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연 Jan 05. 2018

제주도 올레길 7-1코스 엉또폭포와 고근산의 아름다움

월드컵경기장, 엉또폭포, 고근산, 재남 보육원, 서호초등학교, 봉림사,

http://cafe.naver.com/hongikgaepo


공항에 가는 길은 즐겁다. 

새벽 졸린 눈을 비비면서도 항상 어딘가를 간다는 건 설레는 일이다. 어릴 적 부모님이 수입이 좋았던 다음날 택시를 대절해서 수안보를 다녀왔던 기억은 택시 멀미로 구토를 하면서도 내 어릴 적 최고의 여행이다. 

지금 나 스스로가 움직일 수 있다는 건 때때로 문득 최고의 선물을 나에게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비행기를 타면 사진을 찍는데 하필이면 오른쪽 창가에 앉아 해를 등지고 서서 구름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아 조금 실망스럽다. 

잠깐 잠이 들었을까? 

깨어보니 '진도 섬'이 보인다. 잠시 후에 '추자도'도 보이고 '제주섬'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한라산에 가려진 시뻘건 태양이 괴물의 눈과도 같다. 

이 컷 한 장을 건지려고 오늘 이 상황들이 있었다. 




공항에서 급행 102번 서일주 버스를 타고 서쪽을 돌며 1시간 50분간 투어를 한다. 완행 202번은 1200원으로 저렴한 대신 3시간 걸린단다. '비양도'와 '차귀도'와 '산방산'을 눈인사하고 도착한 서귀포 버스터미널, 이제 시작 코스인 '월드컵경기장'으로 찾아간다. 

시작점 스탬프가 어디 있는지 정확하지 않아 지나가는 분께 여쭤보니 직접 올레길을 만드신 서명숙 여사께 전화해서 물어보신다. 

신도시 같은 잘 정리된 길을 30여분 걷다 보면 갑자기 나타나는 제주스러운 귤 밭길, 그 길을 구불구불 따라간다. 갑자기 나타난 노루가 카메라보다 빠르다. 

중산간지역이어서 그런지 노루가 동네 강아지처럼 뛰논다. 

서둘러 올라가니 '엉또폭포'로 가는 길이다. 

'엉또폭포'는 비가 올 땐 세계 4대 폭포(?)에 들 만큼 제주에서 제일 큰 폭포이기도 하지만 비가 오지 않을 땐 그냥 기암절벽처럼 보인다. 비 올 때 오려고 기대했으나 어쩌겠는가? 다음에 비 올 때 모습도 기대해야지..

대신 그 모습이라도 그림으로 담는다. 

그리는 동안 여러 팀이 다녀가면서 그림에 대해 이야기한다. 

방해하지 않으려 조심조심 보고 가는 사람, 다짜고짜 그 그림 달라는 사람, 관심도 없는 사람..

어쨌든 제주는 따뜻하니까 따뜻한 색도 넣어줬다. 겨울이 가을 같은 아름다운 제주는 움직이면 덥기까지 하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서둘러 움직인다. 

















'고근산'까지도 한참 남았고 그 뒤로도 한참이다. 

길을 걸으며 머릿속 복잡한 생각이 휴지통으로 정리되는 기분이다. 

시간은 지나 길도 지나 '고근산' 밑부분에서 30여분 치고 올라간다. 

고근산 정상부가 보인다. 

바다가 보이는 쪽을 한참 바라보다가 한라산이 보이는 쪽을 보는데 한라산이 가깝다. 

그런데 눈이 보이지 않는다. 오늘 날씨가 따뜻하더라니.. 

내려가면서 '각시바위'를 지나 '재남 보육원'을 지나 마을로 들어오는데 리본이 끊겼다. 

물어물어 '서호초등학교'까지 간다. 

'봉림사'로 가는 길을 찾아 '하논분화구'를 찾는다. 거기에 서귀포성당의 효시인 '하논성당터'가 자리해 있다.  제주는 통수가 잘되어 논은 없고 밭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논으로 '걸매 생태공원'을 헤매고 헤매다 절의 문을 나서자 서귀포 시내가 나온다. 

올레여행자센터를 거쳐 여행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온다. 










숙소에서 먼저 자고 계시는 분이 있어 짐만 놓고 앞집으로 크게 이사 간 '용이 식당'에서 오랜만에 제주 두루치기를 맛보고 방에 들어왔더니 주무시던 분이 일어나 계시는데 할아버님이시다. 할아버님은 나이가 80이 다 되셨는데 일본에서 태어나서 부산에 50여 년 살다가 서울에 12년 정도 사셨단다. 

검색도 바로바로 하시고, 서울이 너무 추워 겨울이면 남제주 서귀포로 내려오신단다. 

또 한분은 굉장히 동안의 요리 연구가인데 올레길 정도는 서귀포에서 쇠소깍까지 1시간이면 간다는 황금발이셨다.. 여하튼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잠 속으로 잠 속으로.... 


2017.12.29

https://brunch.co.kr/@2691999/303


이전 08화 제주도 해안 절벽과 바다소리와 울림의 길- 올레길 7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