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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Jan 05. 2017

절뚝거리는 제주도.. 2016년 마지막 날

가파도 올레길 10-1  최남단 포구 모슬포 그리고,  지는해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내 집에서 보는 것 같은 구름에 가려진 '한라산'을 바라보며 아침의 여유를 느껴본다.

여기는 제주 서귀포시, 제주에서 편안함을 주는 '민중각 게스트하우스 406호실'이다.

오늘 하루 다리도 불편하고 해서 게으름을 피워볼까 부지런히 움직일까 하다가 다리 핑계를 대며 늦장 부려본다. 

오늘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낮은 섬이라는 '가파도'를 갈까 고민하다가 시간을 알아보니 9시나 12시 30분에 들어가는 배가 있다고 해서 천천히 12시 30분 배를 타고 가기로 한다. 

'가파도 올레'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지만 나오는 배 시간이 조금 타이트한 게 걱정이어서 고민되긴 했지만 2016년 마지막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대해 고민하니 아픈 다리를 고려해도 '가파도'가 나의 주관식 답이었다 


중앙로터리에서 5번을 타고 '중문초등학교'로 가서 다시 702번을 갈아타기 위해 기다린다. 

같이 기다리는 제주민분들의 제주말이 정겹다. 이십여분 기다려 702번 버스로 환승해 40여분 정도 하모 3리로 가려니 미심쩍어 '가파도' 가는데 여기서 내리면 되는지 물어보니 기사 아저씨는 "볼 것 없는데 왜 가는데.."하신다. 처음엔 당황했으나 생각해보니 '청보리가 나지도 않았는데 왜 가느냐?'란 의미였다는 걸 알았다. 

주변 아줌마들이 그래도 젊은 사람들은 한 번은 가봐야 한다고 응원해줘서 흔쾌히 내린다. 

다리가 어제보단 걷기 편해졌다. 방향을 틀지 않고 그대로 잘 내려놓으면 통증이 미미하다. 

200여 미터 걸어서 선착장에 가는데 가는 길마다  '방어회'를 판다. 수조에서 쌩쌩하게 움직이는 방어는 '우리나라의 참치'라고 불릴 만큼 덩치가 엄청 크다.

매표소에 들러 가파도로 가는 배를 예매하고 모슬포항을 걷다가 갈치 말리는 것과 함께 모슬포 항구에 은빛 햇살이 아름다워 잠시 스케치를 한다. 스케치를 하다 보니 배탈 시간이 촉박해져 사진을 대충 찍은 후 배에 탑승한다. 배에 올라 창문으로 항구를 보니 창문으론 잘 보이지 않아 뒤쪽 화장실 쪽으로 나가니 배에서 바라보는 '산방산'과 '용머리해안'이 다른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그렇게 30여분 타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키 작은 섬인 '가파도'에 도달한다. 



그리스 산토리니를 '화산섬'에서 바라볼 때의 그 감동이 '가파도'에서 느껴진다. 

"내가 그 섬에 가는 이유는 그 섬이 보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싶기 때문이다" 

항구에서부터 보이는 '제주 한라산'과 '산방산' '용머리해안'은 그 자리에서 봐야만 제일 아름다운 것처럼 그렇게 아름답게 딱 자리 잡고 있다. 


그 아름다움에 홀려 올레길 표시도 보지 않고 올라가버린다. 

오른쪽으로 갔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닌 듯해서 왼쪽으로 돌아간다. 

담장 넘어 선인장과 어울려 보이는 그 아름다운 제주섬의 모습에 그리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했으나 길을 다 걷고 이 자리에서 그리기로 마음먹고 길을 걷는다. 

걷다 보니 지도에서처럼 올레길 표시가 나타나 따라간다. 아직 키 작은 보리들이 부분 부분 나 있지만 3월쯤 되면 청보리들로 넘실댈 것이다. 반대쪽에서 오신 부부중 여자분이 식당을 여쭤뵈는데 잘 알지 못한다고 말씀드리는데 올레길 역방향으로 가시는 건지 여쭤뵈니 순방향이라 신다. 지도상으로 내가 순방향인데 생각하며 걷다 보니 역방향표시가 나타난다. 내가 믿고 있던 것이 거짓말이 되어 나에게 되물어보지만 난 그래도 그 믿음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란 생각을 하니 이 세상 자신을 붙잡아준 일부의 고집들에 작은 박수를 보낸다. 

단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고집의 종류에서 말이다 




보리밭을 지나 초등학교 뒤편을 지나 외곽으로 바닷가 길로 걷는다. 

'비양도'처럼 외곽길을 만들어 일종의 방파제처럼 사용하여 길을 만들어 '하동 선착장'까지 돌아가게 되어있는데 그길은 그리 길지 않고 다리 컨디션도 괜찮아 마음으로 내일 '한라산 일출'을 꿈꿔본다. 

작은 섬이라 금방 도달하여 마음은 그림을 그리고 있을 정도로 조급해져 제일 빠른 지름길을 여쭤본다. 

짜장면집 앞의 섬의 제일 큰 대로변을 가로질러 아까 그리려고 찜해논 자리로 서둘러간다. 

그 자리에서 빨리 물감을 펴고 아까 그 감동의 제주섬을 차근차근 그려낸다. 그리면서 제주섬 남쪽 방면의 아름다운 모습에 경의를 표하며 한 땀 한 땀 그려낸다.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게 집중하다 보니 배가  도착해 있다. 

이런, 뒤에 한라산도 못 그렸는데 일필휘지로 정리하고 사진을 찍는 둥 마는 둥 대충 담아서 배로 뛴다. 

아니 다리 때문에 마음은 뛰지만 몸은 빨리 걷는다. 배를 타자마자 출발해서 다행이란 생각과 함께 

제주도에서 힘든 일이 많아 서로 자주 나눠먹어서 그 먹을걸 '가파도 그만 마라도 그만'이란 말이 자주 쓰여 생긴 두 점의 이름이 생각난다. 그리고, 멀리 그 섬들이 한눈에 보인다. 


'안녕 가파도 이은혜는 꼭 갚을게~' 



모슬포항에 도착하니 해가 조금씩 넘어가기 시작한다. 

다른 곳에 가서 지는 해를 맞이하기보단 국토 최남단 마지막 항구 '모슬포항'에서 2016년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것도 좋겠다 싶어 항구를 거닐며 사진을 찍는다. 

모슬포 항구의 모습은 다른 항구와 달리 정감이 가는 아름다운 곳이다. 

그 한쪽 편에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2016년의 마지막 해를 넘긴다.



2016,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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