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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에 관한 최신 판례(2)

by 이동민

1. 대전지방법원 2021구합104787 판결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은 2021년 당시 세종특별자치시 소재 A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한 학생이다(현재 3학년). 가해학생은 2021. 7. 7. 학교 급식실에서 피해학생과 다른 학생들이 있는 가운데 '내 친구가 피해학생과 다른 여학생이 뽀뽀하는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것을 보았다'는 취지의 거짓말을 하였다.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학생화해중재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2021. 8. 10. 회의를 개최하여 가해학생에게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1항에 따라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의 조치를 할 것을 의결하였다.*


가해학생의 부모는 다음과 같은 사유로 서면사과 조치는 위법하다고 하면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첫째, 변호사를 선임하여 회의에 참석하였는데 해당 변호사가 '모두절차'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점, 둘째, 가해학생이 한 행위는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고 처분서에 위 행위가 어떤 유형의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으로 기재되지 않았다는 점이 주장의 요지였다.


재판부는 형사사건에서의 모두절차와 다르게, 모두절차가 심의의 필수적 구성요소라고 볼 법령상 근거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가해학생과 그 부모, 가해학생의 변호사가 회의에서 의견진술의 기회를 충분히 부여받았다면, 가해학생의 변호사가 모두절차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받은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또한 재판부는 가해학생이 초등학교 2학년인 점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그 수준에서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더라'라는 말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지만, '피해학생이 다른 여학생과 뽀뽀를 했고, 이것을 촬영한 동영상을 소셜 미디어에서 보았다'라는 말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전파한 것이어서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가해학생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 대전지방법원 2021구합103791 판결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은 2021년 당시 세종특별자치시 소재 B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한 학생이다(현재 3학년).*** 가해학생은 2021. 4.부터 피해학생의 목을 잡거나 물통을 돌려서 때리고, 2021. 5.부터 피해학생을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렸으며, 2021. 5. 어느 날은 피해학생이 대변을 보는데 화장실 문 아래 틈으로 그 장면을 보기도 하였다. 피해학생은 2021. 6. 2. 학교가 실시한 '쪽지 상담'을 통해 피해사실을 밝혔고 그 후에야 학교와 학부모가 피해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2021. 6. 29. 회의를 개최하여 가해학생에게 제1호 서면사과, 제3호 교내봉사(2시간), 가해학생 특별교육(2시간)의 조치를 할 것을 의결하였다. 가해학생의 부모는 초등학교 저학년인 가해학생이 한 행위는 고의성이 없거나 친구 사이의 일상적 장난에 불과하기 때문에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다.


법원은 만일 일회성 장난으로 한 것에 불과하다면 이를 두고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는 힘들지만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의 거부의사를 무시하고 상당 기간에 걸쳐 괴롭힘 행위를 반복한 것을 보면 충분히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또한 피해학생이 겪게 된 심리적 고통의 정도에 비추어 보면,**** 가해학생의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 일상적 장난에 불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 회의 당시 분위기가 어떠했을지는 대충 알 것 같습니다. 제가 속한 위원회도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오면(가해학생이든 피해학생이든 어찌나 귀엽던지) 그들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모든 위원들의 얼굴에 엄마 아빠 미소가 번집니다. 당시 위원회도 사안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서면사과 후 서로 잘 지내보라는 취지로 결정하였을 것입니다(서면사과가 가장 경한 처분입니다). 반면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분위기는 험악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 변호사가 반드시 선임되어야 하는 사건에서 모두절차에 변호사가 참여하지 못한 위법은 당사자가 이를 문제 삼지 않는(우리는 이것을 책문권의 포기라고 말합니다) 선에서만 위법하지 않습니다.


***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은 다른 것으로 보이나 공교롭게도 같은 변호사가 맡은 사건에 종결일, 판결 선고일까지 같습니다. 세종에서 학폭으로 유명하신 변호사님인가?


**** 피해학생은 불안감, 수치심,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겪으면서 학교에서 화장실 가는 것이 불편해 최대한 대소변을 참는다고까지 진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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