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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Dec 09. 2015

그 아름다운 ‘한남대교’ 그리고, 그 수 많은 다리들

잠실대교, 반포대교, 동작대교, 잠수교, 영동대교... 다리에 대한 예찬

    

‘한남대교’는 내가 태어나서 제일 많이 걸어본 다리고, 가장 야경이 아름다운 다리다.

한남대교를 걷다 보면, 한남동의 아름다운 산동네가 마치 산이란 이런 곳이고, 삶이란 이런 것이야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나 어릴 적 집이 있는 곳의 ‘잠실대교’는 나를 약간 두려움에 떨게 했다.

이 다리를 건너 저 강 건너까지 갈 수 있을까?

아마 초등학생 때였을까..

내가 갈 수 있는 곳이 제약적일 때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허락되어진 곳이 ‘잠실대교’였다. 잠실대교에서 초입만 갔다가 돌아오기 몇 차례, 그 후 한번 제대로 가기로 맘먹은 건 아마 사춘기 시절 주체하지 못한 감정을 겪게 되었을 때 맘의 안정을 위해 어딘가 걸을 공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 공간은 다리를 건너는 것이었고, 다리는 그렇게 싱겁지만 상징적으로 건너 졌고, 그 후로도 몇 번 고교시절 여자친구로 고민할 때나 내가 20살이라는 어른이 되는 관문에서 나를 위로해 주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그 후 한참 나는 다리를 건널 필요가 없어졌다.

다리보다는 다른 공간들이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다리는 나에게 멀어져 갔다.

힘든 아픔을 여러 번 겪고, 이제야 조금 그럴듯한 어른이 되었을 무렵

이사 온 곳을 둘러보다가 한강을 걷게 되었고,

내가 걷게 되는 다리는 다리인지 모르고 건너게 된

지금 살고 있는 곳과 가까운 ‘반포대교’였다.

하단부를 '잠수교'라고도 불리는 그 다리는 다리 하단부가 길처럼 연결되어 있어 다른 다리들과 달리

그냥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는 다리다.

물과도 상당히 가까워 강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을 뿐 더러 언젠가부터 생긴 반포대교 분수는 조명과 함께 아름답게 수놓아 지기도 한다. 멀리서 보면 더 그렇지만 '잠수교'를 걸으며 보는 분수는 사실 거인이 다리 위에서 소변을 누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 친근한 '반포대교'와 '잠수교'는 아마 한강에서도 제일 다리를 건너는 시간이 짧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과거 ‘태양은 없다’란 영화에서 꽤 멋있는 배경으로도 쓰인 아름다운 앵글의 다리이므로 걷는 동안에는 마치 영화 주인공이라도 된 마냥 거들먹거리며 걷게 되기도 한다.  


새벽, 차가 다니지 않는 시간

‘동작대교‘를 건널 기회가 있었다.

‘동작대교’가 아마 제일 자살률이 높아서인지 다리에는 자존감을 올려주려는 문구들이 가득했다.

마치 당신은 제일 소중한 사람이니 다른 생각하지 말라는 유명 인사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다리 건너는 내내 이야기하고 있다. 그 문구 덕분에 자살률은 떨어졌으면 했는데 오히려 더 많아졌다는 이야기도 들리곤 해서 안타깝게 느껴졌었다.

자신의 몸을 내던지는 게 그리 쉽지는 않을 텐데 저 차가운 물속으로 자신을 내던질땐 얼마나 많은 깊은 고통들이 있었을까 생각하면 같이 맘이 아프지만 그래도 자신을 제일 사랑해 줄 수 있는 건  자신뿐이란 걸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영동대교’는 걸어본 적은 없지만 한참 내가 직장 생활이란 걸 할 때

강북에서 강남으로 출근하게 도와 주는 빠른 지름길이었다.

하지만 시간을 잘못 선택해 건너게 될 때면 상습적인 교통 체증에 정신줄을 놓아 버리게 되기도 하지만 무척이나 중요한 다리임에는 부정할 수 없다.

그런 ‘영동대교‘는 항상 자주 반드시 버스를 이용해서 다니며 압구정으로 가는 길을  연결시켜주었다. 그런 영동대교를 한참 건너지 않게 되면서 그 중요성을 잊어버렸지만 젊은 시절을 추억하며 정감이 가는 다리임에는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한남대교‘ 그 다리의 존재감은 마치 강남과 강북을 잇는 가장 빠른 듯한 핫라인의 길이면서 각각의 동네 냄새를 이어주는 '오작교' 같은 다리다. 그런 다리에서 강북에서 강남으로 건너기 시작하면서 묵직하게 다가오는 한남동의 그림자와 불빛들은 마치 커다란 등이 굽은 괴물처럼 그 괴물의 몸 구석구석이 크리스마스 트리로 장식되어 있는 모습처럼 느껴지는 한남동이 뒤쪽으로 차지하고 있다. 그 한쪽 편으론 두 개의 은 촛대가 세워진 듯한 이슬람 사원의 모습이 차지하고 있고 양쪽에 커다란 아파트들이 그 아름다운 괴물을 잡아먹을 듯 서 있다. 그 밤새 몇 십년을 해도 모자랄 듯한 이야기가 가득해 보이는 풍경을 뒤로 남산과 그 주변 건물들이 포진해 있다.

앞쪽으론 강남의 삭막하고 계획되어진 모습들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가로등은 마치 공항으로 가는 길처럼 우리를 새로운 공간으로 인도해준다.

텅스텐 조명의 불빛은 마치 우리가 가보지 못한 미지의 길로 인도할 것처럼,

그렇게 강남으로 가는 길은 제비가 물어다 준 씨앗을 기다리는 흥부의 맘으로 그다지 넉넉함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알 것 같았다.

각각의 다리들은 그 사연들을 묵묵히 지켜가면서 무거운 팔과 다리로 인간들의 얽힌 삶들을 조용히 이어주고 있으며, 그런 다리를 많이 가진 서울이란 도시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행운의 도시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201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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