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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Feb 19. 2020

봄눈, 한남 제3구역에서 일만 이천봉을 발견하며....

서빙고, 우사단로, 봄, 눈, 한남동, 한남 뉴타운 3구역, 어반 스케치

 

http://cafe.naver.com/hongikgaepo



봄 아니 겨울 아니 봄이다.  

헷갈리는 계절이기도 하고 항상 그래 왔던 계절이기도 하다. 

친구의 사진을 보니 제주도엔 봄 유채꽃이 한창이라는데 6년 전 페북이 보내준 사진을 보니 오늘도 눈이 왔나 보다. 

'코로나 19'란 병균 때문에 두 달여간 마스크 속에 갇혀 살아오니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계절이 변해가는지 무감하며 지낸다. 

어제는 비로 시작하더니 오늘 늦은 아침 맑은 하늘에 눈이 날리기 시작하며 눈이 쌓인다. 

공기도 차갑게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바람도 차갑다. 

봄인지 겨울인지 헷갈리는 계절의 전환점에 서서 눈을 맞이한다. 







멀리 가지도 못할 듯하여 동네 눈의 흔적을 더듬으며 '한남동 우사단로'의 '봄눈'을 맞는다. 

싸라기눈이 날리다가도 푸른 하늘에 함박눈이 날리기도 한다. 

마치 특수효과팀이 실수로 눈 포대를 떨어뜨린 것처럼 하늘은 뒤죽박죽 날씨다. 

하지만 집을 나서기 시작하면서 평소에 잘 보이지 않았던 눈에 덮인 산이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선명하다. 

사진을 찍으며 눈발을 헤치며 가니 하늘 한 구석에선 파란 하늘이 비치고 평소 지나치기만 했던 '댓잎 갈비'란 가게 조그마한 마당에 댓잎과 눈이 잘 버무려져 맛있는 '봄 쑥떡'과도 같이 보인다. 

규모의 차이지 도심에서도 볼 수 있는 '눈꽃'과 '상고대'는 잘 뒤지면 여기저기 찾을 수 있다. 

한남 뉴타운 3구역이 산을 깎아 만든 동네이기에 어떻게 보면 서울 중심에 있는 유일한 산동네이기도 하다. 

그 산동네를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듯 정감 있는 동네를 아니 그 설산을 헤매며 기암괴석 같은 집들의 사진을 찍어댄다. 

기암괴석의 여러 종류 중 다양한 모양, 그중 유물 같은 목욕탕 굴뚝을 찾아낸다. 

목욕탕 굴뚝에서 연기가 아니 난다.  

아니 안난지 꽤 오래되었을 듯하다. 

그 오랜 하늘을 맞댄 붉은 석주 같은 기둥을 그리기 시작하니 혼자 좋은 시간을 보낸다고 질투하듯 함박눈을 스케치북에 얹어 놓는다. 

눈을 슥슥 바람으로 밀어내며 그리니 물감을 데리고 떨어져 번지고 난리가 났다. 

마치 산 깊은 곳 조난당하며 그린 기록 같아 우습고 창피하지만 기록으로 남긴다. 










날이 너무 춥다. 

오늘 가고자 했던 눈 쌓인 '북한산'도 '응봉산'도 다 귀찮아졌다. 

그냥 이곳 산동네 석림이나 헤매다 뜨거운 국물이나 마셨음 싶다. 

미로 같은 다가구를 지나 루프탑에 오르니 멀리 설산이 된 '남산'부터 우후죽순으로 솟아난 봉우리 봉우리들이 금강산 일만 이천 봉을 발견한 듯 경이롭다. 


'입춘'으로 머리를 내밀었던 새싹들이 얼어 떨어질 것 같은 맹추위를 즐기며 하산하여 먹는 '감자탕'으로 얼었던 몸을 녹인다.    















      

 2020,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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