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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Oct 02. 2015

제주 올레길 8코스, 화려함 그것은 기존의 새로움

 중문, 대포포구, 배닛내 오름, 예래마을을 가로지르는 화려한 자연

http://cafe.naver.com/hongikgaepo                                                                          

비가 왔다. 섬은 아마도 일 년 중 비가 내리는 날이 반인 것 같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어릴 때 영국에 배낭 매고  방문했을 때도 그랬던 것 같다.  

원래 어떡해서든 14코스를 꼭 걸어야지 했던 게 비 덕분에 자연스레 7-1과 8코스를 고민하게 했고, 민중각 사장님의 적극 추천에 8코스로 가는 버스를 탔다. '아왜낭목'이라는 요상한 이름의 마을에서 시작해서 아직 푸릇한 싱그런 귤들을 바라보면서 마을을 내려가다가 '약천사'라는  커다란 절을 만나게 됐다.

약천사는 일반 절과 달리 커다란 3층 건물로 되어 있었고, 절을 둘러싸고 있는 귤나무와 야자나무로 대만이나 주변 어디의 절 같은 느낌을 주었다. 약천사의 주차장길을 지나쳐서 바다 쪽으로 내려가는데 바다 쪽 길이 막혔다. 오늘 비가 와서 바닷물이 더 불어서 건너갈 수 없는가 보다. 하지만 타이밍을 잘 맞춰서 바닷길을 건너고 건너서 해녀분들의 물건 창고 같은 곳에서 바라보니 정면에  검은 바위들이 하얀 포말의 파도와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조용히 스케치북을 꺼내서 비를 피해 스케치를 한 장 해낸다.


'대포포구'에 이르러 바다로 난 길을 걸으며 바다 물속 맑음과 깊음에 무서움을 느끼다가 다시 길을 재촉했다.

대포 포구에서 바라보았던 그 바위가 아름답던 섬 같은 곳을 지나쳐 '주상 절리 안내소'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언덕길을 넘어 내리막이었나?  정면에 보이는 하얀 포말과  하나하나 쪼개져 있는 바위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스케치북과 물감을 꺼냈다. 우산을 받쳐 들으며 정신없이 그려내니 아름다운 주상절리의 모습을 흉내라도 낼 수 있었나 스스로 의심해 본다.




'배닛내 오름' 에 오르는 초입에서 40분이 걸린다는 이야기에 잠시 고민을 하다 올라가기로 했다.

비바람이 몰아쳐서 휘청휘청했지만 비옷과 우산을 의지해서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중문의 모습은 가히 지키고 싶은 남국의 외딴 마을 같았다.

바람이 너무 세서 금세 돌아 내려와서  나무 데크로 되어있는 천제연 폭포 하류 쪽 자연 공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앞뒤로 사람이 없었는데 한국인 두 명인 듯한 사람이 보였다. 먼저 가서 요기를 하고 있는데 느지막이 나타나서 길을 안내해 줬다.


다시 힘을 내서 올라 가는데 길을 건너고 지나쳐서 '중문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여느 태평양 섬나라 해변과 견주고 비교해 보아도 부럽지 않은 제주의 중문 해수욕장 색달비치는 그만큼 맑고 넉넉한 파도와 바람이  함께했다.

신발을 벗고 해변을 걷자니 청춘물의 주인공이 된 듯했다.

하얏트를 통해 롯데 호텔을 지나 가는 올레길을 따라가다가 도로가가 나온다.


한참 도로가를 걷고 보니 인도가 나오고 인도를 따라 걷다 보니 '예래 마을 생태 공원'에 접어든다.

하지만 공원 가로등에 전기가 없어 따라 갈수록 공포가 엄습해 온다.

몇십여분을 따라 내려가다가 어둠 속에서 헤매는 건 의미가 없을  듯해서 다음에 이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하고 예래 초등학교 앞 버스정류장에서 100번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온다.


2015.09.30

https://brunch.co.kr/@2691999/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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