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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Jul 07. 2015

강화 해가지는 마을길, 나들길 4코스

가릉-갈멜산기도원-정제두묘-하우약수터-이건창묘-건평나루-건평돈대-외포여객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아침 일찍 제주에서 보내 온 분홍빛 바다 사진으로 자극받고 빨리 짐을 꾸려서 강화로 가는 버스를 탔다. 시간표와 길을 살펴보니 낙조를 볼 수 있으면서 버스시간이 맞는 곳은 '외포리'로부터 '가릉'구간 그걸 역으로 가면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서 바로 환승하는 버스를 타고 가릉을 가는 탑재 삼거리로 향했다.

확실히 한번 온 길은 다시 오게되면 빨라진다. 망설임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가릉'까지 가는 길의 시간은 반으로  단축되는 것 같았다. 가릉을 통해서 언덕을 넘어 마을과 바다가 보이는 뜨겁지만 밝은 곳에서 스케치북을 꺼내고 한 장을 그리기 시작했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길은 항상 아름답다.

그림을 그리고 언덕으로 내려가니 리본이 보이지 않는다.

내가 잘못 왔나 싶어서 한참을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오니 여전히 리본은 어디선가에서 끊어졌다. 전화를 해서 문의를 해 보니 문의를 받으신 분은 자신의 사견만  이야기하신다.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 자리에 계신 것 만으로 안심은 된다.

사람은 여러 스타일이 있다.

자신의 의견이 먼저 앞서는 사람과

자신의 의견은 다른 사람의 의견과 잘 믹싱 하는 사람과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기만 하는 사람들..

모두들 장단이 있긴 하겠다. 어떻게는 이야기는 결론이 나게 마련이니 크게 신경 쓰이진 않는다.

여하튼 도로를 따라 '정제두 묘'를 목적지로 삼고 가다가 편의점 아저씨에게 문의해 보니 동네를 훤하게 꿰고 계셔서 그 분의 도움으로 부대 뒤 나들길을 찾아서 길을 회복해서 갈 수 있었다. 정제두 묘까지 가는 숲길은 모기들로 인해 헌혈을 일정량 하지 않으면 갈 수 없는 흡혈의 구간이었다. 모기들도 가뭄에 피가 고팠나 보다. 조금  헌혈해 주고, '정제두 묘'에 이르러 그 분의 역사적 위치를 살펴본 뒤 하우 약수터로 방향을 틀었다. 약수터는 잘 정비되어 있었으나 가뭄으로 인해 단수된 상태였다. 가뭄은 서울에선 느낄 수 없으나 여기 오면 절실하다.

'이건창묘'를 가는 길에서 다시 바다가 보이는 길이 아름다워 스케치북을 꺼내 그린 후 조금씩 붉어지는 하늘을 쳐다보며 둑길을 걸었다. 어느 순간 하늘 색이 구름과 어우러져 너무 아름답게 보여 발길을 멈추고 적당한 곳에서 하늘 색을 재현한다. 구름 사이에서 보일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보여주는 해의 자태가 마치 남성 캐릭터가 아니라 강인함과 부드러움을 다 같이 가지고 있는 중성 캐릭터 같았다. 재현하려고 해도 잘 재현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색을 가지고 비슷하게 만들어 본다. 옆에서 낚시하던 분들도 자리를 접는 시간이 되어 해는 구름과 바다 너머로 사라지고 조금 조급해진 나는 열심히 달려서 선착장에 도달한다. 선착장의 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고 있었고, '대합실'이란 글씨 주변으로 하루살이들만 문전 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정류장으로 가니 마침 이제 출발하려는 버스가 나를 기다렸다는 듯 내가 타자마자 강화읍으로 내달린다. 정류장에 서지도 않고 밤하늘에 토끼를 보고 달리는 늑대처럼 강화읍까지 내달린다.

2015.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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