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노동자를 징계할 수 있는 권한은 어디에서 오는가?
직위해제는 징계 등을 위한 임시조치이다. 직위해제는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으며, 일반적으로 징계의 절차를 마칠 때까지 또는 노동력을 재배치할 때까지 수단적으로 이용되는 인사상의 명령이다. 따라서 사업주에게 손해를 끼치는 등의 불법행위나 업무에 적합하지 않은 행위를 한 노동자는 일반적으로 징계 대상이 된다. 징계가 없다면 직장 내 질서는 무너질 것이다. 그러므로 징계는 적정 수준의 직장 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다.
징계가 필요한 것에는 모두 동의하지만 사업주가 어떤 권리로 노동자에게 징계를 줄 수 있는지가 문제 된다. 만약 노동자가 사용자를 상대로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를 입혔다면 사용자는 노동자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된다. 징계는 이에 그치지 않고 경고, 감봉, 정직, 해고 등의 인사상 불이익까지 주는 것을 말한다. 대등한 관계에서 한쪽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당신이 발을 밟았으니 치료비를 달라'라고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치료비는 당연히 주셔야 하고 당신 앞으로 내 발을 밟지 마시오'라고 경고까지 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과연 징계의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문제 된다.
사용자는 노동자에 대하여 인사나 경영에 대한 일체의 권리를 갖는다. 징계권은 인사나 경영권으로부터 당연히 도출되는 권리이라는 학설이다. 즉 이 학설에 따르면 징계는 사용·종속 관계에서 본질적으로 사용자에게 주어지는 권리이기 때문에 어떤 것으로도 제한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 견해를 유지할 경우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징계에 대한 규정이 없어도 징계는 당연 가능하며,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징계에 대한 규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아니라는 다소 불합리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상시 10명 이상의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취업규칙을 작성하여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10명이 넘는 중규모 이상의 사업장은 공통된 복무규율이 필요하기 때문에 노동자 전체에게 적용되는 임금, 승급, 퇴직, 교육, 노동환경 개선, 재해부조, 직장 내 괴롭힘, 표창과 제재에 관한 사항을 취업규칙으로 정하여야 한다. 징계는 노사관계를 일률적으로 지배하는 취업규칙에 근거한다는 학설이 취업규칙설이다. 근로기준법에는 취업규칙에 '표창과 제재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따라서 이 학설에 따를 경우 10인 미만 사업장의 사용자는 근로관계의 종료나 손해배상 외에 별도의 징계권을 가지지 않는다고 본다.
노동자는 헌법 및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노동자 단체인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 노동조합은 노동조건의 유지, 개선 그리고 노동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이다. 노동조합은 자신들의 노동조건을 유지, 개선하기 위하여 사용자와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고, 단체협약 체결이 거부될 경우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 즉 단체협약은 사용자와 다수의 노동자가 서로 합의한 노동조건에 대한 약속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단체협약설은 징계권의 근거를 여기서 찾는다. 따라서 이 학설에 따를 경우 노동자의 집단적 합의가 없는 징계권의 행사는 위법하다.
'징계권의 근거가 무엇이냐'라는 간단한 질문은 철학적 근거 없이 대답할 수 없다. 제1설은 사용자가 절대적인 징계권을 갖기에 절차도, 내용도 사용자가 정하기 나름이라는 입장이다. 제2설은 사용자가 징계의 절차와 내용을 미리 정해놓고 노동자가 채용 시에 (적어도 묵시적으로) 징계 기준에 동의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3설은 노동자가 사용자가 협력하여 직장 질서 유지를 위한 절차와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동자가 동의한 적도 없는 징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1설은 동의하기 힘들다(하지만 대법원은 제1설의 입장을 기본으로 한다). 노동자가 생계를 위해 노동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취약한 지위임을 고려할 때 제3설에 따라 징계 절차와 내용을 노사가 협의 후에 결정하는 것이 가장 민주적인 기업 운영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