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에 대한 생각 (2)
여자 - 아이 낳는 기계가 아니다
by 사립탐정 진 앤 송 Feb 3. 2026
본 탐정이 페미니스트도 아니고 여권론자도 아니지만 최소한 커플 관계에서 피임 없는 성행위를 했다가 임신에 이르는 것에 여성의 죄가 있다면 그 남자를 사랑하고 믿은 죄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자가 몸을 막 굴려서 그렇다, 어쩐다 하는 가해자 입장에만 공감하는 소리는 잠시 접어두시기 바랍니다. 사랑했기 때문에, 혹은 책임진다는 약속을 믿고 남자의 요구에 응한 것이 결국 그 여자를 낙태라는 살인으로까지 이끄는 것입니다.
이런 일이 없게 하고 싶다면 애초에 그 남자가 본인이 피임을 제대로 하고 뭘 해도 했어야 했고, 자신으로 인해 아이를 배게 된 그 여자와 아이를 무슨 짓을 하든 책임져야 하는 겁니다. 피임도 안 하고 책임도 안 지고서 나 몰라라 도망가 버리니 혼자 남은 여자는 결국 고민 끝에 자신의 인생을 지키기 위해 선택을 하는 것이지요.
싸튀충이라는 말이 왜 있겠습니까? 책임지지도 않고 싸고 튀는 벌레 같은 남자들이라는 은어가 있는 이유가 다른 게 아닙니다. 그러고서 여자들을 향해 살인자라는 오명을 씌우고 낙태로 인해 고민하는 사연에 댓글로 <엄마! 나 왜 죽였어!> 어쩌고 하는 악플이나 다는 남자들이 있고, 한술 더 떠서 그런 여자들을 향해 몸을 함부로 굴렸네, 자기 결정권이 아이의 목숨보다 중요하냐느니 손가락질하는 비정한 사람들이 있을 뿐입니다.
세상 어느 여자가 자기 몸에서 잉태된 아이를 혹을 떼내듯이 죽여 버리고서 몸과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아이는 같이 만들어도 책임은 혼자 져야 하는데 병원에서는 그 아이의 생물학적 아버지 되는 남자의 동반을 요구하고 그 남자는 진작 도망쳐 버리고 그렇게 혼자 끙끙 앓고 앓다가 아이의 개월 수만 늘어나 더 큰 비극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임신기간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낙태시킬 수 있게 되었다느니 마음대로 태아를 죽여 버리게 되었다느니 할 게 아니란 말입니다.
또한 정상적인 부부관계에서도 원치 않은 임신이 성립되는 것이 아내에게도 자신의 인생계획이 있고 커리어가 있는데 무조건 남편과 시부모가 밀어붙여 아이를 낳게 만들 때 아내 입장에서는 과연 임신이 달가운 일이겠습니까?
(애초에 아이를 안 낳기로 하고 결혼하는 딩크족 부부의 경우에도 남자들이 일단 결혼만 하고 보자는 속셈으로 딩크에 동의했다가 나중에 딴소리를 하며 임신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는 아예 높은 확률로 <콘돔 스텔싱>도 합니다.)
대체 그런 남편과 남친에겐 아내와 여친의 인생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왜 그런 남자들의 욕심과 욕망에 멀쩡한 여자들이 고민하고 상처받고 자신의 인생을 지키기 위해 살인자라는 누명까지 써야 하나요? 살인자가 되지 않으려고 아이를 낳았다 한들 그 낳은 아이는 누가 책임져 줍니까?
그 여자더러 낙태하면 살인자가 된다고 손가락질하고 압력을 넣은 사람들이 도와주나요? 이렇게 되면 그 아이는, 아이의 엄마는 과연 행복할까요?
이러니까 차라리 그럴 바에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여자에게 그 아이를 낳을지 말지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라도 주라는 것입니다. 희생을 치르는 자에게 권리부여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자기 몸에 칼 하나 안대는 남자들이 낙태를 살인 운운할 권리는 최소한 본 탐정의 기준으로는 병아리 눈물만큼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낙태를 범죄라고 할 터이면 아이를 배게 만든 남자에게 아이와 엄마를 기필코 책임지게 만드는 제도가 먼저입니다.
