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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May 16. 2016

여행, 그 익숙하지만 새로움에 대하여.. 아차산

아차산보루, 영화사, 해맞이광장, 자비정사, 용마산, 비오는날, 스케치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여행은 내가 얼마나 좋은 곳에 살고 있었는지 깨닭게 해주는 기회다.

거울의 상대적 반사효과를 느끼며 내가 익숙한 그곳으로 돌아오기 위한 일종의 과정이고 여정이다.

다른 곳에서 나의 익숙한 것들을 기준으로 내가 속하고 갖고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기회인 것이다. 어렸을적 롤모델은 그저 모델뿐인 거다.

걸어가며, 달려가며, 그 모델과 달라지며, 부정적으로 혹은 긍정적으로 변할 수도 있지만 그건 어떤 관점에서든 발전이고 새로움이고 나아감이다.


 

한 달 전부터 약속했던 모임의 산행이 새벽을 기점으로 없어지면서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어 동생이 살고 있는 '아차산'으로 주섬주섬 옷을 입고 달려갔다.

오늘 비가 온다는 소식에 조금 서두르지 않으면 비 맞으며 산행을 하겠구나 싶어 동생집 뒷산인 '아차산'으로 가려는 계획 아닌 계획을 가지고 '광나루역'에서 시작하는 둘레길을 통해서 동생을 만나기로 한 산초입의 '영화사'에 올랐다.

가는 길은 '설마 비가 올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해가 찬란했고, 선크림을 바르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했다.

가는 길가에는 집들이  자기  마당을 터서 '카페'를 만들고 '닭곰탕 집'을 만들어 홈메이드 미니식당가를 만들고 있었다.

조금 더 오르니 텃밭이 보이고 정식으로 구획을 나눈 소규모 텃밭이 줄을 지어 있고 근처 나무 밑에서 정자 밑에서 동네 아주머니와 둘레길을 걷는 분과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소규모 축제장 같은 분위기였다.

"아, 여기가 내가 어릴 때부터 헐떡이며 오르던 그 산의 한편이란 건가?" 


새롭고 신선한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었다.



동생을 따라 '영화사'에서 식사를 하고 항상 가던 약수터를 지나 수십 번은 올랐을 '고구려정 '에 올랐다.

어렸을 땐 그곳이 산 꼭대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가 알던 그곳은 그산의 일부였을 뿐이었다.

그곳을 지나쳐 '해맞이광장'으로 오르자 수많은 길에서 사람들은 쏟아져나오기 시작한다.

산성과 보루가 연결되어 새로운 길들이 생겼고 그길의 방향에 따라 서울의 중심과 오른편과 강 너머가 조망된다. 동생의 말로는 미세먼지 덕분에 이렇게 조망된 적이 최근 들어 없었는데  오늘은 상당히 잘 보이는 날이란다. 그네 형태의 의자에 앉아 사과를 쪼개서 먹으며 아름다운 서울을 한참 쳐다보다가 의자를 탐내는 어린아이들이 있어 양보한다.



더 올라가니 새로운 길들이 있고, 동생말로는 오픈한지 얼마 안 된 길들이란다.

멀리 구리방향을 보고 있자니 유채꽃 때문인지 노란색으로 강변이 물들었다.

'1보루'를 지나쳐 야자수로 짜인 바닥을  쉽게 올라가 '5보루'에 오른다.

'5보루'에서 보자니 서울에 이렇게 아름다운 길이 있었나 싶다.

그곳에 서서 동생의 사진을 찍으니 동생이 우산으로 자체 모자이크를 한다.

산은 나를 굉장히 가뿐하게 만들어준다.

한쪽에 앉아 구리방향을 바라보며 스케치를 한다.

앉아서 그리고 있자니 배가 출출해 옆에 앉은 동생은 내가 사 온 즉석 자장라면에 물을 부어 조리한다.

라면을 먹으며 하늘의 색이 점점 변해가는 걸 느낀다.

라면을 한입에 몰아 먹고 나서 서둘러 색을 칠하며 손을 움직인다.

"후드득 툭!"

비가 떨어진다. 그림은 반밖에 되지 않았는데 비가 온다.

우산을 펼쳐 스케치북을 가리며 동생을 먼저 내려 보낸다.

그림을 시작하며 그릴 때의 마음과 짧은 시간이지만 그림을 마무리하면서의 마음과 풍경이 이렇게 변덕스럽게 달라지다니.. 시간은 짧은듯 해도 강물처럼 흘러 마치 계절이 변하듯 해가 바뀐 듯 변해버린 것 같다.

서둘러 날짜를 쓰고 미끄러워진 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동생집이 있는 '자비정사'쪽으로 가기 위해 용마산 방향으로 나 있는 데크길을 통해 내려간다.

동생이 나와 기다리고 있어 같이 비 오는 날에 어울리는 막걸리와 국산 손바닥 선인장 콩 두부를 사서 비 오는 날에 녹아들기 위해 조금은 움츠려둔 긴장을 푼다.


2016.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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