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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Jul 03. 2015

바다는 비를 쏟아부어도 테가 나질 않는다-제주 올레 5

남원포구, 큰엉입구,선광사,위미 ‘동백나무군락',건축학개론,쇠소깍

http://cafe.naver.com/hongikgaepo

    


밤에 자다가 몇 번 깨었던 것 같다. 비가 몰아쳤던 것 같은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하늘은 짙은 회색에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 고민 끝에 '용눈이오름'과 '비자림'은 다음으로 미루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올레길 5코스'를 돌기로 했다. 아침을 먹고 나를 위해 기다려준 두 분께 감사했다. 한분은 오늘 서울로, 한분은 민중각을 지키기로  하셨다.

버스를 타고 남원 포구에 내려 잠시 6코스를 갈까 고민하다 다시금 맘을 잡고 5코스를 돌기 시작했다. 큰엉입구에 들러 해변길을 걸으며 제주바다는 비 오는 날이 진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해안 절벽에서는 여전히 웅웅 소리를 내며 바다는 파도를 더욱 힘차게  절벽에게 채찍질했다. '큰엉' 에 다가와서 평상에서 그릴 수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평상에서는 바다만 보였다. 그런 바다를 한참을 쳐다보다가 육지 쪽으로 틀어 '선광사'에 들렀다. 비가 가늘어지길 처마에서 기다리며 마당 한편의 잘생긴 나무를 그리기 시작했다. 비가 세게 몰아쳐서 바싹 처마에 붙어 한 시간여 그리고 나니 나무의 모습이 조금 스케치북에서 보이기 시작한다.

카톡으로 지인들에게 보내고, 위미 '동백나무 군락지'에 다다랐다.

한 할머니가 동백나무 씨앗 하나로 조성한 군락지에는 울창하고 커다란 동백나무가 숲을 이루듯 길게 늘어섰다.

이른 봄에는 이곳이 정말 천국 같겠다란 생각을 하니 행복했다.  

다시 비 오는 해변길을 걸어가다 보니 사람들이 모여있는 모습이 보인다. 알고 보니 영화 ‘건축학개론’에 나왔던 그 집이 거기 있었다.

그 건물을 만든 사람, 그 분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태연 씨 '위미'래요 마을 이름이..."

"위미? 우리가 나?? 영어 같은데 우리나라 말이네요"

"그죠?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녀는 지금 미국에서 잘 살고 있겠지...


'망장포'를 지나 오늘의 목적지 '쇠소깍'을 도달하니 비가 몇 차례 쏱아붓듯 온다.

'쇠소깍'의 풍경은 편안한 곳이었으나 내리치는 비 덕분에 역동적인 곳이 되어 버렸다.

한참을 그 길을 따라가다가 하구에 이르니 한편으로 검은 모레로 이루어진 해수욕장이 있었다. 그 검은 모레 해수욕장을 밟으며 어두워지는 하늘과 바다를 쳐다보고 있다 제주시로 가기 위해 서둘렀다, 다시 한차례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몰아치다가 제주시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니 비가 조금씩  잠잠해지는  듯했다, 숙소로 가서 씻고 시간을 맞춰 아침 비행기를 타기 위해 잠을 청했다    




2015.06.30.~07.01


https://brunch.co.kr/@2691999/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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