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등이 그렇게 따뜻하던가요

작은 화면 속에 갇힌 분들께

by 방감자

나의 출퇴근길은 늘 마을버스와 7호선과 함께 시작된다.
남들과 비슷한 시간에 움직이다 보니 그 안에서 ‘현대인의 민낯’을 매일 마주한다.
짜증, 피곤함, 무심함… 오늘도 그 익숙한 공기 속에서 조금은 특별한 일을 겪었다.


사람들은 작은 화면 안에 각자의 세계를 넣어 다닌다.
바로 옆에 누가 있는지도 모른 채, 손바닥만 한 빛을 바라보며 자신만의 시간을 보낸다.
나 역시 그럴 때가 있지만, 어느 순간 그 시간이 무의미하게 느껴져 요즘은 소설책을 연다.

그리고 오늘의 사건은 바로, 그 ‘작은 화면’에 갇힌 내 등 뒤에서 일어났다.

깨끗한 도로를 위한 멋진 뒷모습

지하철에 타면 나는 보통 노약자석 근처, 벽과 가까운 쪽에 선다.
그게 그나마 덜 흔들리고 쾌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유독 사람이 많아 몸을 둘 공간도 없었다.

그러다 등 뒤에서 무언가 “쿡” 하고 찌르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유리창에 비친 내 뒤를 슬쩍 보니
어떤 여성분이 내 등을 휴대폰 받침대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보지 못한 척, 아니 정말로 못 본 사람처럼 작은 화면에 집중했다.
내리기 직전까지 그녀는 내 등에 휴대폰을 단단히 기댄 채
메시지를 치고, 스크롤을 내리고… 그러면서 내 등도 슬쩍슬쩍 쓸어내렸다.

그 표정이 고스란히 내 등에 전달되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겠지.


처음엔 황당했다.
내 등을 허락한 적도 없는데,
배려하려고 백팩까지 앞으로 메고 섰더니
그 빈자리를 타고 휴대폰 지지대 역할을 하게 되다니.


참 기가 막히고 원통했다.

하지만 길게 느껴졌던 30분이 지나면서
짜증은 체념으로, 체념은 또 다른 감정으로 바뀌었다.
오히려 묘하게 이해가 됐다.

이 빡빡한 일상이 끝나고 난 뒤,
우리가 겨우 얻는 짧은 ‘자기만의 시간’을 누리는 방식은 모두 다르다는 걸.
누군가는 게임을 하고, 누군가는 영상을 보고, 누군가는 메시지를 보낸다.
그 작은 화면 속 세계가 그녀에겐 아마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무언가였겠지.

그리고 그 생각을 한 뒤부터는, 이상하게 짜증이 누그러졌다.


“그래, 오늘은 그럴 수도 있지.”
그렇게 마음을 내려놓았다.

이동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게 채운다.
잠 부족한 아침엔 잠깐 눈을 붙이는 휴게소가 되고,
누군가에겐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작은 LP바가 되며,
또 다른 누군가에겐 심심함을 달래는 PC방이 되기도 한다.


그 시간을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각자의 방식대로 사용해도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나에게 ‘책을 읽는 시간’을 더 소중하게 만들었다.
짧은 장이라도 넘기며 감성을 채우고 그 감성으로 다시 내 이야기를 쓴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이 특별하지 않은 일상 속에서 작은 감정과 장면을 발견하고
조금 더 정제된, 조금 더 감성적인 이야기로 남겨보려 한다.
그 끝이 어디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꾸준히 써보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작은 화면으로 읽고 계신 분들께 부탁드린다.
혹시 옆 사람에게 표정이나 마음이 그대로 들키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도 가져보면 좋겠다.


오늘의 플리: 행복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