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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Dec 01. 2016

올레길 8코스 9코스. 기억을 찾아가는 길  박수기정

제주도비행기, 예래마을,환해장성,대포포구,박수기정,월라봉,제주 

http://cafe.naver.com/hongikgaepo

비행은 항상 최고의 쇼를 보여준다. 

오늘의 비행쇼는 어둠에서 밝음으로 이어지는 '롱테이크 원씬 원컷 영화'와 같은 것이라 한눈을 팔면 극의 흐름을 놓칠수밖에없어 긴장하며 보는 아름다움이었다.

땅과 섬과 바다의 모습을 내려다봤을 때 '총천연칼라 멀티 3d지도'를 내려다보는 기분이었다. 

간혹 구름이 등장해 공간감을 주고, 감성적 분위기도 연출하면서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지도는 어느새 섬들을 보여주다가 파아란 바다를 보여준다. 잠시 후 드라마틱하게 나타나는 제주의 땅, 그 땅은 제주만의 특별한 오름들이 보이며 공항에 안전하게 안착시킨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동생을 보기로 해 자전거를 타고 나오는 제주도민 동생을 만나 그간 찾아놓은 맛있는 추천 기사식당에서 아침을 먹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반찬삼아 먹으며, 오랜만에 보는 남동생과의 짧은 시간이 아쉽다. 여행 후 내일 저녁 다시 보기로 한 다음 바로 '예래마을'로 가는 버스를 찾아 탄다. 



버스가 한정거장 더 지나쳐 내려줘도 되돌아 걷는 마음속이 즐겁다. 

기억을 찾아 다 돌지 못한 8코스 '예래마을'에 가니 몸이 올 초에 갔던 길을 기억하고 있다. 

어둠을 헤매며 걷다가 되돌아간 길인데 낯설지가 않다. '대왕수천'에 내려가니 반딧불이 자생지가 있지만 낮시간이라 아쉽다. 습지를 따라내려가니 철새 서식지가 조성되어 새들이 보인다. 길가에 국화꽃과 제주에만 자라는 꽃들을 보다가 바다가 터진다. 

바다를 한참 바라보다가 왼쪽을 보니 중문, 봄에 차가운 비바람을 맞으며 걷던 아름다운 휴양지가 있는 곳이다. 오른쪽은 건물들이 마치 '그리스 산토리니 해변 마을'을 연상시킬 만큼 화려하고 아름다웠으며, 조상님들이 왜적을 막기 위해 만들었던 '환해장성'이 바다를 막는 장벽처럼 늘어져 있어 이야기까지 남아있다. 

그 장성을 따라 올라가니 '중문'과 '예래'와 '한라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시야가 한번 더 탁 터지는 지점이 나타난다. 그곳에서 제주와 하나 되며 가슴까지 뻥 뚫리는 시원함을 느낀다. 

제주는 무방비상태에서 느닷없이 최고의 절경으로 깜짝 놀라게 해 '이것이 정말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인가?' 의심할 겨를도 주지 않는다.




주상절리가 길게 늘어져 있는 용이 엎드려 있는 모습의 '용문덕'은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면 지나칠 수도 있으니 바다 쪽을 살피며 가야 한다. 바다 쪽 절경을  즐기다 '진황 등대'를 바라보며 지나쳐 '대포포구'에 가까워질 무렵 '박수기정'이 조금씩 조금씩 머리를 드러낸다. 

절벽이 그 자체로 커다란 병풍인 아름다운 그 절경을 바라보자니 웃음이 나온다. 사실 오늘의 이 여행은 이 경관을 보기 위해서였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로 최근 기대하던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해안가에 자리 잡고, '바위'와 '박수기정'과 '산방산'이 어우러진 지점에서 스케치북을 펼친다. 따뜻한 햇볕에 나른한 기분을 느끼며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녹아내린다.   

박수기정은 '박수'와 '기정'의 합성어로 각각 샘물과 절벽이란 의미로 '샘이 솟는 절벽'이란 의미라 한다





박수 해안절경 위로 올라가는 '올레 9코스'는 상대적으로 시간이 제일 적게 걸린다. 

4시간여에 끝나는 코스이지만 산과 계곡길을 걷기에 터프한 길이기도 하다. 박수기정 위로 올라가는 길은 제주 오름에서 보기 힘든 바위산인데 그 바위길을 지나 올라가 보면 그위의 평지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조금 놀랍기도 하지만 무엇이든 자기편의에 맞춰 개발하려는 사람의 손길이 이런 곳에도 미치고 있다니 조금 아쉬웠다. 농사짓는 곳을 지나 '봉수대'에 도착하고, 잠시 휴식을 갖은 후 '월라봉'의 일제가 만든 다섯 땅굴을 돈다. 시간이 흘러 자연땅굴처럼 보이기도 한 그것은 제주 곳곳에 일제의 잔재들로 수두룩하다. 

직접 겪지는 못했으나 끔찍한 사건과 사고들이 지금 이 순간처럼 그냥 지나갔을 꺼라 상상하니 한편으로 무섭다. 


이 길을 걸으며 한 사람도 못 봤는데 한 아저씨가 지나가며 앞으로 여자분이 먼저 안 갔냐고 물으신다. 

시작부터 여기까지 한 사람도 없었기에 못 봤다고 말씀드린 후 도착 예상시간을 여쭤뵈니 아직 반도 안 왔다. 

산을 올라가며 '화력발전소'와 '산방산'이 어우러져 아름답다. 

조금씩 기울어가는 해덕분에 아름다운 '산방산'을 가슴에 담는다. 

'이십여분 더 왔을까?' 한 여자분을 만나니 아까 아저씨에 대해 여쭤뵈니 맞다고 하신다. 기다리다 엇갈려서 놓쳐 버렸다고 하신다. 대포포구까지 2시간여 더 걸리니 조심히 가시라고 말씀드린다. 

'안덕계곡'은 물이 금방 빠지는 제주에서 물이 흐르는 몇 되지 않는 말 그대로의 계곡이다. 

그 계곡을 따라 내려가니 어둠이 점점 몰려온다.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 터덜터덜 내려가니 계곡의 하류가 나오고 '화력발전소'를 지나 '선사유적지'를 거쳐 '화순 금모래 해변'에 도달한다. 

바다에 밤에 작업하는 배에서의 불빛에 의지해 사진을 찍은 후 서귀포로 가는 버스를 찾아 오늘의 숙소인 '민중각'으로 향한다. 


2016.11.29

https://brunch.co.kr/@2691999/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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