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선약수

by 하늘피리

살면서 번도 멈추지 않고, 면면히 흐르는 마음의 풍경을 담담히 받아들여본 적이 있는가.


눈이 슬픈 아이가 우리 내면의 거실에 찾아왔을 때, 한 번이라도 그 아이를 온전히 맞아본 적이 있는가. 그 아이의 뼈에 사무치는 슬픈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본 적이 있는가.


노자의 말처럼 무릇 물은 흐르는 것이다. 물의 속성대로 그저 낮은 데로 흐르고 또 흐를 뿐이다. 물 입장에선 좋은 땅, 나쁜 땅 가릴 게 없지만 우리의 분별망상으로 좋은 땅만 가려 거기에만 머무르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갈수록 삶이 괴롭다.



고백건대 나도 오랜 세월, 슬픔 같은 건 스스로 감당하기 힘들 거라고 믿고, 마냥 외면하고 멀리 달아나고만 싶었다. 어떻게든 피하려고 끊임없이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sns 조회수와 좋아요에 집착했고, 인터넷 쇼핑에 빠지기도 했다.



두려운 것들을 피하기만 하면 될 줄 알았다. 웬걸 빙글빙글 도는 회전초밥처럼 먹기 싫어 건너뛴 초밥이 돌고 돌아 다시 내 앞에 와 있다. 시간이 흘러 생선 색깔도 별로 좋아 보이진 않는다. 어차피 먹어야 한다면 더 상하기 전에 먹는 게 낫다.



외면해버린 초밥처럼 내게 찾아온 슬픔을 향해 마주 서는 데는 제법 용기가 필요하다. 겉은 초라하고 보잘것 없이 보이는 슬픔이었는데, 의외로 씹으면 씹을수록 그윽하고 향긋한 맛이 있는 줄 이제껏 씹어보기도 전에 뱉어버려 알 수 없었다.



슬픔을 없애버려야만 내가 그리도 원하는 마음의 평화가 오는 줄 알았다. 불교에는 번뇌 즉 보리(煩惱卽菩提)라는 말이 있듯이 진리와 깨달음이란 멀리 빗겨 있지 않다. 이 순간 마음에 일어난 슬픔을 알아차리고 온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진리이자 영원한 평화를 맞이하는 길이다. 마음에 올라오는 모든 것들을 저항하지 말고 물처럼 흐르도록 허용하기만 하면 되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다.



분별로 나눠버린 반쪽짜리인 내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온전히 사랑해주길 내 안의 나는 언제까지고 기다린다.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마음과 하나가 되어 자연히 흐르게 내버려 두면 머지않아 천하 온 대지가 촉촉하게 피어날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