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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Jun 03. 2016

그곳에 가면 그놈이 있다-제주 올레 12코스

제주도올레길, 제주올레, 수월봉, 차귀도, 돌고래, 제주바다, 제주도

http://cafe.naver.com/hongikgaepo

그곳에는 확실히 그 녀석이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니 어제 비가 왔었냐는 듯 하늘은 맑고 '민중각 게스트하우스 옥상'에서 바라본 '한라산'도 선명하고 웅장했다. 오늘 그 '한라산'을 가자니 조금 맘이 내키지 않아 급 변경한 곳이 '올레길 12코스' 서귀포에서 가기에 길이 애매하지만 전에 근처까지 다녀본 기억이 있어 바지런히 서일주 702번 버스를 타고 갈아타는 곳에 도착했다. 그 공간은 추사 김정희의 유배지 근처여서 한편 가볼까도 싶었지만 길을 걸을 시간이 바쁜 탓에 서둘러 움직여야 했다. 더더군다나 산간 지역으로 가는 버스가 자주 없어서 한 번 놓치면 기다리는 시간을 무시할 수없어 바지런히 12코스 시작점으로 이동했다.

제주자연생태문화체험골(무릉생태학교)가 있는 마을 입구에서 걷기 시작해 마늘밭이 있는 밭고랑 사이를 걷는다. 마늘수확철이 되었는지 사람들이 수십 명씩 열심히 마늘을 거둬들인다.

나중에 동네분께 들은 이야기로 제주 서쪽지방이 흙이 좋지 않아 마늘 같은 작물이 잘되고, 강정 쪽이 비옥하기로 소문난 흙이란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는 마늘을 재배하고 있다. 마늘밭을 넘고 넘어 '태양발전소'가 있는 지역을 지나 '신도 생태연못'에 도달한다.

샛길에서 뱀을 봤는데 시선을 따라가니 검붉은 산딸기가 열려있어 맛있게 조심히 먹고 앞에 보이는 '녹남봉'에 오른다. 유일하게 정상 분지에서 농사를 짓는 곳이란다. 그래서 그런지 시야가 확 뚫려있지 않지만 동네 뒷산 같은 친근함이 있다. 오름을 내려오다 보니 마을을 지나 옛날 초등학교였을 공간에 운영하는 '산정 도예'에서 바람과 함께 머문다. 바람이 시원하다.


마을을 지나 내려오다 앞에 보이는 산과 밭이 정겨워 짐을 풀고 어제 젖은 물감도 말릴 겸 스케치를 한다. 뒤에서 마늘을 말리던 할아버지가 궁금해하셔 이야기하니 손자가 서울에 사신다며 이야기를 풀어놓으신다.

가족 생각도 나고 스케치가 끝난 후 여동생과 통화를 한다... 이런저런 걱정들...

'신도 2리 바다' 에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예전 제주의 풍광과 맛이 있다.

그곳에서 스케치를 하고,  조금 시간이 늦어 서둘러 걷는다.

'신도 포구'를 지나 '수월봉'에 다 와가는데 아래로 내려가 보니 화산이 생길 때의 아름다운 층들이 바다와 어우러져 아름답다. 멀리서 아이들과 지질탐사를 하는 분이 오셔서 여쭤보니 '수월봉' 아래쪽으로 한 시간 정도 바위를 타고 가면 반대쪽 입구가 나온다고 해서 가보기로 한다.

아름다운 해안과 지질층에 감탄하지만 한쪽으론 쓰레기가 걱정스럽다. 그렇게 바다 쪽을 바라보며 정신없이 걷다가 바다를 때리는 소리가 몇 번 들린다.

심상치 않아 쳐다보니 그 녀석이다.

'돌고래' 그 녀석이 바다를 때리며 몇 번 자기를 봐달라고 물을 차오르고 있다.

이 녀석을 호주 브리즈번 화이트 선데이에서도 쉽게 보지 못했던 그리고, 한국의 갈라파고스 '굴업도 '에서 간신히 봤던 그 친구의 얼굴을 이렇게 선명하게 볼 수 있다니... 잠시 어안이 벙벙해지고 정신줄을 놓고 있다 카메라를 꺼내 든다.

그 친구의 뒷모습이 조금 잠시 찍혔을 뿐인 사진을 얻었지만 너무 반갑고 고맙고 감동적인 조우에 여운이 한참 남는다. 멀리 사라져 가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4마리가 함께 뛰어오른다. 가족이었구나...

'가족'이란 말이 맘으로 다가온다.


바닷물이 조금 잠겨있기도 한 터프한 길을 한 시간쯤 걷다 보니 정비되어 있는 '수월봉'의  '엉알 해안산책로'가 나온다. 여기는 '차귀도'가 한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석양으로 유명한 곳이란다.

사진 하시는 분들이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촬영을 하시려 대기하고 있다.

나는 시간이 없어 조금 서둘러 '차귀도 포구'까지 도달한다. '차귀도'에 해가 걸쳐질 무렵 사람들은 모두 사진을 찍으려 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서쪽 해안의 실루엣이 오랜만에 가슴을 두근두근하게 한다.

그리스 산토리니 이아마을의 석양이 부럽지가 않다.

그곳 화산섬으로 가던 그 절벽보다 더 아름답다.

해가 다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갈길이 바빠 한치를 말리는 길을 통해 가던 길을 이어간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당산봉'으로 올라 실루엣을 담아놓고,  얼마 남지 않은 '생이기정길' '용수포구'는 다음에 이어가기로 하고 제주시에 있는 '안 브런치 게스트하우스'로 가기 위해 서해안 일주도로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한다.

2016.05.30

https://brunch.co.kr/@2691999/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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