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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Jan 23. 2019

해발 1350미터 상고대의 절정 겨울산 '백덕산'

문재, 사자봉, 당재, 백덕산, 먹골, 겨울산행, 서울대 나무, 눈꽃

http://cafe.naver.com/hongikgaepo


 겨울산은 눈이 뒤덮여야 맛이다. 그 눈으로 쌓인 하얀 옷으로 갈아입은 겨울산을 만나고 싶지만 이번 겨울은 틀렸나 보다. 눈이 귀한 마른 겨울이다. 그래도 해발 1000 고지가 넘어가면 만날 수 있는 상고대가 있기에 기대를 하고 평창의 큰 산중 하나인 백덕산에 오르기 위해 아침 일찍 여장을 챙긴다. 




 '문재'에서 시작하는 산행은 그래도 2개월 정도 켜켜이 쌓인 녹지 않은 눈으로 겨울산의 느낌을 가져볼 수도 있다. 해발 800미터에서 시작하기에 추운 바람과 기온에 흙 위에서 녹지 않았기 때문이다.   

헬기장으로 가는 길 건너편으로 산의 정상부위가 할아버지 머리처럼 하얗게 서리가 내린 듯 상고대가 장난 아니다. 

건너산이 저렇게 보이면 내가 오르는 이산은? 

조금씩 하얗게 반짝이는 상고대가 하나둘 나무에서 보이기 시작하더니 하얀 조화 같은 나무가 겨울 왕국 애니메이션을 보듯 환상적인 풍광을 만들어낸다. 

잠시 그 애니메이션 같은 풍경 속에 떠다니듯 걷다가 하늘에서 던지듯 떨어지는 눈송이들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헬기장에 올라서자마자 갑자기 구름을 벗어난 태양이 그 빛을 내리쬐고 사람들은 그 따뜻함에 헬기장이 이내 장터가 된 듯 북적대며 간식을 먹고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등줄기엔 땀에 젖어 김이 올라오고 친구를 기다리며 멀리 하얀 산을 바라본다. 

친구가 오고 겨울 귤을 간식으로 먹은 뒤 다음 목적지인 '사자봉'으로 이동한다. 




'사자봉'으로 가는 길은 남도 산에서 많이 보이는 푸른 조릿대들이 서식하고 있고, 그 위를 싸라기 눈들이 덮고 있어 무국적 계절의 환상감을 심어주고 있다.

그런 언덕을 몇 개 넘어 '사자봉'에 도달해 다시 '당재' '작은 당재'에 도달한다. 

오랜만에 10킬로 넘는 산을 걸어서인지 왼쪽 무릎에 무리가 가기 시작하고, 스틱을 꺼내 그것에 의지하며 조금 더가 백덕산의 정상을 바라볼 수 있는 500미터 전 삼거리에 도달한다. 

그 바위 무덤들 중 바람을 막아주는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친구를 기다리며 스케치를 한다. 

역시나 먹물은 얼기 시작하고, 빠른 붓놀림으로 산 봉우리와 고목을 담아내고, 10여분 후 친구가 도착해 맛있는 산에서의 점심을 풀어놓는다.  






친구는 몸에 무리를 느끼고 정상보다는 그냥  바로 하산하기로 하고 나는 시간 계산을 해 보니 가능할 듯하여 스틱에 의지해 정상으로 발을 뗀다. 

가면 갈수록 무릎에 통증이 느껴지지만 500 미터면 15분으로 충분해 한발 한발 발을 떼며 정상부위 암벽을 올라타니 조금씩 밝아지는 하늘로 사람들이 줄을 서서 가느라 빽빽하다. 

오르는 길에 서울대 나무도 신기해 바라보다 서두른다.

정상 부근은 십여 명이 서면 꽉 찰 정도로 좁지만 주변 산맥이며 하늘과 구름이 끝없이 이어져 보일 정도로 아래쪽에 이어져 있다. 

이산 높긴 높은 것 같다. 

이제부터 남은 시간은 한 시간 45분가량,

하산을 위한 발걸음을 하는데 겨울산이 의례히 그렇듯이 블랙 아이스의 위험함이며 녹은 눈길의 질척함까지 그런 길에 성치 않은 무릎으로 하산하자니 시간 내에 가능할까 의심스럽다. 

4.7킬로, 시간상으론 멀쩡한 상태였을 땐 가능한 거린데.... 

여하튼 서둘러 내려가기로 한다. 

스틱을 목발 삼아 내려가니 속도는 느려도 얼음에 눈길에 미끄러지지는 않는다. 

앞뒤에서 여러 차례 사람들이 구르고 미끄러져도 난 뾰족한 스틱에 몸을 의지 할 수밖에 없으니 미끄러지지 않는다. 

다만 속도만 쳐질 뿐이다. 

헬기장을 지나 계속 숲길을 가다 다행히 절반부터는 임도길이다. 

임도길은 무릎에 큰 무리를 주지 않아 편히 내려오는데 두세 군데 얼음으로 가득한 와일드한 길이 나와 조심조심 비켜서 간다. 

조금씩 사람의 흔적이 보이는 집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겨울 그 거친 계절을 견디기 위해 사람들은 조용히 웅크리고 계시는 듯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 

'골' 그 하산지로 향하는 길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친구의 전화도 반가웠고, 사람들이 하나 둘 보이며 마을의 흔적들도 정겹다. 

겨울 산행은 삶의 따뜻함에서 멀어져 가며 와일드한 모습들로 하여금 신선함을 느끼고, 따뜻한 보금자리의 소중함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따뜻한 산행임을 깨닭는다.  














2019.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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