아는 척을 한다.

g다.

정상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듣고 '사라오름'을 꼭 들러가란 이야기를 해준 후 헤어진다.

한라산 정상에 점점 다가갈수록 위에서 내려온 사람들의 머리가 백발이 되어 내려온다.

머리에 맺힌 '눈꽃'에 모두들 나이를 초월한 듯 보인다.

이 높은 곳까지 대가 없이 아름다움을 만끽하러 온  분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느꼈으리라..

가끔 내려오는 분들 중 기분이 너무 좋아 관음사가 막혔다는 등 위에서 통제를 한다는 등 어린아이처럼 양치기 소년이 되어 떠드는 분이 계시는데 이 자리를 빌려 말씀드리니 '허언증'은 병이므로 고치시기 바란다.

위에서 내려온 사람들의 말은 반만 믿으시라..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빨리 정상에 가야 하는데..'

밧줄에는 눈이 붙어 천 개의 칼날처럼 날을 세우고, 바람이 거세 오히려 눈이 붙어있지 못한다.











정상에 올라서자 많은 사람들이 하얀 안갯속에서 '정상석'에 줄을 서 사진을 찍을 기회를 챙긴다.

스케치를 하고 싶지만 바람도 그렇고 시야가 좁아 그릴 수가 없다.

'백록담'은 바로 앞의 바위만 보인다.

오래 지체하지 않고, 작년에 다시 오픈했다는 관음사 방향으로 방향을 튼다.

방향만 틀었는데 기암괴석이 아름답게 자리하고 그 밑에서 바람을 피해 10여 명이 식사를 하고 계신다.

그 바위가 너무 눈에 밟혀 식사하시고 계신 자리의 윗부분부터 그리기 시작한다.

바람이 불어 조금 웅크리고 그리고 있으니 지나가시는 분들이 응원해주시며 가신다.

쓰시던 주머니 난로를 주고 가시기도 하고, 내 사진기로 사진을 찍어주시기도 한다.

난 빨리 그림을 끝내야 하기 때문에 감사인사만 하고, 앞에 바위를 갈필로 그려내고 조금 보이는 색인 황토색과 녹색으로 마른풀과 나뭇잎을 찍어낸다.

사람들이 거의 다 내려간듯한데 한분이 눈앞에 왔다 갔다 하셔서 국립공원 직원분이신가 생각하며 그림을 정리한다.






그분이 정리하고 있는 내게 몇 가지 물어보신다.

알고 보니 비박하시는 분인데 할 수 있나 알아보러 왔다 갔다 하신 거였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 인원을 카운팅 해서 안될 것 같다며 나와 같이 하산하기로 한다.

그 형님은 p라 이름하겠다.

눈의 양을 보니 관음사 쪽이 눈이 두배는 더 온 듯하다.

경사가 굉장히 가파르고 도저히 걸을 수 없어 아이젠을 차고도 미끄러워져 내려간다.

잘못 썰매를 탔다가 절벽으로 장외 아웃될 수도 있다.

멀리 한라산의 북벽이 로키산맥보다 더 강인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조각조각 한 면 한 면 짙은 남색이 너무 아름다워 사진을 찍으려는데 배터리가 둘 다 닳아버린다.

p가 이걸 보더니 배터리를 손난로에 감싸 놓으면 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해 준다.

5분쯤 내려가며 배터리를 다시 꽂으니 한 칸이 뜬다.

'이런 신기할 데가?'

그렇게 '로키 산' 못지않은 북벽과 능선을 아슬아슬하게 찍으며 내려오는데 정말 여기는 눈폭탄을 맞은 것처럼 눈만 보이고 나무와 바위가 보이지 않는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보는 것처럼 아름다워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 눈의 나라를 말을 잃은 채 내려오는데 p가 속도가 늦어짐을 느낀다.

"예전 다리뼈 수술을 받았는데 뼈는 붙였는데 인대는 그냥 둘 수밖에 없어 스스로 붙었는데 그게 가끔 문제가 되네 "

절뚝거리며 p가 내려오고 삼각봉 대피소에 도착하니 직원분이

"아 이제 오시면 어떻게 해요?!"

화를 내신다.

우린 상황을 이야기하고 직원은 사라져 버린다.

나는 조금 앞서가다 기다리고 앞서가다 기다리기를 여러 번 반복한다.

p에게 자주 전화가 온다.

후배 두 명으로부터, 한 명은 시내에서 기다리고, 한 명은 관음사 밑에서 기다리며 걱정되어 오는 전화인 것 같다. 점점 어두워져 산은 컴컴해지는데 눈이 하야니 앞길은 렌턴 없이도 보인다.

그 하얀 길을 밟으며 관음사 입구에 밤 8시에 도착한다.

눈발은 점점 더 세지고 후배분이 가져오신 트럭을 타고, 눈발 나리는 산록 도로를 거북이처럼 기어간다.

하지만 우리의 가슴은 뜨겁게 박동 친다.

겨울 막바지 '눈 덮인 한라산'을 본건 신의 축복이라고 여기며....  













2018.01.31


https://brunch.co.kr/@2691999/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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