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Red Flag를 무엇인가요?
가끔 그런 순간이 있다.
“아, 이 사람… 나랑은 조금 안맞는다.”
상대방이 나쁜 사람이라기보다, 그냥 나와는 결이 맞지 않는다는 느낌.
요즘 말로는 Red Flag, 혹은 한국식으로 부드럽게(?) 표현하자면 ‘손절 포인트’다.
사전적 의미는 그럴싸하다.
Red Flag: 관계를 시작하기 전에 감지되는 경고 신호
“뭔가 좀 아닌데?” 싶은 바로 그 쎄한 느낌
…이라고 내 AI 친구가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그 설명을 들으면서 생각했다.
“아, 그러니까 나는 Red Flag 레이더가 조금 예민한 편이구나.”
오늘은 그 레이더에 자주 잡히는 몇 가지 신호들 그러니까 나의 레드 플래그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물론 이 글은 누구를 비난하는 목적으로 쓰지 않았다. 내 행동도 누군가에게는 경보음일 수 있으니까.)
1. 인사하지 않는 사람
문을 열며 “안녕하세요”, 밥을 먹고 “감사합니다”.
정말 기본 중의 기본인데, 이 사소한 인사가 사람의 온도를 결정하는 순간이 있다.
회사에 출근하면서, 식당 주문할 때 내가 먼저 인사하면 당연히 받아주는 기대를 했지만 가끔은 들리지 않는 척, 보이지 않는 척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내 마음속 쪽품보관소에서 조용히 빨간 스티커가 ‘또르륵’ 굴러나온다.
“음, 당신 약간… 경고.”
소리를 내면서 음식을 먹는 사람
이 항목은...인정한다. 내 Red Flag 중 으뜸이다.
군대에서 선임이 마치 자신이 지금 무엇을 먹는지 전 세계에 방송하듯 쩝쩝쩝 소리를 내던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먹는 소리’를 인식했다.
그리고 그날부로 내 인생의 새로운 챕터가 열렸다.
[Chapter 1. 쩝쩝의 세계]
여기에 추가되었다.
음료 마신 뒤 나오는 “캬아—” 소리.
일부러 내는 건지, 무의식인지 모르겠지만 그 소리가 내 귀에 닿는 순간 내 마음속 볼륨 조절기가 자동으로 ‘음소거’를 눌러버린다.
덕분에 나는 식사 자리를 고를 때 음향환경까지 고려하는 사람이 되었다. (실제로 쩝쩝소리 때문에 체했던 경험도 있다.)
3. 기본 예의를 건너 뛰는 행동들
예를 들면 이런 것들:
공용 반찬을 슬그머니 자기 쪽으로 끌어가는 사람
젓가락 스킬을 ‘개인기’처럼 사용하는 사람
직접 목격한 적은 아직 없지만, 지인의 경험담만 들어도 상상 속 나의 영혼이 잠깐 빠져나간다. 만약 내가 그 현장을 봤다면, 식사는 거기서 끝났을지도 모른다. (아마 내 젓가락은 공중에서 멈췄을 것이다.)
4. 스스로를 끊임없이 낮추는 사람
"난 원래 안 돼.”
“난 안될거야.”
“난 그런 거 못 해.”
이 말을 듣다 보면 그 사람이 불쌍하다기보다 내 마음이 조금 축축해진다.
외부 환경이 힘든 게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관계’가 가장 어려운 사람처럼 느껴져서다.
물론 누구나 약할 때가 있지만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말버릇은 듣는 사람의 에너지도 함께 깎아먹는다.
5. 맞춤법과 상식
“외않되?”
“~했데.”
이런 표현을 볼 때면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왜?”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친한 친구에게 몇 번 정정해준 적도 있었는데 결국 포기했다. 그건 서로에게 불행한 길이었다.
누구나 모를 수는 있다.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모르는데 당당한 자세는… 취향이 아니다.
6. 유명인 이야기에 진심인 사람
“OO랑 OO 사귄대!”
“OO가 OO했다고 난리야!”
이런 이야기의 끝은 대체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스캔들은 금세 무용담이 되고 루머는 마치 사실처럼 굳어진다. 그걸 듣다 보면 생각한다. “내 친구들의 근황도 저 정도로는 모르는 것 같은데…”
남의 삶에 과몰입하는 순간, 우리는 본인의 인생에 쓸 감정 여유를 잃는다. 이건 위험한 일이다.
이렇게 써놓고 보면 내가 마치 예의 바른 생활 교본 같은 사람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나도 누군가에게는 레드 플래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조심하고 싶다. 남을 평가하기 전에 내 행동부터 돌아보고 싶다.
세상은 나 혼자만 사는 데가 아니니까.
우리 모두의 작은 결벽과 취향이 상대에게 상처가 되지 않기를,
그리고 누군가의 소중한 Red Flag가 내겐 레드카펫처럼 깔리지는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나만 이렇게 까다로운 사람은 아닐 거라 믿는다.
여러분의 손절 포인트가 있다면 가볍게, 솔직하게 알려달라.
경청하겠다. 그리고 조금은… 고쳐보겠다.
오늘의 플리: 그루비 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