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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Jul 02. 2015

제주도 해안 절벽과 바다소리와 울림의 길- 올레길 7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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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afe.naver.com/hongikgae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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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두 달만에 오는 건데 다시 이렇게 설레도 되는 건지

아, 사람들이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면 산과 섬과 길을 사랑하게 된다고 하던데 내가 그렇게 되는 건가 보다 싶어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제주의 바다는 바라보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런 바다를 보기 위해 올레길 7길을 거꾸로 걸었다.


야자수 나무들이 늘어져 마치 외국에 온 듯한 해안 산책로를 걷다가 샛길로 빠지는 길이 있어 따라 갔더니 점점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잠시 후 밧줄이 나오고 밧줄을 잡고 위태위태 내려간 곳에는 파도 소리가 웅웅 소리를 내며 우는 해안가 절벽.. 머리는 위험하지만 가슴은 두근거리며 아름다운 절벽을 그려내고 싶은 맘이 앞섰다.

열심히 그려내는 절벽은 복잡하지만 나름 규칙이 있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멀리 '산방산'이 손톱만 하게 보이고 한쪽으로 '한라산'이 아름다운 구름에 가려져 보였다. 절벽에 쭈그리고 앉아 그리며, 한 시간쯤 절벽의 울음소리가 익숙해질 무렵 스케치를 완성하고 다음 길로 나섰다.

얼마 안가 포구에 도착했는데 정말 이국적이고 아담한 '월평 포구'였다. 방금 스케치를 하고 발길을 떼었는데 또 이 아름다움을 그려내려면 오늘 올레를 다 돌지 못하겠구나 생각하면서도 손은 뜨거운 목을 만지며 스케치북의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뜨거운 햇볓에 뒷목이 다 타들어가는 쓰라림을 느끼며 다음의 '강정 포구'로 발길을 옮겼다. 해군기지는 생각보다 대단히 크게 지어지고 반 이상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착잡함을 느끼며, 이 아름다운 바다를 이렇게 써야 하나 생각이 들고, 한편으론 일본을 견제해서 해군이 주둔하긴 해야겠는데 이런 식은 아닌 것 같다란 생각이 들었다.

반대하는 분들의 모임이 마을 초입에 공간을 만들어 놓고 서명과 투쟁의 운을 띄우고 있었다.

안내해 주시는 분께 힘을 북돋아 드리고, 다음으로 향하였다.

'서건도'와 '범섬'의 아름다운 모습에 배경으로 해군기지가 커다랗게 있으니 적어도 이곳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바닷가 우체국'에 머물러 식사를 한 후 조금 더 가서       

'서건도'와 '범섬'을 아름답게 그림으로 담아내고, 캠핑공간들을 지나쳐 바닷길을 따라서 나무와 나무들이 얽혀있는 터널들을 지나고 지나 '법환 포구'에 도착했다.

다시 바닷길을 계속 따라서 아름다운 리조트가 있는 '속골'을 지나 '돔베낭길'을 지나 '폭풍의 언덕'에 들어 섰다. 이제 이 길을 한참 따라가면 '외돌개'가 있는 곳인데 조금 많이  어두워졌다.

바다의 검은 파도소리를 함께 하며, 해안 절벽을 따라 '외돌개'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외돌개'는 내가 20대 때 제주에 왔을 때 봤던 아름다운 곳이다. 아마 대학 1학년 동기들과 스케치 여행을 왔을 때 였던 것 같다.

그때의 모습에 비해 나는 늙었는데 '외돌개' 그 녀석은 그대로였다.

돌아나와 30여분 '유토피아길'을 걸어 숙소 근처 ‘용이네‘에서 제주돼지를 먹어주고, '민중각으로 들어갔다.

아침을 같이 먹었던 상현 씨가 방을 예약하지 않아 다른 분이 오시고 상현 씨는 제주시로 갔다고 했다.

'아쉽게 얼굴도 못 보고 갔네...'

대신 방을 같이 쓰는 정수 씨 얼굴을 그려주고, 내일 일정을 위해 다시 잠에 들었다.       

  

2015.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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