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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Feb 04. 2018

한라산? 제주폭설로 통제 중.. 그럼 올레길?

첫째 날, 올레길 11코스, 폭설, 모슬봉, 곶자왈, 산방산, 무릉리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새벽 6시, 전화를 한다.

"한라산을 올라갈 수 있을까요?"

"진달래밭까지 밖에 안됩니다"

"내일 열릴 가능성은요??"

"모르겠습니다.. 오늘 저녁에 전화 다시 주세요" 


겨울 한라산의 아름다운 그 치명적인 매력에 빠졌던 사람은 헤어 나올 수 없다. 

그 순백의 아름다움에 그 반짝이는 찬란한 숭고함에 다른 할 말을 잃어버린다. 

그녀를 보기 위해선 여간해서는 한 번에 볼 수가 없다. 

여러 번 시도하거나 그냥 제주에 눌러살아야 한다. 

그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선 고민하는 순간 신기루처럼 그 아름다움의 색을 바꿔버린다. 

고민 없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그녀를 만나야만 한다. 

누군가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만난 순간 그 고민의 시간, 결정의 시간은 찰나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비행은 아름다운 하늘의 에어쇼를 만들어 선사한다. 

매번 같은 쇼 같지만 매번 다르다. 

오른쪽과 왼쪽의 에어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왼쪽은 붉은색의 향연을 오른쪽은 어둠을 조금 더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마치 불이 다 타버린 불씨가 살아있는 까만 잿더미 같은 세상에 셔터를 눌러대다 날이 밝아오며 다 타버린 하얀 잿더미로 바뀐다. 

구름 한 점 없다. 

아마 이번에는 고도를 낮게 가서 그런 것 같다. 

파란 무늬의 하얀 뱀이 똬리를 틀듯 웅크리고 있다 쭉몸을 편다. 그 뱀의 길이를 개수를 헤아릴 수 없다. 

육지를 이탈하면서 구름이 보인다. 그 구름을 헤치며 가다가 비행기가 기울며 해가 잠깐 얼굴을 비친다....

우와! 그의 얼굴을 차마 쳐다볼 수 없다. 

바다와 구름의 앙상블을 보다가 급하게 돌아 착륙한다. 




서둘러 나와 보니 눈이 꽤 와서 '한라산'을 멀리 서라도 보고픈 마음이 짙어졌다. 

급행 181 버스가 성판악까지 간다고 해서 30분 기다렸는데 버스가 '성판악'을 안 간단다. 

다시 수정되어 전면 통제되어 아무 곳으로도 '한라산 근처'에 갈 수가 없다. 

아쉽지만 급히 계획 수정! 

'모슬포항'으로 움직인다. 원래 제주는 눈이 와도 담날 녹을 정도로 통수가 잘 되는데 그래서 사실 의외로 눈 풍경을 잘 하기가 힘들다. 서귀포와 모슬포는 눈이 와도 금세 녹는데 '하모 체육관'에서 시작해 '대정오일장'을 지난다. 오늘은 장날이 아니라 자리만 있다. 

'산이물'을 가는데 할머니가 빨래를 하셔서 손 안 시리시냐고 했더니 물이 따습다고 하신다. 

장갑을 벗어 담가보니 물이 따습다. 

누가 약한 온수를 틀어 놓은 듯..... 할머니 말로는 겨울에는  따습지만 여름에는 엄청 차단다. 

동일1리를 통해 도지정 유형문화재 20호 '서산사 소장 목조 보살좌상 및 복장 일괄'이 있는 곳을 들러 보고, '대정 청소년수련관'과 '대정여고'를 지나 '모슬봉'으로 완만하게 오른다.

'모슬봉'에서 자라는 '부르커리'와 '양배추'를 우리가 먹는다니 제주 땅이 고마워지기도 하고, 따뜻하게도 느껴진다. 

봉을 돌아 나오다 보이는 의젓함에 반해 '산방산'을 그린다.

'산방산'이  앞쪽에는 종모양 하나만 있어 보였는데 아까 로컬버스를 타고 돌면서 산방산의 365도를 보니 정말 알 수 없는 아름다운 친구 같다.




'모슬봉'을 올라 돌아 내려와 '대정성지 정난주 마리아 묘'에 도착한다. 

밭길을 굽이 구비 '신평 무릉 곶자왈'에 도착한다. 

시간이 1시간 25분 걸린다는데 조금씩 어두워져 서두른다. 

이쪽 '곶자왈'은 많이 정리되어지지 않은 정말 제주의 애기 속살 같은 숲이다. 

40여분 숲의 정취에 이끌려 가다 태양이 꺼지는 불꽃쇼를 보면서 숲의 막바지로 간다. 

동네분들이 소풍 오기도 했다는 띠를 채취해 가는 '정개왓 광장'을 지나 3~4월에 '개복숭아 꽃'이 만개하여 

'무릉도원'을 연상케 하는 '도화남배'는 '복숭아꽃 나무들' 이란 의미란다. 

곶자왈 내 유일한 묘인 '정개밭'을 지나 '오찬이 궤'를 지난다. 보지는 못하고 보존을 위한다는 말에 입구 쪽에서 지나친다. '궤'는 제주말로 '굴'인데 오찬이라는 장사가 부자의 소도 잡아먹으며 생활한데서 유래된 굴이다. 

'성제 숯굿터'는 마을이 형성될 때쯤 형제가 숯가마를 만들어 생활한데서 유래한다 

'가래머들'은 맷돌을 채취하기위한 돌무더기를 일컫는단다. 

2008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받은 '무릉 곶자왈 숲길'은  그대로를 유지하며 우리가 최소의 침범으로 공존하는 아름다운 숲이다. 

용암이 파도치는 길을'웃빌레질'이라고 한다.

소방목할때 물 주던 '쇠 물통'을 지나 '곶자왈'을 나온다.  







무릉2리로 나오다 '구남물'에서 한라봉을 하나 까먹고 다시 움직인다. 

'구남물'은 오래전 굴참나무에서 유래한단다. 

이제 어두워진 마을길을 따라 '인향동 마을회관'을 지나 '무릉 외갓집'에 30여 분 만에 도착한다. 


'곶자왈'을 포함한 '모슬봉'의 드라마틱한 길은 약간 거리가 길기는 해도 바다와 산과 숲을 즐기고 싶은 분들의 따뜻한 공간임은 틀림없다. 






2018.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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