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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Oct 29. 2018

깊은 가을 만석공원 그리고, 수원 농악 정기공연

비, 가을, 연잎, 수원, 풍물패 꼭두, 그림, 풍물, 스케치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새벽부터 천둥 번개가 요란하더니 비가 기어코 한차례 아니 간간히 자주 내린다. 

가을이 깊다. 

모름지기 색은 물이 머금을 때가 더 진하고 깊다. 그래서 마른 후를 생각하고 그리지 않으면 안 된다. 

오늘 가을 풍경은 물을 잔뜩 머금고 있어 진하고 깊은 풍경을 보여준다.  

학생 시절 풍물패 선배형을 만나 수원 '만석공원'으로 이동한다. 

가로수들도 아름다워 마음을 들뜨게 하지만 머금은 습기 덕분에 가라앉힌다.




'만석공원'은 가운데 정조 임금이 만든 인공호수가 아름다운 수원의 풍류 공원이다.  

사람들이 다 오른쪽 방향으로 걷길래 난 왼쪽으로 산책한다. 

말라있는 연잎과 아직 푸르름을 더하는 연잎을 보면서 같은 날씨에도 터가 주는 생명력은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운치 있는 길을 걷다가 '영화정'에 머문다. 

정조 때 지은걸 1996년 옮겨와 신축한 조선시대 건물로 '교구정'으로 불렸다고 한다. 

잠시 머물다 아름다운 붉은 단풍과 어우러진 호수 둘레길을 걷는다. 

가운데 섬이 있고, 도는 각도 내내 다른 풍광을 보여줘 정취를 느끼며 산책하기 좋다. 

거의 한 바퀴 다 돌 무렵 풍광이 좋아 스케치를 하려고 스케치북을 펴니 하늘에서 갑자기 '후드득' 다시 비가 내린다. 

한쪽에서 해가 나올 듯하면서 비가 쏟아지길 40여분 우산을 펼쳐 들고 시작한 그림이라 불편한 자세로 그림을 완성해나간다.















스케치를 정리하고 같이 왔던 선배형과 점심을 먹으러 간다. 

앞자리 숫자가 달라질수록 음식의 선호도 취향도 조금씩 달라지나 보다. 

정육식당의 김치찌개를 먹고, 공연 준비를 도우러 서둘러 가보니 비는 완벽하게 그쳐있고 이미 텐트도 다 쳐있다. 

이제 같이 즐기면 되는 시간인가 보다. 

풍물판은 음악당 너른 마당에서 물을 뿌려놓은 듯 깨끗한 상태에서 시작한다. 

비가 갑자기 그친 터라 사람들이 그제야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상쇠의 꽹과리 소리가 시작을 알리자 신나는 풍물패의 악기들이 따라 울리고 똬리 튼 뱀의 모습이 펼쳐지듯 '쇠'와 '북'과 '장구'와 '잡색'의 역할들이 제 역할을 하며 신나는 풍물판이 벌어진다. 

뱀이 똬리 틀듯 진을 만들다 교차로 혹은 전투대형으로도 만들어지며 몇 차례 자랑하듯 판을 벌인다. 

사이사이 '낚시 도사', '기생', '한량', '조개', '우렁이' 등의 잡색들이 즐거움을 돋우고 어느덧 앞쪽 굿이 끝나는 듯하더니 후반 뒷 당산 벌림에는 '명금무', '쇠놀음'과 '소고 놀음' '민무동' '열두발놀음'등 개별 기량을 뽐내며 판은 절정에 오르다 관객들과 함께 즐기는 시간으로 판이 마무리되었다. 


변화무쌍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국악'과 '만석공원'의 조화가 아름다웠던 일요일 하루였다.   





2018.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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