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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Dec 02. 2016

제주올레 12, 13 차귀도,그리고 마술 같은 저지오름

제주도, 제주올레, 차귀도, 용당포구,신창성당, 낙천리아홉굿마을,의자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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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오늘 갈 제주 서쪽의 비경 '차귀도'를 바라볼 수 있는 고산 1리 '당산봉'으로 향한다.

그곳을 통해서 뱀을 의미하는 '사귀도'에서 '차귀도'로 변한 느닷없이 매료된 그 섬의 면모를 바라보기 위해 '당산봉'의 '생이기정길'을 걷는다. 억새와 함께 어우러진 '차귀도'를 그냥 둘 수 없어 봉에 오르자마자 스케치북을 펼친다. 그냥 보는 곳이 그림이요 절경인 그곳에서 물감을 펼치고, 붓을 휘두르는 기분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길을 지나는 분들이 궁금해하며 스케치북을 훌깃하기도 하고, 말도 거신다. 

가톨릭 성지가 근처에 있는지 단체로 순례 오신 분들도 계신다. '생이기정길'은 걷는 내내 시점이 달라지는 '차귀도'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여진다. 





언덕배기를 따라 절벽을 따라 황금물결이 흩뿌려진 그 공간을 지나 '용당포구'에 이르니 '신창성당'이 보였다. 흰 색깔의 성당과 '라파엘호'를 상징하는 배 모양의 성 김대건 신부 제주 표착 기념관이 있는 아름다운 성당이다. 

김대건 신부께서 마카오 신학교에서 신부 서품을 받고 국내로 들어오다가 풍랑으로 표류하여 제주도에 일시적으로 기착한 곳이다.

그때 그 배를 고증한 배도 마당에 전시되어 있으니 한번 들러봄직 하다.



'용수포구' 절부암에서 시작해서 '올레길 13코스'를 걷는다.

'절부암'은 한 여인이 뱃일하러 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목을 메 죽었는데 바로 그때 그 자리에서 남편의 시체가 떠올랐다는 슬픈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절부암을 돌아 올라서니 '용수포구'가 한눈에 보이는데 그 풍경과 어울리는 나무와 한가로운 고양이들이 아름답다. 두 고양이가 사이좋게 안고 있는 걸 보니 그 부부가 고양이로 환생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렇게 다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이 길은  끊이지 않는 '부르커리'와 '배추' '양배추'를 심어 놓은 푸르른 밭을 넘고 넘어가는 길이다. 

새로움이 나타나기보다는 편안함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검 갈색 붉은 밭과 푸르는 채소들이 펼쳐져 있는 곳, 

서울에서는 겨울이 온다고 옷깃을 여며매는 시간에 여기에서는 마치 봄처럼 푸릇한 생명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곳, 이곳이 제주다. 

 



'용수 저수지'를 지나며 새들의 몸짓과 적막함을 느끼다

해병대 분들이 개척해 주어 만들어진 '해병대숲길'을 통해 다시 밭 그리고, 다시 해병대 숲길.. 이렇게 네 차례쯤인가? 

'고사리 숲'이라 이름 지어진 곳에서 '조수리 청년회'의 오아시스 같은 우체국이 나타난다.

물을 끓여서 커피를 타 먹을 수 있는 그리고, 그 힘든 발과 엉덩이를 쉬어갈 수 있는 그곳은 그분들이 내어준 넉넉한 마음이 느껴져 가슴에 따뜻함이 조금씩 물들어 온다.





귤밭을 지나 다시 샛노란 귤처럼 땡글땡글한 길을 굽이굽이 돌아 도착한  

'낙천리 아홉굿마을' 큰 의자 테마공원에서 비로소 가을을 느낀다.

제주는 봄이라 착각하고 있었던 내게 은행잎과 낙엽과 쓸쓸한 빈 의자들이 가을의 감성을 느닷없이 느끼게 해준다. 그 빈 의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지나쳐 갔을 터이지만 지금은 쓸쓸히 의자만 앉아 있다. 쓸쓸한 땅에,

의자들이 앉아 있는 그곳에서 '기다림'이란 목소리를 듣는다. 

인생은 '기다림'인가?

그 의자들처럼....

 



다시

언덕과

구름과

바다를 보다 

제주화가 '강요배'를 떠올린다.

그분의 그림은 제주를 표현했기에 그런 역동적이면서도 정적인 표현이 나오는 것이지 그분의 붓질이 기본적으로 역동적이진 않았으리라 생각하니 사람은 확실히 환경에 영향을 받는 동물인가 보다. 

하지만 그 환경을 택할 자유도 사람에게 있으니 스스로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지 말도록 하자. 





점점 언덕배기로 올라가고 있다. 노란 감귤밭도 이제 조금씩 사라져 가면서 이 길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저지오름'으로 오르는 길이다. 

어두워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서둘러 올라간다.

등에 땀이 흥건해질 정도로 뛰어오르니 '저지오름 주차장'이 나타난다. 

어두워지는 숲길을 올라 정상에 도달하니 가슴이 뻥 뚫리는 '까아만 제주'가 한눈에 보인다.

360도 둘러봐도 그 오묘하고 신비로운 제주의 풍광은 직접 보지 않고 느낄 수 없는 가히 신의 영역에 가까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마술 같은 제주 바다 오름과 구름에 가려진 한라산 기슭을 보며 저 멀리 반짝이는 인가의 불빛들이 

수많은 사람들의 촛불을 떠올리게 한다.

그 아름다움을 가슴에 담고, 그대로 놓아두고, 

핸드폰 불빛으로 어둠을 헤쳐 '저지리 마을회관' 세상 사람들 속으로 내려간다.


2016. 11.30

https://brunch.co.kr/@2691999/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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