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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Dec 04. 2018

제주도 올레길 10코스, 가장 아름다운 그 길 다시..

모슬포항, 송악산, 사계해안도로, 형제섬, 용머리해안, 산방산, 방어축제

 http://cafe.naver.com/hongikgaepo



늦었다. 

잠에서 깨니 4시 30분.. 

애매하게 일어나 바로 옷만 걸치고 집 앞에서 택시를 잡아 공항철도가 출발하는 서울역으로 간다. 

스무 번도 넘게 간 길인데 익숙해질 만도 한데 여전히 낯설고 설렌다. 

외국을 갈 때와 제주도를 갈 때는 비행기를 탄다는 공통점이 있어 설렘과 동시에 우리나라를 여행한다는 생각에 또 한 번 친근한 감정이다. 

올레길을 완주했지만 다시 한번 도는 것과 동시 스케치와 함께 정리하지 못했던 10코스를 다시 돌며 '올레길'을 시작한다.


카메라를 찍으려는데 배터리가 방전되어있다. 

충전을 바로 해 놓았는데 전원을 킨 상태로 두었나 보다. 

공항에서 잠깐이라도 충전하고 탑승한다. 

별일이 없길 바라지만 여행은 완벽하지 못함에서 생기는 작은 사건사고들의 유기적 반응 상황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든 즐기는 게 최고인 것 같다. 

오늘은 해 뜨는 걸 찍으려 동쪽 창가를 달라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비행기는 서쪽에 앉아야 해가 뜨는 걸 볼 수 있다. 

왼쪽 창가는 불타오르는데 멀어 찍을 수 없어 반대쪽 은은한 모노톤의 스카이라인만 찍는다. 

잠깐 졸았을까 '추자도'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제주도 '비양도'가 보이고, 해와 함께 '한라산'이 보이는데 반대쪽에선 보이지 않는 풍광이다. 

항상 가진 것의 절대가치는 상대적이다. 






모슬포항 하모 체육관으로 이동한다. 

다시 걷는 기념으로 올레 패스포트를 구입한다.  

모슬포항 쪽에 '대방어 축제'가 오늘부터라고 하길래 슬쩍 들려보니 이제 물건들을 펴고 계신다. 

대한민국 최남단 모슬포항에서 대방어축제가 시작이다. 

다시 길을 되돌아오며 회를 먹기엔 부담스러워 회덮밥을 먹는다. 

담백하니 맛이 있다. 

'올레 여행자센터'를 지나쳐 걸으니 길을 잘못 들어 꺾어서 '대정항'에서 바닷가 길로 걷는다. 

그네도 나무 사이에 내려오는 발도 만들어 재미있게 꾸며놨다. 

제주바다를 만끽하고 밭길을 걸어 '알뜨르 비행장 지하벙커'를 들려 일제시대 그들의 침략 잔재들을 확인하며 '다크투어' 길을 걷는다. 

문처럼 생긴 아치에 올라 이제 밭으로 변해버린 활주로와 비행기 격납고를 본다.  

'대방어 축제 깃발'을 보고 따라갔다가 길을 잘못 들어 20여분 갔다 되돌아온다. 

오는 길에 나처럼 헤매고 있는 4년 전 나와 같은 청년 K를 만난다. 

올레길 시작하는 날이고 10코스가 처음 걷는 길이다. 

그 친구와 함께 꺾는 지점으로 가니 리본 없는 길이 지도상에 맞는 길이다. 

'남제주 비행기 격납고'를 돌아 '예비검속에 의한 섯알오름 양민학살터'를 지난다. 

4.3 이후에도 학살이 있었다.  

전망이 시원하게 터지는 '섯알오름'의 끝쪽에서 '산방산'과 '송악산'과 '형제섬'을 바라보다 송악산 방향으로 내려간다.




길을 건너 데크길을 따라 '송악산 둘레길'을 걷는다. 

정상은 휴식년으로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구석구석 부분 부분 송악산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청년 K와 여행 이야기를 한다. 

저번 달에 인도를 다녀오고, 미얀마를 갈 예정인 그리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기 위해 올레길을 밟고 있는 K군과 나 역시 다녀왔던 많은 공간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니 나의 과거를 보는 것 같아 즐거웠으며 나보다 훨씬 잘생기고 많은 가능성을 가진 그에게 행운이 가득하길 빈다. 

'송악산'과 '산방산'과 흐드러진 '국화꽃'이 어우러지는 곳에서 후일을 기약하며 K군을 먼저 보내고, 나는 스케치에 몰두한다. 

제주를 봄가을에 많이 찾는데 늦가을에는 국화차 우려먹기 향기로운 소국이 지천이다. 

그 아름다운 풍광을 종이에 끄적이고 나니 향기가 같이 베어나는 듯하다. 
















스케치를 마치고 서둘러 '송악산'을 내려온다. 

바닷가를 따라 '산방산'을 바라보며 걷고 있자니 예전에 걷던 그 길이 같으면서 다르다. 

같은 이유는 그 자리에 우뚝 서 있는 믿음직한 '산방산'의 자태이고, 다른 것은 내가 그 길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친숙하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 같다는 거다. 

바닷가 길에서 '송악산'을 올려보니 붉게 번지기 시작한 하늘색이 아름답다. 

바다를 바라보다 서둘러  '산방산'을 끼고 '금 모레 해변'으로 가 두 번째 돌기 시작하는 올레길 10코스와 처음 도는 올레길 순례자 K군과의 만남과 숙제를 끝낸 홀가분한 기분으로 숙소로 향한다. 






2018.11.29

https://brunch.co.kr/@2691999/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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