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산, 안산, 백련산, 봉산, 보현봉, 형제봉, 향로봉, 비봉, 승가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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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임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색을 발현한 꽃들 사진을 찍어주며 '홍제천'에 접어든다.
평소에 홍제천을 이용하던 방향이 아닌 반대방향으로 가니 또 다른 공간에 온 듯 시원하고 색다른 느낌이다. 강을 따라 거슬러가니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워터파크에 온 것처럼 안전요원이 지키는 가운데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마치 하늘에서 물이 쏟아지는 놀이기구는 나라도 수영복이 있었으면 뛰쳐 들어가고 싶을 만큼 즐거워 보였다.
오늘은 미세먼지도 적어 가시거리가 먼 만큼 멀리서도 '보현봉'과 '형제 바위'의 위상이 보일 만큼 맑은 날이지만 날이 너무 더워 물을 벌컥벌컥 마시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갈증이 나는 날씨다.
오월에 펴서 팔월까지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는 장미꽃이 화단을 따라 아름답게 피어있고 개체수가 많아진 듯한 오리와 황새도 깨끗한 물에서 사냥하느라 정신이 없다.
'홍지문'까지 달음에 걸은 후 밑에 좁아진 길을 따라 '세검정'까지 걸을 후 돌아 올라와 구기동 방향으로 길을 튼다. 거기서부터 북한산 둘레길이 있는 '일심사' 방향으로 올라 길을 찾으면 '사자능선'으로 오르는 길이 나온다.
그 길로부터 오르기 시작하니 사자 등에 타오른 기분이다.
혼자만의 숲길은 항상 자신과의 대화를 할 수 있는 집중의 시간을 준다.
사자능선 엉덩이쯤 올랐을까?
멀리 '향로봉'부터 '비봉' '사모바위' '승가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구기계곡'의 물 쏟아지는 소리도 가까이 들린다.
물이 많이 먹힌다.
땀도 많이 나고 숨 쉬는 것도 벅차다.
더 집중해서 간다.
스누피 바위를 지나 바위를 타고 숲길을 걷는데
'아! 여섯 시구나'
이 시간은 숲 속 뱀들이 일광욕하는 시간인걸 까먹었다.
아니나 다를까 땅에서 꿈틀거리는 1.5미터가량의 뱀과 마주친다.
내가 움직이지 않고 있으니 나무를 타고 올라가 몸을 기억자로 만들어 나를 주시한다.
나중에 든 생각이지만 영화 '파이'에서 처럼 호랑이와 대치하는 상황이다.
뱀과 나의 시간이 2~3분 흘렀을까? 서로 경계하듯 물러서며 서로에게 자유를 부여한다.
그 친구의 일광욕 시간을 방해 한건 미안하지만 북한산에서 뱀을 본 건 처음이라 내심 무서우면서도 반가웠다. 조금 더 올라가는데 뱀 덕분에 생긴 감정일까?
산이 살짝 무서워진다.
조금 더 올라가 전망이 쏟아지는 지점에서 '남산' '북악산' '인왕산' '안산' '백련산' '봉산'을 바라보며 스케치북을 펼친다.
앞에 봉우리 하나가 마치 새끼사자처럼 뛰놀고 있는 것 같다.
하산은 항상 그렇듯 시간이 짧다.
조용하니 "쏴!! 쏴~~" 구기계곡 시원한 물소리의 데시벨이 더 많이 올라간 것 같다.
집 현관에서 한눈에 보이는 이 길을 이렇게 와일드하게 걷자니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존재들에 대해 존경심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