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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Aug 24. 2015

강화도 나들길 7코스, 갯벌 보러 가는 길

갯벌로 사라져가는 시뻘건 태양이라는 과일을 놓고 오다.

http://cafe.naver.com/hongikgaepo

화도공영주차장-내리 성당-일만보길 입구-일몰 조망지-북일곶돈대-갯벌 센터-마니산 청소년 수련원-화도공영주차장


어제 늦게까지 마신 오랜만의 사람들과의 좋은 시간 때문에 잠은 많이 취하지 못했지만 몸이 취한 상태였다. 하지만 아침 일찍 일어난 상태로 그대로 집으로 와 짐을 챙겨 출발했다.

오랜만의 강화였지만 이미 익숙해져 있는 나는 마트에서 감귤 주스를 하나 사고, 화도로 가는 버스를 30여분 기다렸다. 평일에는 매 시간마다 있지만 주말에는 뜨문뜨문 운행했다.

타임테이블에 ‘교동도’는 최근 남북의 긴장 상태로 인해 출입을 자제해 줄 것을 부탁하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들은 이미 여러 번 가서 익숙한 장소들을 보여주며 지난 시간들을 떠올리게 하고 있었고, ‘화도 공영 주차장‘은 온수리 주차장과 닮았지만 더욱 조용한 곳이었다.




오늘 걸을 길이가 20.8키로니까 서둘러야 간신히 막차 시간에 도착할  듯하여 사진을 찍으며 빠른 발걸음을 옮겼다. 고라니도 역시 반갑게 얼굴을 보여주고, 산비둘기도 쌍으로 도망가며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만보길’ 입구를 지나 도착한 일몰 전망이 되는 펜션들 가운데 한 곳에 부탁해서 계단에 앉아 그림을 완성시켰다. 조금 졸리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풍경이라 차근차근 수를 놓듯 그리기 시작했다. 펜션 주인아저씨는 열심히 청소하시고 계시다가 내가 끝나니 물 한잔  대접해 주신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매일 보시니 항상 하루가 행복하시겠어요? “    


아침마다 물안개가 끼어 느낌이 더욱 좋단다.

인사드리고 천천히 내려오니 물이 조금 빠진 바닷길이 나를 맞이해 준다.

산을 오르고 둑방을 따라 걸으니 여기서 묵으면 좋겠다 하는 펜션들이 즐비하다.

다들 선견지명이 있어서 이렇게 많은 펜션들을 이 자리에 지은 것일까?

그들의 미래를 보는 고견에 감탄하며 나도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뻘밭에서 무언가를 캐는 한 가족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데크길 밑에 그늘막이 텐트를 치고

햇빛 때문에 이동하는 커플을 보고, 타이어로 만들어진 산길 계단을 따라 걷고 또 걷는다.

한참을 돌아가다 ‘북일곶 돈대’에 이르러 한없이 펼쳐진 뻘밭에 매료되어 바람과 함께 바라보다가 부대 옆길로 난 샛길로 내려온다.     

둑방 한 곳에 이르니 사유지이므로 도난 방지를 위해 들어가지 말라고 되어 있었다.

안내  자원봉사하시는 분께  전화드렸더니 전화를 안 받으신다.

문은 열려 있어서 조용히 조심히 지나친다. 안에 과수를 몇 그루 심어 놓으셨는데 그게  걱정되어 만드신 것 같았다. 조용히 지나치는 나들길 손님들도 있겠지만 간혹 자신의 마당에 열린 것인 양 떼어가시는 분도 계신가 보다.

반대쪽 문이 철통같이 막혀 있어 간신히 넘어 나가고, 리본이 보이지 않아 헤매다가 바다로 난 길을 찾았다. 산과 둑길을 가다가 갯벌 센터에 이르러서 전화가 온다.

자원 봉사하시는 분의 전화였다.

지난 상황을 이야기하고 앞으로 시간과 길에 대해 문의한 뒤 끊는다.

굉장히 정직한 목소리의 여자분이셨다.

조언대로 조금 서둘러 갯벌센터에 들린 후 만든지 얼마 안 되는 그곳에서 철새들을 조망하게 되어 있는 망원경으로 지평선 끝을 바라보다가 요기를 하고 다시 가던 길을 간다.

산길이 끝나자 너른 평야와 산 중턱마다 즐비한 펜션으로 이루어진 마을이 나타난다.

지도에 있는 대로 둑방을 걷다가 저녁노을이 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산을 넘기 위해 언덕배기 펜션촌으로 올라갔다. 일요일 저녁에 의외로 가족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속속히 도착한다. 그 사이를 지나 ‘청소년 수련관‘과 ‘하늘 아래 정원‘이라는 펜션촌을 지나다 어르신께 길을 물으니 저수지의 이름이 틀리단다. 지도에는 ’김촌 저수지‘라고 나왔는데 그게 왜 그렇게 나왔는지 모르겠다신다.    


“장화리 저수지야 왜 그렇게 부르는지... 쯧쯧”    


아마도 정치적인 무언가가 작용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산길을 돌아 돌아 걷다가 이제 내리막길을 타기 시작하자 길은 가로등도 없이 칠흑과도 같다.

인적도 없고 어두운 그 길을 걸어 내려오는데 저 뒤에서 차가 오더니 멈춰 선다.    


“타세요 길이 무척 어두워요”    


어르신 두 분이 농사 짓는 거 자원 봉사 하고 가시는 길이시란다.

그분의 친절 덕에 의정부로 가시는데 일산까지 데려 주시겠다며 내리 질러가며 따님들 이야기와 형제들 이야기를 해주셔서 나는 친구들 이야기로 맞장구 쳐 드렸다.

섬을 가다 보면 예기치 않은 인연들을 만나게 된다.

나의 인연은 또 어디에서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지하철에서 아까 채집한 죽어있는 뱀을 어떻게 보관하는지 경태형과 통화하며 서울로 가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2015.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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