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이위용

마음을 비워야 길이 보인다

by 하늘피리

심각한 폭풍을 경고하는 뉴스에도 산으로 향하는 이가 있다. 주변의 만류에도 산에 오른 이유는 그날이 가스 사고로 두 딸은 잃은 기일이었기 때문이다.


정상에 가까워올수록 날씨는 점점 더 나빠진다. 몸도 가누기 힘든 세찬 폭풍 속에서 몸이 꽁꽁 언 채로 죽기 직전의 남자를 발견한다. 여자는 무사히 남자를 하산시키려 온갖 애를 쓰지만, 그 와중에도 계속 죽으려고 시도하는 남자.


온갖 장애와 사투 끝에 두 사람은 겨우 하산하지만, 감사의 인사도 없이 사라져 버린 남자. 그리고 며칠 후 다시 만난 두 사람.


1년 전 세상을 떠난 연인을 그리워하며 산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던 찰나, 그녀의 눈에 그가 보였던 것이다. 그의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있던 그녀도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게 된다. 자신의 실수로 사랑하는 두 아이를 잃은 후, 자신도 죽고 싶었다고 말하자 울먹이며 남자가 묻는다.

“죽는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요?”

그의 물음에 남자의 손을 잡으며 그녀는 대답한다.

“폭풍우 속에서도, 고통과 바람 속에서도 정말 아름다운 게 많아요. 온 우주가 무한한 아름다움의 폭풍처럼 보이죠.”


영화 인피니티 스톰의 이야기다.

먼저 세상을 떠난 연인을 따라 산 정상에서 홀로 죽음을 마주했던 남자는 자신을 포기하지 않은 그녀의 헌신으로 폭풍을 헤쳐 나와 비로소 그리운 연인을 마음에서 놓아주게 되었고, 그녀 또한 천신만고 끝에 그를 구함으로써 자녀를 잃은 죄책감을 치유하게 된다.


그녀의 말처럼 눈폭풍 속 고립과 죽음 앞에서도 하얗게 부서지는 눈은 꽃처럼 아름다웠다. 인생의 나락 속에 빠져 있을 땐 고통과 괴로움에 파묻혀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을 놓치기 쉽다.


괴롭고 힘든 시간도 흐른다. 찰나 생, 찰나 멸하는 순간 속에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기 때문에 눈이 시리도록 소중한 시간이다.


절체절명의 순간, 남자를 구한 것은 그녀였지만, 그를 구한 덕분에 아이를 잃은 죄책감 속에 하루하루 죽어가던 자신을 살린다. 만약 살고자 하는 욕심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녀도 그도 폭풍우 속에서 먼지처럼 사라졌을 것이다.


우리 마음속의 태풍도 언젠가 그칠 것이다. 모든 것은 지나가고 변하기 때문에.


단지 그 폭풍우 속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삶을 저주하며 매일 지옥에서 살 것인가? 삶이 전해주는 메시지에 귀 기울이며 배움과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을 것인가? 우연히 발에 걸린 돌을 걸림돌로 삼을 것인지, 디딤돌로 삼을 것인지는 오롯이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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