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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노동법

1일 1 노동법 - 21

휴업수당(1)

by 이동민

휴업수당의 기능


민법에서 방이 대방에 대해 의를 가지고 있는 계약을 쌍무계약이라고 한다. 자신은 의무를 다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상대방의 잘못으로 내가 의무를 다하지 못한다면 나는 내 의무를 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에게 계약대로 의무를 이행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의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된다면 나는 상대방에 의무를 이행해 달라고 말할 수 없다.


민법은 상식이 체화된 것으로 예를 들어 설명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A라는 사람이 B에게 도자기를 1억 원에 팔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가정하자. 2023. 8. 25. B는 A에게 계약금 1,000만 원을 주고 나머지 9,000만 원을 2023. 9. 25. 주면서 도자기를 받아오기로 하였다. 그런데 B가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 잔금일이 되기 전에 그 도자기가 진품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A의 도자기를 살펴보던 중 B가 실수로 그 도자기를 깼다면 당연히 B가 A에게 나머지 도자기 값을 줘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B의 실수가 아니라 지진으로 도자기가 깨졌다면 B가 나머지 9,000만 원을 주고 깨진 도자기를 가져오는 것은 억울하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아래 글과 책을 참조하는 것도 좋다.

https://brunch.co.kr/@ndlawyer/58

11화 3-3. 약속을 어기면 계약이 해제될 수 있다

**내가 본 수많은 민법서 중에 가장 쉬운 것은 맞지만 민법 자체가 쉽지는 않다.



노동법도 계약법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노동자는 일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사용자의 과실로 노동자가 일할 수 없게 된다면 당연히 사용자는 임금을 줘야 한다. 그리고 천재지변으로 일을 할 수 없다면 임금을 줄 필요가 없다. 하지만 노동관계를 일반적 계약관계와 같이 본다면 사용자는 노동자에게 얼마를 주어야 하는지 확정하기 힘든 문제가 발생한다. 본봉만 주면 충분한 것일까? 그게 아니면 평소에 야간 근무가 많았다면 그것까지 줘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계약법의 원리대로 책임 여부를 판단한다면 노동자의 생활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 고정적으로 주류를 납품받던 음식점 주인이 매출이 줄어 다음 달에는 주류를 납품받지 않기로 했다면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회사 사장이 노동자에게 '원청에서 일감이 줄어서 자네는 이번 달 출근할 필요가 없네.'라고 말한다면 노동자는 당장의 생계가 막막해진다.


따라서 휴업수당은 첫째,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노동자가 노동을 제공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얼마만큼의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지 그 하한을 정하는 기능을 한다. 그리고 둘째, 사용자의 귀책사유를 일반 계약법보다 넓게 인정함으로써 노동자의 안정된 임금청구권을 보장하는 기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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