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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Feb 11. 2016

불에 들을 놓아....

강화 나들길 16 코스-서해 황금 들녘길

 http://cafe.naver.com/hongikgaepo                                                           


항상 바다는 나의 마음을 넉넉하게 만든다.

그런 바다를 보기 위해 강화도로 가는 버스를 아침 일찍 갈아탔다.

강화도로 가는 버스는 오늘의 맑은 날씨와 함께 일찍 도착해 주었고, 무리 없이 '강화 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마트에서 감귤 주스를 사고, 버스 시간을 보는데 오늘 도는 시점인 '창후 선착장'까지 가는 버스는 1시간여 전에 갔고 앞으로도 1시간 후에 오는지라 돌 수 있는 시간이 조금 모자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창후리 선착장'에서 바다의 기분을 한껏 느낀 다음 작은 어시장에서 서해 바다에서 나는 다양한 수산물을 구경하며 둑길로  빠져나왔다.

바다는 역시 멀고 깊은 곳이지만 물이 빠져 있는지라 뻘과 돌과 햇볕이 잘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바다 반대편으로 겨울 들에 들불을 놓은 듯 연기들이 난다.

그 위로 새들이 떼 지어 날아간다.    


“지금이 한참 들불을 놓는 때구    


한참 여기저기서 불이 난  것처럼 연기들이 올라간다.

그 연기들을 한참 쳐다보다가 이글이글 타 버린 새까만 들 바닥을 쳐다본다.

이 바닥도 이제 몇 주 후면 스멀스멀 녹색으로 덮여 오겠지...

연기는 그 전에 쓸데없는 잡 영혼들의 승천일지도 모르겠다.

‘망월 돈대‘에 이르러 바다를 바라보니 이렇게 낮은 돈대도 있구나 싶다.

리 장성’이라 불릴 때도 있었다니 둑길을 걸으면서 만만치 않게 길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다. 바다의 물이 점점 차오르기 시작해서 열심히 걷는다.     

부지런히 걷다 보니 ‘계룡 돈대‘에 도착한다.

'계룡 돈대'에서 내려다보는 길과 소나무 숲이 한적하고 운치 있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지만 아쉬움이 남을  듯해서 스케치북을 꺼낸다. 돈대 한쪽 편에서 소나무 숲과 어우러진 돌담의 모습과 저 멀리 앞으로 가야 할 길을 그려낸다.

한참을 그리고 있자니 한쪽 편으로 해가 아주 빨갛게 가라앉는다.

붉은색과 아직 남은 하늘색의 적절한 색조화의 향연이다.


해가 건너 섬 너머로 사라지자 짐을 챙겨 빠르게 달린다. 이제 30여분이면 길과 하늘은 어둠으로 깔릴 텐데... 허겁지겁 ‘용두레 마을’로  접어든다.

길을 잘못 들어 다시 한번 마을을 한 바퀴 돌고 나서야 나들길 리본을 찾는다.    

‘황청 저수지‘를 지나 ’ 예수의 성모 관상 수도원’을 비껴가니 하늘은 까매졌는데 산길이 시작된다.

핸드폰 배터리를 체크해 보니 30분은 달릴 수 있을 것 같아서 달리기 시작한다.

어둠을 핸드폰 배터리에 의지하고 산행이라니...

야간 산행에 그나마 익숙해서 달리는 거지 일반인은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한다.


“산길에 왜 이리 묘 자리는 많은 거야? “    


산에서 계신 돌아가신 분들은 좋은 일들 이셨겠지만 나는 등골이 오싹해서 시선조차 마주치기 힘들었다.

마치 그분들이 반 투명 상태로 무덤 위에 앉아 계실 것만 같아 볼 수가 없었다.

산에는 밤에 짐승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듯 내가 발길을  내딛는  곳마다 무거운 발자국과 가벼운 발자국들이 낙엽을 밟고 나선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이 겨울에 흐르는 땀을 닦을 여유도 없이 산을 둘러 둘러 간신히 30여 분 만에 넘어서니 나오는 곳은 ‘강화 유스 호스텔‘    


밝은 길을 따라서 조금은 안정된 맘으로 걸어가다 보니 바다가 보이고 배들이 어둠을 밝히며 서있다. 그 방향에 어둠 속에 묵직하게 자리 잡은 ‘망양 돈대‘

너무 긴장해 있던 터라  거기까지 가기 무리여서 앞에서  쳐다보는 걸로 만족하고 ‘외포 수산물센터‘를 지나 ’ 외포 여객터미널’에 도착하니 마지막 배가 출항을 서두르고 있었다.

나에게 타실 거냐고 물어보는 바람에 맘속에는

    

“타고 싶다! 타고 싶다!! 타고 싶다!!! “    


이렇게 외쳤지만 내일 있을 수업 때문에 맘만 타들어 갔다.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강화읍으로 나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그렇게 봄바람이 섞인 겨울  바닷바람은 나의 볼을 어루만져 주며,

칠흑같이 어두운 바다의 모습을 보여주고 나서

미련 없이 서울로 가는 여장을 챙기게 했다.    

2016.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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