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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Nov 06. 2015

제주 저지 곶자왈, 원시림의 하루

제주 올레길 14-1코스 저지곶자왈, 문도지 오름과 오설록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원래 14코스를 가려고 했다.

'저지오름'에서 '비양도'를 바라보는 바닷길까지 시원하게 걸어 보려 했다.

하지만 길에 취해 걸어가는 나에게 이상한 기분을 느끼게 했던 건 처음 오른 오름의 이름이 '저지오름'이 아니라 '문도지 오름'이란 걸 알았을 때 불길한 느낌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14-1코스를 오늘 돌게 된 어떤 삶의 순서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순응하며 돌기로 했다.    


길의 초입, 귤이 한창인 귤밭에는 노란 열매들이 주렁주렁 열려있는 기분 좋은 길을 걸을 수 있었고, 담장 밑에는 아름다운 가을 꽃들로 길들을 수 놓고 있었다.

길들을 따라가다 오름에 오르게 됐는데 그 오름은 저지 곶자왈 안에 있는 ‘문도지 오름’이라는 오름이었다. 그 오름을 오르는 데는 불과 10여분, 하지만 그 오름이 보여주는 비경은 수많은 오름과 그 가운데 우뚝 선 한라산이 마치 우리를 수호하는 장수들처럼 군림해있고, 그 앞으로 드넓은 바다가 길게 뻗어 태양의 빛들을 반사시켜 산란되고 있었으며,

한쪽 편으론 산방산이 바다의 시원함에 스타카토를 찍고 있었다.

그 장쾌함과 아름다움을 가슴에 담고 있다가 스케치북을 꺼내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한참 그리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 통화를 한다. (아니 전화가 왔던 것 같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 볼 때면 생각나는 사람들은 하나하나 좁혀지는 것 같다.

다시 매진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걸어오는 누군가가 있다. p군은 내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사진에 담더니 조금씩 말을 붙인다. 아마 사람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나름 터득한 사람 같았다. 그림을 서둘러 정리하고 p군과 길을 걸었다. 한참을 '곶자왈의 숲길'을 걷고 걸어 가다 보니 제주의 아기 같은 부드런 속살은 이런 곶자왈 같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숲이 아닌가 싶었다.

한참을 가다 보니  사이사이 노루도 만나게 되고, 산꿩과 산비둘기도 마주치게 된다.

그들을 벗 삼아 p군의 산티아고 순레길에 대해 듣는다.

산티아고 순례길 그 아름다운 길을 완주하는데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린다는

그래서 그 사이에 만난 사람들끼리 일종의 커뮤니티가 생기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언젠 가는 나도 그 길 위에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답례로 안나푸르나 트레킹 길이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 잊혀지지 않는 내 마음의 고향, 나의 마음을 차분히 그리고 가슴 떨리게 했던 그 산길, 꽃길, 논길, 그리고 사람들의 마을길....

그 길들의 시간은 내 짧은 삶의 몇 되지 않은 잊혀지지 않는 힐링의 시간들이었다.       

산길의 막바지에 다다르자 나타난 곳은 마치 사막을 지나왔더니 나타난 것 같은 신기루처럼 ‘오설록‘이라는 차밭과 차집이 나타났다.

둘밖에 없던 밀림에서 바로 관광객이 우글거리는 장소로 나오니 생소하기도 했지만 여기저기 구경하면서 다음 코스로 가는 길을 찾을 때 그때 이곳이 내가 가려던 14코스가 아니라 14-1코스인걸 알았다. 아 미리 정보를 제대로 알아놓지 않고 믿음을 가지고 걷던 내게 조금은 황당했지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다음에 걸으면 될 것을....    

나머지 코스는 다시 밀림으로 들어가는 길..

‘혼자 이 길을 걸었더라면 생각이 많아졌겠구나’ 할 만큼 아름답고 생각이 많이 나는 길이었다.

그 밀림을 지나쳐 코스의 마지막을 알리는 마을에 도달했다.

하늘의 구름이 마치 유명한 예술가의 조각품 인냥 아름답게 조각되어있었고,

최고의 조명기사가 그 조각품을 조명하고 있었다.

마을에서 지나치는 할망께 꾸벅 인사를 드렸더니

할망이 따라오라며 건네주신 건 많은 양의 귤, 작은 귤은 섬 밖으로 못 나간다며 가져가서 맛있게 먹으라고 장정 두 명이 받아 들기에도 부담스러운 양의 귤을 주셨다.

숙소에 가면 나눠 먹으라고..

그렇게 고마운 제주의 맘을 받아 들고 숙소인 ‘협재 게스트하우스’로 가기 위해 p군과 인사를 했다.      

2015.10.31.

https://brunch.co.kr/@2691999/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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