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는 가지만 보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옷을 좋아합니다. 옷에 따라 사람의 성격이 보이고 사람마다 다르게 표현되는 패션들을 구경하고 참고하는 것만큼 재미있는 여행이 없습니다. 실제로도 뉴욕 여행 중에 사람들이 많이 다니고 바깥이 잘 보이는 카페 창가에 자리잡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사람들의 패션과 표정을 구경하면서 1시간 넘게 시간을 보낸적도 있습니다.
잠깐이지만 패션 플랫폼에서 일을 하면서 시작된 패션공부는 지금도 꾸준히는 아니지만 종종 하곤합니다. 브랜드들의 성향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트렌드를 선도하는 브랜드, 트렌드를 따라가는 브랜드, 트렌드를 반대하는 브랜드 등을 찾아보며 앞으로 내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곤 합니다.
평소 즐겨보던 패션 인플루언서가 블랙 프라이데이에서 엄청난 할인을 한다며 어떤 브랜드의 옷들을 추천합니다. 그 브랜드도 알고, 그 제품이 어떤 소재인지도 알고 있는데, 마치 최고급 퀄리티를 가진 제품이 블프라서 엄청난 할인 폭이니 사지 않으면 바보가 되는 것처럼 말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는 패션 플랫폼에서 일했습니다. Up to 80%, 90%를 어떻게 책정하고 홍보하는지 잘 알기 때문에 그 인플루언서가 말하는 말들이 믿음직스럽지 않았습니다.
잠깐 일했던 저같은 사람도 아는데 패션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인플루언서가 몰랐을까요? 전혀요. 더 잘 아실테지만 광고를 체결하셨기에 해야만 하는 '일'인겁니다. 인플루언서는 브랜드와 소비자의 연결고리이자 서로의 스피커가 됩니다. 그렇기에 그들이 하는 말의 무게가 생기고, 그래서 기업은 그들에게 광고를 줍니다.
인플루언서 입장에서 생각해보죠, 추천만 하면 되는 선에서 그 광고를 거절할 이유가 있을까요? 전혀요. 저 같아도 합니다. 그럼 기업은 거짓말을 했나요? 아닙니다. 80% 할인하는 제품 1개만 있어도 허위 광고가 아닙니다. 이 상황에서 거짓말을 하거나 잘못한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럼 소비자의 입장에선 어떻게 해야할까요?
패션의 분별력을 길러봅시다.
먼저 내 체형, 어울리는 스타일, 그리고 닮고 싶은 스타일을 고민해봅시다. 잘 모르겠다면 핀터레스트에서 men/women (street fashion) outfit 같은 키워드를 응용해 검색해보세요. 스크롤을 내리다보면 분명 눈에 띄는 코디들이 있을겁니다. 이미 수도 없이 검색해봤다구요? 그럼 다른 성별, 전혀 모르는 스타일을 검색해보세요. 그럼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집니다. 저는 뉴욕이나 런던의 패션이 궁금해서 도시 이름을 자주 붙여 구경하곤 합니다.
마음이 가는 브랜드를 찾아봅시다.
저는 신발은 반스, 워크웨어는 칼하트, 디키즈 일반 의류는 유니클로를 좋아합니다. 브랜드 선호에는 제 스타일도 있지만 우연한 계기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갈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특히 반스는 스케이트보드 선수였던 고등학교 친구로 인해 처음 알게되어 지금까지 신발장 지분 60%를 차지하는 브랜드입니다. 이렇게 특별하진 않지만 나름의 계기가 중요합니다. 사람을 만날때도 설명할 수 없는 끌림이 있듯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템 당 1개만 소비합시다.
아우터, 상의, 하의에도 아주 세분화되어 의류 카테고리가 정해져있습니다. 예를 들면 긴바지를 구매한다고 했을 때, 슬랙스, 면바지, 카고, 코듀로이, 워크팬츠 등 다양하죠. 이런 많은 카테고리를 딱 한가지씩만 괜찮은 제품을 구매한다면 옷을 입는 선택의 폭이 넓어집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실패도 있고 여러 컬러를 구매하고 싶은 마음도 있으실거에요. 만약 구매한 제품이 너무 좋아서 다른 컬러를 구매하고 싶으시다면 완전 찬성합니다. 바로 그 마음이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지고 좋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확률이 늘어난다는 것이니까요.
패션은 주관적입니다.
누군 잘입고 누군 못입고? 없다고 생각해요. 내가 잘 입었다고 생각하면 그건 잘 입은거죠. 남을 평가하기 전에 스스로의 패션에 만족하는지 물어보세요. 비슷한 맥락으로 남이 좋다고 하는 브랜드나 제품이 나에겐 너무 안맞는 옷이 될 수 있습니다. 그건 정상이에요. 그러니까 이 세상에 브랜드가 이렇게나 많은 것이기도 합니다.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좋지만 어디까지나 참고만 하고 선택은 본인 스스로 하시길 바랍니다.
옷 잘 입는 할아버지/할머니가 될 때까지
빠르게 바뀌는 패션 산업에 종사하시는 분들, 매우 존경합니다. 하지만 본인도 안살 것 같은 옷을 팔거나 추천하는 모습은 꽤나 화나게 합니다. 최소한 양심은 팔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파는 사람들을 탓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들도 먹고 살아야하니까요. 그러니 소비자가 더 신경쓰면 됩니다. 퀄리티가 아쉬운 옷을 소비하지 않으면 자연스레 없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