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마당, 텃밭, 주성동, 한남동, 서빙고동, 스케치, 재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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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뜨거운데 구름은 가을 구름처럼 높고 선명하다.
우리 집엔 나이 드신 어르신이 사신다. 사실 엄밀히 이야기하면 옆집 어르신인데 뿌리만 옆집에 박아놓고 잎은 우리 마당에 다 쏟아 놓으신다.
살던 집을 임대주고 여기 이곳으로 온 것도 다른 건 다 재껴놓고 이 마당과 어르신이 마음에 들어서 인데 삶에 사이클에 적응하다 보니 뒷마당은 자주 들려보지 못하다가 감기가 심하게 걸려 일하는 것처럼 열심히 다니던 산을 잠깐 쉬면서 마당에 관심을 갖는다.
마당에는 해가 잘 들지 않은 텃밭을 대신한 '화분들'과 '빨랫줄'이 늘어져 있고, 봄에 심은 '고추'와 '호박'이 자라고 있다.
올 한 해 기록적인 더위로 열매들은 잘 맺지도 않은 채로 웃자라고 잎들은 데쳐지기까지 했지만 윗집 할아버지의 정성으로 이 폭염에도 타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은행은 아직 검은 머리가 무성한 듯 푸른 잎들이 촘촘히 가득하고 노란 잎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이제 일주일 남짓 '입추'를 남겨놓고 있다.
은행을 우러러본다.
아니 내가 내려볼 방법도 없을뿐더러 감히 이분을 내려보다니,
그냥 이 더위에 그늘을 내려주는 그 너른 품이 고마울 따름이다.
이 지역이 재건축된다던데 저 너른 품을 못 볼 가능성이 크지만
이 집에 살고 있는 한 잊지 못하는 맘 넓은 우리 집 아니 옆집 어르신이다.
2018,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