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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Jun 06. 2016

나만의 아름다운 숲 -나의 길 산책

이태원, 남산, 해방촌, 녹사평, 한국화, 동양화, 어반스케치, 스케치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오늘은 나의 공간으로부터 내가 사랑하는 하루 산책길을 걷기로 마음먹었다.

어제 본 '아가씨'란 영화가 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상실감과 함께 나의 지친 마음을 달래 주곤 하던 '나의 숲'으로 가기로 한다.

집을 나서니 하늘이 뚫린 듯 레이저 광선 같은 뜨거운 볕이 그나마 선크림을 바르고 온 나의 맘에 안도감을 주었고, 이 선명함을 담고 싶어 시선이 걸리는 데로 셧터를 눌러댄다. 동네 구석 나의 바쁜 시선이 닿지 못했던 곳들은 나의 여행지와 유사성을 주었고, 그새 더 재미있어진 건지 아니면 찾지 못한 아름다움이 이제 발견된 건지 몰라도 시선이 너그러워짐에 따라 나의 빡빡했던 길은 여행지의 아름다운 길로 변하는 마술을 부린다.

이곳으로 이사 왔을 때 제일 처음 발견한 그 숲으로부터 나는 위안을 얻었고, 그 위안은 나를 현재의 나로 붙들어 놓고 있는 지지대와 끈이 되어줬다.

언덕을 넘어 작은 장을 본 뒤 나름 유명한 냉면집을 지나 조금씩 차 들어가기 시작한 우사단로 아기자기한 길을 지난다. 공방도 있고 식당도 있고 갤러리도 있는 그 재미있는 공간은 벌써부터 개발의 논리로 홍대 연남동이나 녹사평길 같은 전처를 걷게 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길이다.


가벼운 산책 후 이태원으로 내려와 녹음이 짙어지는 '남산 소월길'로 접어든다. 소월길에서 얼린 감귤음료를 먹고, 바닥을 검게 만들고 있는 '오디'와 '버찌'가 있는 길을 건넌다.

길을 돌아 야생화가 있는 공원을 통해 '남산 둘레길'을 걷는다.



길은 서울의 길들을 정비하면서 아름답게 정비되어 있다.

약수물이 흐르고 있어 시원하게 한 모금 먹고 나오는데 싱그러운 연인의 웃음이 잠시 심장을 멈추게 한다.

멈춘 심장에 자가로 심폐소생술을 시술한 뒤 아픈 가슴에 작은 밴드 하나를 붙이고 가던 길을 나선다.

인공으로 만든 실개천을 따라 아름다운 꽃들에 홀려 걷다 보니 어느새 숲의 입구, 잠시 후 그곳에 도착한다.

예전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는지 사람들이 꽉 차 있다. 나만의 숲이었으면 싶지만 공유가 대세인 요즘 하나 남은 자리에 조용히 눕고 눈을 감는다.


산과 길에 대한 차이가 있다면 길은 가다가도 내가 머물고 싶은 순간에 더 머무를 수가 있고, 그만 정리할 수도 있지만 산은 오르면 반드시 내려와야 한다. 잠깐 눈을 붙이고 숲을 바라보다 스케치북을 펼친다. 그렇게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나의 숲'을 어둠 속에 남겨둔다.


숲을 내려와서 사람들의 숲으로 들어간다.

사람들은 '녹사평'에서 '이태원'으로 흘러간다. 그 흘러가는 물결에 이끌려가다 용산구청 방향으로 빠진다.

'용산구청'을 지나 '한강'으로 내려간다.

그곳에도 물이 흐른다. 그리고 바람이 흐른다. 사람이 그 흐름에 맞춰 헤엄치듯 걷고 있다.

그 흐름에 맞춰 걷다가 동작대교 다리가 보이는 곳에서 꺾어 '용산 가족 공원'으로 방향을 튼다.

그곳에 내가 좋아하는 숲이 하나 더 있다.

그 숲을 거닐다 조용히 집으로 오는 길을 찾는다.

나의 집 나의 공간 그곳은 다시 나에게 평안과 휴식을 줄 거란 확신을 가지며....


2016,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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