그 남자에게나 남자 집안으로부터 강제로 양육비를 원천징수하든지 그 집안이나 남자에게 직장이나 돈이 없다면 국가에서 그를 강제로 탄광이나 원양어선, 염전 같은 곳에 배치해 일하게 하고 그의 앞으로 나오는 급여를 여자에게 지급하게 하든지 하면 모르긴 몰라도 여자가 낙태를 고민해야 할 일은 절대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여자가 아무 말 안 해도 남자가 이중삼중으로 피임을 철저히 하거나 아예 결혼 전에 뭔 짓을 할 생각을 못할 터입니다.)
본 탐정이 아직 미혼이지만 만약 제가 낳은 딸이 그렇게 원치 않은 임신을 해왔다면 뒤도 안 돌아보고 중절시킬 것 같습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외손주보다 이미 태어나서 애지중지 길러낸 내 딸이 100배, 1,000배 더 소중하기에
내 딸의 인생에 걸림돌이 될 것 같으면 단호하게 중절하고 그 아이를 배게 만들고 책임도 안 지는 그에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가를 치르게 만들 생각입니다. 낙태를 했다고 해서 내 딸을 살인자라고 하는 자가 있다면 <내 딸은 아이 낳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말해줄까 합니다.
본 탐정이 참으로 의아한 것은 어째서 어떤 사람들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생명에 대해서는 그리도 애절하고 사랑과 관심이 폭발하면서 이미 태어난 생명과 떠나버린 생명에 대해서는 어찌 그리 시크한 것인지요?
불과 수년 전 발생했던 그 참혹한 <정인이 사건>에 대해 진심 어린 애도와 통곡은커녕 그 비극에조차 정치 논리를 들이대며 오갔던 말들을 기억합니다.
(댓글 인증샷을 남겨드리는 이유는 일련의 내용들이 본 탐정이 허위로 만들어낸 주작이 아니라는 증거이자 전편에서 <낙태>를 반대하던 댓글과의 비교를 위해서입니다.)
1. 범인이 좌파 목사라서 그런 짓을 한 것이다.
2. 죽은 아이는 안타깝지만 반기독교 확산으로 몰아가려는 수작이다.
3. 입양아들이 학대당하는 것은 비일비재한데 양부모가 목사인 게 대수냐
4. 이미 죽은 아이를 가지고 감성팔이하는 수법이다.
5. 죽은 아이에게는 관심을 가지면서 태아 낙태에는 관심이 없다.
이런 모습들을 보며 과연 이런 치들이 낙태를 범죄라고 할 자격이 있을까 하는 깊은 한숨이 쉬어졌습니다.
아니, 그렇게도 태아의 목숨이 중요하고 소중했다면 애초부터 멀쩡하게 시행되고 있는 <성폭행 범죄로 인한 임신의 중절>에 대해서는 누구 하나 반대하는 것을 못 보았습니다. 성범죄로 태어난 아이의 목숨은 귀한 생명이 아니라서 그렇습니까?
좀 더 나가면 지금 결혼대란이 일어나고 성비불균형이 일어난 크나큰 원인 중 하나가 70~90년대까지 극심한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한 태아 감별 낙태인데 아들 낳겠다고 딸들을 태어나기도 전에 죽여 버렸던 그때는 소중한 생명들이 아니었습니까?
그러니 무언가에 대해 함부로 선을 딱 그어서 재단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고 이러니 저러니 할 바에는 그 아이를 낳고 기르는 절대적인 부담을 원천적으로 지는 여성에게 결정권을 주어 선택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만약 그게 싫다면 모성보호를 위한 실무적 조치, 최소한 아이를 배게 만든 그 남자에게 응분의 책임을 강제로라도 지게 만드는 제도를 만드는 것에 좀 더 신경을 쓰는 게 어떨까 합니다. 이도 저도 아니면서 그저 낙태하는 여자를 살인자로 몰아붙이는 건 되지도 않은 위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다들 본인 일이 아니니까 쉽게 말하는 것뿐입니다.
이런 낙태에 대한 논쟁에서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여자는 아이를 낳는 기계도 아니고, 태어나지 않은 생명만큼이나 이미 태어나 있는 여자의 인생도 소중하다는 것이 아닐까요?
(미래에 태어날 아이보다 소중한 존재는 지금 살아 있는 당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