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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Aug 11. 2022

양재천과 홍제천의 범람을 바라보며 여름의 끝자락에서

개포동, 대치동, 홍은동, 홍제동, 여름의 끝자락 가을의 시작


내가 일하는 곳은 '양재천'이 가깝고 사는 곳은 '홍제천'이 가깝다.

태풍이 온 것도 아닌데 8월 9일과 10일에 내린 기록적인 비로 자주 방문하던 두 하천이 범람하고

단시간에 19명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나타난 최악의 물난리에 정신이 없다.

심지어 물이 차오르는 걸 보며 퇴근했다는 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를 보며 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인지 그냥 소탈한 소시민 코스프레하는 거액의 월급쟁이인지 헷갈리는 코미디 같은 상황에 

'각자도생'이란 단어가 너무도 절실하게 느껴지는 며칠간 

이 나라에 전쟁이 시작된다며 퇴근하는 최고 권력자와 어디서 무얼 하는지 모르는 참모들이 먼저 사라지고 말 꺼라는 허탈한 믿음이 생겼다.

그래서 사람들이 각자도생 무정부 상태의 단어들을 이야기하며 지지율 20프로대의 권력자에게 부정적인 믿음을 갖게 되는가 보다.


영화를 찍다 보면 영화의 감독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서 스텝들은 감독을 보고 영화의 장면 하나하나를 만들어 간다. 

감독이 뼈대를 짜고 스텝들은 부위에 맞는 살들을 붙이는데 

영화의 감독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만들고 있는 게 나무인지 사람인지 모르기에 이상한 살들을 대충 붙이게 되고 그러면서 무언지 모를 괴물이 만들어진다.

잘 모르는 착한 디렉터라면 주변에서 같이 도와주어 그 작품이 잘 만들어지게 밀고 당겨주며 최대한 좋은 작품을 만들려고 애쓰는데, 잘 모르면서 아는척하고 똥고집만 부리며 주변에 애쓴 사람들을 맘에 안 든다고 깎아내리기만 하는 감독이라면 주변 사람들도 맘이 하나둘 떠나 괴물조차도 만들지 못하게 되며 영화는 제작 중단에 이르게 된다.


"그 자리에 서보니 어렵지!"란 말은 학생 때나 하는 말이다. 

현재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대통령 젤렌스키도 처음 전쟁이 일어났을 때 거취가 제일 궁금했다.

그 나라의 대통령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거대한 나라의 깡패 같은 무력을 상대로 자신들의 나라를 지키고 있는 걸 보며 그 나라 대통령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주변에서 도와주게 되는 것 같다. 


러시아의 깡패짓을 보며 용기를 얻은 중국이 대만을 위협하고 다음은 우리인가 싶은 두려움에

앞으로 5년 안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이 나라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조마조마한 맘뿐이다.

      

   



202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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